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정책 지원 효과 점검]신속인수제, 넘치는 대체재에 관심 시들…낙인효과도 우려④두산인프라코어·폴라리스쉬핑만 신청…발행사 기피 이어질 듯
이지혜 기자공개 2020-10-05 14:04:16
[편집자주]
코로나 19 사태가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만큼은 이렇다 할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크게 개선되며 공모채 미매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전방위적 정부 지원 정책이 '안전판' 노릇을 하면서 투자심리 개선에 힘을 보탰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정책 별 실효성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 지원책의 자금 소진 현황을 점검하고 시장에 미친 영향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9일 15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도가 대기업 특혜 시비 등을 딛고 부활했지만 기업들의 관심은 정작 시들하다. 제도가 시행된 이래 약 반년 동안 두산인프라코어, 폴라리스쉬핑 단 두곳만이 신청했을 뿐이다. 2조원이 넘는 자금을 예산으로 마련해둔 것을 고려하면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과거 회사채 신속인수제도가 기업들의 숨통을 틔어줄 수단으로 여겨졌던 점과 대조적이다. 대체할 자금조달 수단이 많아졌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회사채 차환발행 지원 프로그램에서부터 채권시장안정펀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까지 활용할 수 있는 가용수단이 늘었다는 것이다.
낙인효과에 대한 우려도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피하는 이유로 꼽힌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활용하면 전환사채를 발행해야 해 지분 희석의 우려가 있다. 이를 감수해가면서까지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활용하는 것은 그만큼 기업의 조달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방증으로 여겨질 수 있다.
◇신청기업 ‘두 곳’뿐…수요 적다
29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활용한 기업은 단 두 곳뿐인 것으로 집계됐다. 두산인프라코어와 폴라리스쉬핑 등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6월 240억원, 8월 3150억원 등 3390억원 규모로 회사채 신속인수제의 도움을 받았다. 폴라리스쉬핑은 9월 300억원 규모로 지원을 받았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만기가 돌아온 공모채를 사모채로 차환해 KDB산업은행이 인수해주는 것을 말한다. 발행사가 만기 도래 회사채의 20%만 자체 자금으로 갚고 80%에 해당하는 규모로 사모채로 발행하면 KDB산업은행이 이를 인수해주는 방식으로 지원한다.
두산인프라코어와 폴라리스쉬핑이 지원받은 금액은 모두 3690억원이다. 당초 KDB산업은행 등 채권은행과 증권업계가 2조2000억원을 지원하려고 했던 것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신청한 기업이 두곳 뿐”이라며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신청했다가 심의에 걸려 떨어진 기업은 없다”고 말했다.
과거와 대조적이다. KB증권에 따르면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2001년, 2013년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겪고 난 뒤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편으로 등장했다. 2001년 지원받은 기업은 현대상선, 현대건설, 쌍용양회, 성신양회, 현대유화,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 등이다. KDB산업은행이 1년 동안 모두 2조9764억원 인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2013년에는 시행기간이 더 길어진 것은 물론 지원규모도 더 많았다. 동부제철, 한라건설, 현대상선, 한진해운, 대성산업 등이 지원을 받았으며 KDB산업은행 인수 규모는 3조477억원에 이른다.
◇‘대안 많다’…지분 희석·낙인효과 우려도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향한 관심이 시들한 대표적 이유로 대안이 많다는 점이 꼽힌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신속인수제가 아니더라도 발행사들이 차환을 위해 택할 수 있는 조달 방법이 과거보다 늘어났다”며 “단점이 뚜렷한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택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금융시장이 경색될 조짐이 보이자 각종 정책을 내놨다. 채권시장 안정펀드를 운용해 AA급 등 우량 회사채를 지원하는 한편 저신용등급 발행사를 위해 KDB산업은행 주도로 회사채 차환발행 지원 프로그램, 신용보증기금 중심의 P-CBO,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운영 등을 시행했다.
이 가운데 회사채 차환발행 지원 프로그램과 기업유동성지원기구는 역대 최초로 등장한 정책이다. 지원 규모도 각각 1조9000억원, 10조원이라는 점에서 결코 적은 편이 아니다.
더욱이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는 차환분의 20%를 발행사가 직접 상환해야 한다. 또 KDB산업은행 등 정부와 증권업계가 인수해주는 차환분 중 일부 물량은 CB(전환사채)로 발행해야 한다. 이 때문에 지분희석 등을 우려하는 발행사일수록 기피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단점은 낙인효과를 강화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지분희석 우려가 있는 데다 대안까지 있는데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활용하는 것은 그만큼 해당 기업의 조달로가 막혀있다는 의미”라며 “이를 활용할 만큼 기업상황이 좋지 않다는 낙인 효과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운영 효율성 떨어진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찾는 발행사는 앞으로도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지금 고민해야 할 것은 정책의 효과적 운영”이라며 “공모채 시장이 점차 안정을 찾는 상황에서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찾는 발행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채 발행을 지원하기 위해 등장해 정부는 3월부터 잇달아 각종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운영방식과 지원대상이 겹치는 사례도 적잖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지금처럼 운영한다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9월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는 모두 6조20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많은 것이다. 그럼에도 회사채 발행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진행됐다. AA급에서는 미매각 없이 모두 오버부킹을 거뒀다.
A급 이하 공모채는 업종 별로 차이가 크긴 했지만 기업유동성지원기구 등의 도움으로 일단 공모채를 발행하는 데는 대부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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