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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키맨 줌인]대림산업 '아크로' 고전, 중책맡은 이규성 주택사업본부장정비사업 수주전 잇단 패배…톱 브랜드 위상 유지 과제

고진영 기자공개 2020-11-13 10:26:11

[편집자주]

건설경기에 불어닥친 풍랑이 심상치 않다. 주택사업은 규제가 옥죄여오고 해외사업은 코로나19 여파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처럼 조류가 위협적일수록 CEO의 지시를 따르는 조타수에게도 노련함이 요구되는 법이다. 거센 파고가 이는 건설업계에서 조타기를 잡고 침로 유지에 매진 중인 각 분야 키맨들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1일 10: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설사들에게 주택 정비사업이 중요한 이유는 사업성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높은 사업성만큼 ‘톱 브랜드’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 유지를 위한 업계 신경전 역시 갈수록 치열해지는 추세다.

대림산업의 아파트브랜드 ‘아크로’는 이런 점에서 아쉬운 한 해를 보냈다. 눈독 들였던 노른자위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연이어 패배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담당임원들도 대거 교체됐는데 설욕의 책임을 넘겨받은 새 지휘관은 이규성 주택사업본부장이다.

대림산업 주택사업본부장은 올해 7월 교체됐다. 당초 박상신 전 본부장이 2017년부터 조직을 이끌었지만 고문으로 물러났다. 비슷한 시기 주택사업본부에서 김종태·이종태 전 담당임원, 김정욱 전 사업부장도 줄줄이 퇴임했으니 무려 4명의 임원이 직책을 내려놓은 셈이다.

빈 자리에는 박유신 실장, 손동석·김준범·박승미 담당임원 등을 새로 선임해 충원하는 등 주택사업본부 경영진들을 큰 폭으로 물갈이했다. 가장 중요한 박 전 본부장의 공백은 이규성 본부장이 채웠는데 이를 두고 상당한 고속 승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본부장은 1965년 7월생으로 경희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입사했으며 차장까지 쭉 건축현장에서 일했다. 부장에 오르고서는 공사관리팀에 있었고 상무보 직급을 달아 임원에 오른 것은 2016년 말이다. 당시 건축사업본부 담당임원을 맡았다.

그러다 이듬해 말 주택사업본부 담당임원으로 보직을 옮겼고 2018년 말에는 상무로 승진, 직제가 개편돼 전무나 상무 등의 직급이 없어진 2019년 말부터는 주택사업본부 사업부장을 담당해왔다.


임원으로 승진한지 불과 4년도 안돼 주택사업본부장에 오른 셈이다. 이 본부장 휘하에 있는 김홍대 담당임원과 홍록희 담당임원이 이 본부장과 입사시기는 비슷해도 상무보 진급은 1년 빨랐는데 이를 추월했다.

전임인 박상신 전 본부장이 대림산업 대표이사까지 역임했던 고위인사라는 대목에서도 이 본부장이 이어받은 자리의 무게를 짐작할 수 있다. 최근 건설보다는 유화사업 쪽에 힘을 싣는 그룹 분위기를 감안해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대림산업은 원래 시기에 구애받지 않고 수시로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하지만 이 정도 대규모 인사 이동은 이례적인 면이 있다”며 “정비사업 수주 성적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림산업은 상반기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가장 탐나는 먹거리를 2개나 놓쳤다. 우선 4월 있었던 ‘신반포15차아파트 재건축사업’ 수주전의 경우 규모는 작았지만 인근에 대표작 ‘아크로 리버파크’가 있기 때문에 아크로 브랜드단지를 지을 수 있는 기회였다.

삼성물산, 호반건설과 3파전을 펼쳤으나 결국 승리는 삼성물산의 몫이 됐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브랜드 파워가 떨어지는 호반건설에까지 밀려 대림산업이 가장 적은 표에 그치는 쓰라린 낭패를 봤다.

대형 수주전을 앞두고 조짐이 좋지 않았던 셈이다. 실제 바로 두 달 뒤인 6월, 대림산업은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 사업으로 불리는 ‘한남3재정비촉진구역(한남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의 시공권 역시 현대건설에 내줬다.

수주전 여파로 '한남3구역 방지법'까지 거론될 정도로 격전이었다. 대림산업은 사업에 쓰일 7조원의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미리 금융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공을 들였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상황이 이러니 박 전 본부장의 퇴임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추측이 지배적인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대림산업 관계자는 “인사 이동이 한남3구역 수주 실패 때문에 있었던 것은 아니고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의 배경은 차치하더라도 이 본부장이 중책을 짊어지게 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수주전에서의 잇단 고전이 브랜드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수 있는 만큼 정비사업 시장에서 아크로 위상 회복이 중요한 국면이기 때문이다.


9월까지 대림산업의 정비사업 수주실적을 보면 총 1조1356억원어치의 일감을 따냈다. 1조원을 돌파하기는 했으나 80년 역사 주택 강자인 대림산업의 명성을 감안하면 다소 기대에 못미친다. 5월 수주한 방배삼익아파트 재건축과 당산 유원제일1차 재건축을 제외하면 전부 지방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배삼익과 유원제일1차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본부장은 분양물량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9월까지 대림산업은 5000가구를 분양하면서 연초 계획인 2만2000가구의 22.7% 정도를 채우는 데 머물렀다. 4분기에 1만1000가구가량을 몰아서 분양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목표에는 미달할 전망이다. 작년 공급한 2만600가구와 비교해도 물량이 확 줄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분양의 경우 재개발이나 재건축 사업들의 인허가가 지연되는 문제가 있고 각종 이슈로 일정이 계속 밀리다보니 내년으로 이월된 물량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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