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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조 시장에 남아 있는 라임 불씨 [thebell note]

박규석 기자공개 2020-07-22 11:55:12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1일 07:4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조업체 자산을 노린 일반적이지 않은 범행이었다.”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 등 일명 ‘라임 세력’에 의해 자산 유출 피해를 입은 보람상조그룹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선수금 등으로 구성된 상조업체의 자산을 횡령한 것은 상식을 넘어선 수법이라고 되짚었다.

올해 3월 보람상조그룹은 라임 사태의 몸통으로 불리는 김 회장 등이 구성한 재향상조인수컨소시엄으로부터 재향군인회상조회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하지만 실사 과정에서 전 경영진이 자산 380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이후 유출 자산 회수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밟았고 현재 170억원을 회수했다.

제향군인회상조회의 자산 유출과 같은 사례는 지금의 관리·감독 체계에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이는 상조업체의 자산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금 관리가 여전히 허술하기 때문이다.

선수금은 상조 가입 고객이 매월 상조업체에 납부하는 돈이다. 보험과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지만 관리가 엉성하다. 상조업체 폐업·부도 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선수금의 절반을 피해보상금으로 지급하는 게 전부다. 할부거래법상 상조업체의 선수금 보전비율이 최소 5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나머지 선수금 50%의 관리는 온전히 상조업체의 몫이다. 만약 상조업체가 주식과 펀드, 부동산 매입 등과 같은 투자 활동에서 손실을 보더라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조항은 없다. 또한 선수금 보전금을 제외한 나머지 50%로 구성된 자산에서는 기업 대표 등이 마음만 먹으면 재향군인회상조회처럼 자산 횡령을 시도할 수 있는 여지도 존재한다.

현금이 두둑한 상조업체의 곳간은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이를 관리·감독 할 수 있는 규제는 미비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상조업체의 재무건전성과 경영 투명성 등의 감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제재 등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올 3월 말 기준 상조업체의 수는 84곳에 달하지만 이를 담당하는 곳은 부서 개념의 ‘할부거래과’가 전부다.

국내 금융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 역시 상조업체에 관한 규제 등에 관해 미온적인 입장이다. 상조업체의 선수금이 보험과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금융회사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상조업체 가입자는 작년 하반기 대비 약 35만명 증가한 636만명, 선수금 규모는 5조8838억원에 달한다. 막대한 금액이 상조시장에 몰려있지만 관리는 기업의 ‘양심’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제2의 제향군인회상조회가 또다시 발생한다면 상조업계 전반의 신뢰 하락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선수금을 내는 가입자의 피해로 돌아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조시장을 위한 관리·감독 규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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