이 기사는 2020년 06월 19일 07시4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기업집단은 과거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표현처럼 이문을 남길 수 있는 여러 사업에 진출했다. 각자 주된 사업이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 보면 영역이 겹쳐 경쟁 관계가 형성됐다. 핵심적인 사업에서 '콜라보(Collabo)'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그런데 최근 재벌들이 손을 잡는 사례가 빈번하다. 현상의 중심에는 현대차그룹이 있다.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사업을 위해 이미 LG, SK그룹과 협력해왔고 올해 들어서도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사상 처음으로 단독 회동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호암(고 이병철 회장)이 약 35년전 아산(고 정주영 회장)의 고희연에서 극적인 화해를 했던 것만큼 '중대 사건'으로 평가됐다. 만남의 장소가 자동차용 배터리가 생산되는 삼성SDI 천안사업장이라 의미를 더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말에는 한화그룹과 전기차 배터리를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처럼 사용하는 사업을 함께 한다고 밝혔다. 이달에는 조현식 부회장이 이끄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드라이빙 센터 건립에서 협력한다고 발표했다.
일련의 행보를 보면 현대차그룹이 수호전에 나온 지명이자 영웅호걸들이 모여드는 곳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양산박(梁山泊)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만큼 미래 모빌리티 시장이 다수의 국내 기업을 먹여 살릴 만큼 대단히 큰 시장이며 이 분야가 중요하다는 것을 서로가 절실히 느낀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재계가 미래 대비를 위해 손잡는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다만 한국 재벌이 가진 역사와 특성 때문에 밀접하게 협력하는 것을 떨떠름하게 보는 시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 '전시 상황'이라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살벌한 전쟁에서 이기려면 쓸만한 무기가 필요한데 좋든 싫든 지금의 한국 경제가 가진 첨단 무기인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전기차 시대를 주도하면서 화성에도 가겠다는 테슬라 창업주 일론 머스크. 이런 글로벌 시장의 쟁쟁한 선도 기업인들과 한판 붙어보고 배짱을 부릴 수도 있게 하는 '비대칭 전력'이 재벌일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대차를 포함한 '재벌 연합' 형성이 일으킬 긍정적인 효과에 더 주목해야 한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한국판 뉴딜·리쇼어링 등 이전 정부와 차별화된, 현재의 산업 구조를 넘어선 미래지향적·창조적 위기극복을 추진하고 있다.
재벌 연합이 자진해 신사업에 투자할수록 정부가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적어지고 코로나19로 인해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더 도와줄 여력이 생긴다. 이런 점에서 재계의 협력에 과감한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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