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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M&A]면허 취소시 운수권·슬롯 재배분, 다른 LCC엔 '기회''완전자본잠식' 이스타항공, 법정관리 신청 유력…회생보단 청산 '무게'

유수진 기자공개 2020-08-04 14:01:51

이 기사는 2020년 07월 31일 14: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이 청산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보유 중인 운수권과 슬롯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4개월 넘게 셧다운을 이어오며 운항증명(AOC) 효력이 정지되는 등 사실상 완전자본잠식을 벗어날 방법이 없는 상태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회생보단 청산으로 결정날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다른 항공사들에는 새로운 기회가 열릴 전망이다. 운수권과 슬롯은 항공사가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핵심 자산으로 '다다익선'이기 때문이다. LCC와 신규 항공사들을 중심으로 치열한 쟁탈전이 펼쳐질 거란 예상이 나온다.

◇면허취소시 운수권·슬롯 정부에 귀속, 추후 재배분

이스타항공은 지난 23일 제주항공이 인수 포기를 공식 선언한 이후 신규 투자자 유치 등 '플랜B' 마련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미지급금이 1700억원에 달하는데다 강성 노조에 대한 우려 등으로 투자자 설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땅한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 법정관리행(行)이 유력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스타항공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될 것 같다"며 "현재 자본잠식 상태라 여러 가지 고려할 사안이 있다. 고용노동부와 함께 후속조치를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이 끝내 청산의 길을 걷게 될 거란 시각이 우세하다.

항공사업법 제28조(항공운송사업 면허의 취소 등)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항공운송사업자가 면허·등록 기준에 미달한 경우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이용자 안전과 편의 등을 보장할 수 있고 정상운항이 이뤄져야 면허유지가 가능하다. 면허가 소멸되면 정부는 항공사에 권한을 위임해줬던 운수권과 슬롯 등을 모두 회수하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운수권은 항공회담 등을 통해 정부가 확보한 자산을 항공사들이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준 것"이라며 "면허가 소멸됐을 땐 당연히 다시 정부에 귀속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회수해 간 운수권은 추후 다른 항공사들에 분배된다. 국토부는 매년 2월 말이나 3월 초에 정기적으로 운수권 배분을 하고 있다. 공고를 보고 항공사들이 신청하면 내부적으로 점수를 매겨 나눠주는 형태다.

예외적으로 통상 10월쯤 수시 배분을 하기도 한다. 정기 배분 이후 추가로 확보한 운수권이 사장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추가 배분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

항공사들 사이에서 운수권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자산으로 손꼽힌다. 일본과 동남아 등 항공자유화(오픈스카이) 지역이 아닌 곳에 비행기를 띄우려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항공사 제재 수단으로 쓰이기도 한다. 국토부는 항공사 임원이 '갑질'을 하면 신규 운수권 신청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특히 운수권 필요 국가들은 공급이 제한적이라 상대적으로 운임이 높게 형성된다는 특징이 있다. 수익성이 높은 노선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수요가 탄탄한 '알짜 노선'의 경우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작년 중국과 싱가포르 운수권 배분 당시 LCC는 물론 대형항공사(FSC)들도 앞 다퉈 노선 선점에 뛰어들었다.


이스타항공 보유 운수권 중에선 중국 노선이 알짜로 손꼽힌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5월 △인천-상하이 △제주-상하이 △인천-정저우 △부산-옌지 등 6개 노선 운수권을 확보했다. 이중 인천-상하이에는 LCC 중 유일하게 취항했다.

◇운수권보다 귀한 '슬롯'…LCC·신규 항공사 쟁탈전 예상

항공사가 비행기를 띄울 수 있도록 허가받은 시간대인 '슬롯'도 마찬가지다. 면허가 소멸되면 다시 정부가 환수해간다. 항공사들은 운수권보다 슬롯을 더 탐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신규 취항을 하려면 슬롯이 있어야 하는데 인천과 제주, 김해(부산) 등 주요 공항들은 이미 포화 상태여서 추가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이 작년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결심했던 것도 운수권과 슬롯 확보를 통한 사업 확장 목적이 컸다. 기존 사업자를 품는 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때문에 추후 LCC와 신규 항공사를 중심으로 운수권 및 슬롯 확보 전쟁이 시작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선 운항이 제한되며 당장 필요하진 않지만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선점에 나설 거란 뜻이다. 여객수요 증가에 적기 대응하려면 미리미리 다음 스텝을 준비해 둬야 한다.

국토부도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운수권과 슬롯 미사용분에 대한 회수를 유예해 주고 있다. 원래 운수권을 연간 20주 미만, 슬롯은 80% 미만 사용시 회수하는 게 방침이지만 올해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항공사들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 빈 비행기를 띄우는 걸 막기 위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슬롯은 1년에 두번 하계, 동계 스케줄 정할 때 내부 기준에 따라 배분한다"며 "이미 슬롯을 신청해놓고 대기하는 항공사들도 있다. 이스타항공 면허 취소시 환수되는 슬롯은 추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사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M&A 무산이 운수권과 슬롯 재배분 측면에서 볼 때 LCC나 신규 항공사들에 긍정적일 수 있다"며 "공급과잉 문제 해소에도 일정부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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