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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림포장 인수 철회, 제지업계의 실수였을까 [언택트시대 수혜자 제지업계]물류 물동량 증가에 골판지 수요 '폭등', 황금기 이어질 듯

박기수 기자공개 2020-07-07 09:42:03

[편집자주]

코로나19는 단순 전염병을 넘어 우리의 생활양식까지 바꿔놓았다. 확산 방지를 위해 '생활속 거리두기'가 일상화하며 소비자와 공급자가 서로 대면하지 않는 언택트(Untact) 소비가 대중화됐다. 자연스럽게 물류 시장에 '때아닌' 호황기가 찾아왔다. 물류 서비스의 매개체인 포장재를 생산하는 제지업체들도 덩달아 미소짓고 있다. 다만 모든 제지업체가 아닌 '준비된' 제지업체들만이 실적에 날개를 달고 있다. 더벨은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고 있는 국내 제지업체들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2일 14: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국내 제지업계 최대 인수·합병(M&A) 이슈는 '태림포장·태림페이퍼(이하 태림포장)'였다. 2015년 3500억원에 태림포장을 인수했던 국내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작년 엑시트(Exit) 절차에 나섰다. 한솔제지 등 국내 유력 제지업체는 물론 해외 업체들도 태림을 주목했다. 마침 태림포장의 사업 분야는 고수익 사업이었던 골판지 업이었다.

한솔을 포함해 신대양제지, 아세아제지도 태림 인수를 고려했다. 문제는 IMM 측이 부른 '가격'이었다. 최대 1조원까지 언급됐던 가격에 신대양·아세아는 물론 업계 1위인 한솔마저 주춤했다.

한솔 내부에서는 태림을 인수해 미래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과 현재는 골판지가 불티나게 팔리지만 이 현상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엇갈리며 치열한 내부 토론을 벌였다고 전해진다. 결국 한솔은 '인수 철회'를 선택했다.

신대양·아세아제지는 태림 인수를 위해 컨소시엄을 이루는 방안까지 고려했던 것으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 골판지 원지와 골판지 상자에 각각 약점이 있는 양사가 힘을 합쳐 태림을 인수해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면 서로 '윈-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다만 신대양·아세아 컨소시엄 역시 IMM이 불렀던 몸값에 인수 의지를 철회했다.

결국 주인공은 비(非) 제지업체인 세아상역이었다. 세아상역은 7000억원을 주고 올해 초 태림을 인수했다. 곧바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쳤고 언택트(Untact) 생활 양식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택배 시장, 배달음식 시장의 급성장으로 "판지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는 현 시국에 태림을 외면했던 제지업체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우선 태림은 작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골판지 원지를 생산하는 태림페이퍼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 213억원, 영업이익률 11.5%를 기록했다. 2019년 한 해 영업이익률(17.9%)보다는 못한 수치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골판지 원지로 골판지 상자를 만드는 태림포장은 1분기 영업이익 39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로 2.8%만을 기록했다.

다만 1분기 이후 실적 상승 여지가 많다는 게 제지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요인은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생활 양식의 확대다. 국내 대표 물류업체인 한진과 CJ대한통운 등의 1분기 택배 물동량이 작년 동기 대비 30%가량 늘어났고, 외식 대신 배달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포장재의 수요가 폭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판지 사업은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온라인 물류 사업과 궤를 함께하기 때문에 고성장이 기대된다"라면서 "작년 제지업체들이 태림 인수를 철회했을 때 이런 언택트 문화가 확대할지 예상할 수 없었던 상황이기 때문에 태림을 품지 못했다는 점을 아쉬워하는 분위기도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언택트 문화 확산과는 관계없이 태림을 섣불리 인수하지 않은 제지업계의 결정이 여전히 옳았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IMM이 제시했던 높은 가격과 당시 제지업체들의 재무 상황 등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솔제지의 경우 올해 1분기 말 연결 기준 순차입금비율이 126%를 넘는다. 태림을 인수했다면 차입 부담이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 태림을 인수한 세아상역 역시 차입금 푸시다운(Debt push down) 기법을 활용하는 등 인수 이후 불어난 부채 부담을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분전하고 있다. 차입금 푸시다운이란 쉽게 말해 인수를 위해 일으킨 인수금융의 상환 부담을 인수한 회사(태림)와 나누는 것을 뜻한다.

또 인수 이후 태림의 낙후된 시설을 보강하기 위해 약 1000억원 규모의 시설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제지업체가 부담을 느꼈을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태림 자체의 몸값이 비쌌을뿐더러 당시 제지업체들이 감내해야 하는 요소들이 많아 덜컥 인수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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