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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 리포트]일론 머스크의 노림수…'배터리 이니셔티브' 장악 포석배터리 내재화·원가 절감 계획 공개, 동시에 LG화학 등 거래처 '다독이기'

김경태 기자공개 2020-09-28 15:51:38

[편집자주]

최근 가장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는 산업군이 자동차산업이다. 내연기관 차량의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고 있고 친환경차 시대 진입 전 과도기 상황에서 로컬 뿐 아니라 글로벌 수요가 동시에 둔화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각종 환경 규제 등 다른 변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카마게돈'이라는 말도 나온다. ‘격변기’라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서 완성차업체들의 판매량과 실적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철강업체 등 유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기로에 놓인 자동차업계의 현주소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4일 15:5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테슬라(Tesla)가 '배터리 데이'를 개최한 뒤 발표 내용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이번 발표를 통해 전기차 시대의 주도권이 완성차에 있음을 각인시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배터리 생산 내재화 계획과 기존 거래처 수급 확대를 동시에 공언하면서 '강온양면'의 전략으로 생태계를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테슬라는 23일 오전 5시30분(현지시각 22일 오후 1시30분)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프리몬트공장에서 주주총회 및 배터리데이를 가졌다. 애초 4월에 예정한 행사였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해 열렸다. 배터리 데이를 앞두고 국내외에서는 테슬라가 차세대 배터리와 관련한 발표를 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하지만 행사에서 다뤄진 주된 내용은 배터리 가격 하락과 주행거리 향상 등이었다.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한 5가지 방안인 셀 디자인(Cell Design), 셀 공장(Cell Factory), 음극재(Anode Material), 양극재(Cathode Material), 차량 구조(Cell Vehicle Integration) 등도 예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내용으로 평가된다.

'배터리 데이'에서 발언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오른쪽). 왼쪽은 드류 바글리노 CTO. (출처: 테슬라 홈페이지)

국내 자동차업계와 증권업계 등에서는 배터리 데이에서 내용으로는 국내 배터리업체들을 심각하게 위협할 만한 기술과 관련된 구체적 발표는 없었다는 시각이 중론이다.

다만 테슬라가 가진 차세대 기술의 현주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향후 내재화 계획과 행사 개최 과정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테슬라가 이번 행사를 통해 전기차 시대에 완성차업체가 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 중요하다고 해석한다.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차량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2만여개가 사용된다. 전기차는 훨씬 적은 부품이 들어간다. 전기차 분석업체 EV어댑션(Adoption)은 전기차 부품은 7000개라고 분석했을 정도다.

이중 가장 핵심은 배터리다. 현재 세계에 다수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업체가 있지만 벌써 3강 체제가 형성됐다. LG화학이 올해 7월 누적 점유율 25.1%로 1위다. CATL은 23.8%, 파나소닉은 18.9%다. 상위 3개 업체의 합계는 67.8%에 달한다.

이 때문에 향후 전기차 시장이 확대하면 배터리 시장을 과점한 기업들이 완성차업체와의 거래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경우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주력 제품을 바꿔야 하는 기존 완성차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배터리업체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테슬라로서도 반갑지 않다.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내연기관차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가장 중요한 부품인 배터리 공급 금액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배터리업체에 우위를 넘겨주면 원가 절감 목표 달성이 어렵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45% 성장했다. 지난해 200만대를 돌파했다. 과거보다 커지기는 했지만 아직 태동기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향후에도 고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시장을 개척하는 테슬라로서는 더 늦기 전에 '배터리 이니셔티브'를 쥐어야 한다.

현대차그룹이 올해 들어 삼성·SK·LG그룹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과 같은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배터리를 외부에서 공급받아야 한다. 어느 한 거래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안정적으로 수급 받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술력이 높은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을 우군으로 확보했다.

출처: SNE리서치

다만 테슬라는 당장 배터리 자체 생산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파일럿 설비를 통해 일부 생산이 가능한 수준이다. 일론 머스크는 배터리 생산 규모를 2022년 100GWh(기가와트시), 2030년 3TWh(테라와트시) 규모까지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자체 생산 능력을 키우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배터리업체의 협조가 필요한 셈이다.

일론 머스크는 배터리 데이를 개최하기 전 트위터에 "우리는 LG화학과 파나소닉, CATL 등의 협력사에서 배터리 구매물량을 줄이지 않고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배터리 공급사들이 공급에 속도를 내더라도 오는 2022년 이후에는 중대한 물량 부족이 예상된다"고도 밝히면서 배터리 내재화 명분을 쌓았다는 분석이다.

국내 자동차업계와 증권가에서는 테슬라의 계획 달성이 불확실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테슬라가 그간 이룬 기술의 진보를 고려할 때 목표를 이룰 것이란 반론도 있다. 테슬라는 오바마 정부 시기 미항공우주국(나사·NASA)에서 이탈한 과학·기술 인재를 대거 영입해 10여년간 비약적인 기술 발전을 이뤘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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