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장기CP 발행 급증, 여전사 주도 [Market Watch]7월 이후 물량, 상반기 대비 6배 증가…카드·캐피탈사 비중 55% 육박
이지혜 기자공개 2020-11-12 14:01:41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0일 16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기CP(기업어음) 발행량이 지난해 연간규모를 추월했다. 하반기 발행물량이 상반기의 6배가 넘었다.공모채를 발행할 여건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장기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장기CP를 택한 기업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장기CP는 만기가 1년 이상인 CP를 말한다. 경제적 실질이 회사채와 같아 자본시장을 왜곡하는 주범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카드사나 캐피탈사 등 여전사의 행보가 두드러졌다. 장기CP 발행대열에 합류한 여전사 수가 늘어난 것은 물론 발행규모도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사태로 여전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었던 데 교훈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의 투자한도를 고려한 조치라는 시각도 나온다.
◇지난해 연간 발행규모 추월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7월부터 현재까지 발행된 장기CP가 모두 4조82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쇼핑을 시작으로 롯데카드, 아워홈,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최근 4달 사이에만 모두 21곳이 장기CP를 발행했다.
올해 상반기 장기CP 발행량 7600억원과 비교해 6배가 넘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만기 1년 이상의 장기CP를 발행한 기업은 모두 9곳이다. 하반기 장기CP 발행물량은 지난해 연간 발행규모를 훨씬 넘는다. 지난해 장기CP는 상반기 9800억원, 하반기 1조8650억원 등 모두 2조8450억원 발행됐다. 발행사는 모두 14곳이다.
비금융기업 가운데서는 롯데그룹이 장기CP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롯데쇼핑 2000억원, 호텔롯데 7500억원, 롯데렌탈 1000억원, 롯데지주 1000억원, 롯데하이마트 1000억원, 부산롯데호텔 1700억원, 코리아세븐 1000억원, 롯데글로벌로지스 1500억원 등이다. 비금융 롯데그룹 계열사 8곳이 1조6700억원 규모로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유통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하는 롯데그룹이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며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데다 공모채를 발행하기도 여의치 않아 장기CP를 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기업이나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공모채를 발행하는 데 있어서 투자수요을 확보하기가 현재 만만찮다. 투자수요를 간신히 모으더라도 개별민평수익률보다 금리를 높게 제시해야 하는 사례가 많다. 이렇다 보니 장기CP를 발행해 개별민평수익률이 오르는 것을 막으면서 장기자금을 조달하는 고육지책을 쓴다는 것이다.
◇여전사 존재감 강력, 조달 다각화·투자자 확보 안간힘
하반기 장기CP 발행량이 크게 늘어난 데는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전사의 비중이 컸다.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전사가 발행한 장기CP는 모두 2조6700억원 규모로 하반기 발행물량의 55%가 넘는다.
하반기 장기CP를 찍은 여전사 수도 9곳에 이른다. 롯데카드와 메리츠캐피탈이 상반기에도 장기CP를 발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장기CP 발행사는 모두 10곳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5곳이었는데 올해 두 배가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여전사들이 조달 다변화에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분석됐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여전사들이 올해 상반기 한두달가량 여전채를 발행하는 데 크게 어려움을 겪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여전채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발행되는 장기CP를 보면 채권을 발행할 때와 금리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장기CP로 조달 수단을 다각화할 경우 내부 KPI 등 성과지표에 긍정적일 수 있어 장기CP를 택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자들의 투자여력을 남겨두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신한카드, 롯데카드, 현대카드 등 카드사들은 신용등급이 AA급으로 상대적으로 높다. 여전채 시장이 안정되면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여전채를 대량으로 발행하는 만큼 투자자들의 투자여력이 소진될 수 있으므로 장기CP를 발행한다는 것이다. 장기CP는 투자자군이 증권사 신탁이나 랩 계정이기에 여전채와 투자자군이 겹치지 않는다.
캐피탈사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다른 관계자는 “캐피탈사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장기CP를 발행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투자여력이 높은 수준”이라며 “장기CP를 발행해 조달을 다각화하고 선제적으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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