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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하림그룹, 확장 따라 진화…견제기능 강화는 '글쎄'①2015년 전 자발적 손질, 사외이사 증원·위원회 확대

정미형 기자공개 2020-12-02 10:40:08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7일 07:3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림그룹의 모태는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1986년 설립한 하림식품에서 출발한다. 지금의 ㈜하림을 세운 것은 1990년이다. 양계축산에서 시작해 지금의 사료, 식품제조, 유통판매, 해운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35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김 회장은 하림그룹의 사세를 불리기 위해 왕성한 인수·합병(M&A) 전략을 구사했다. 2000년대 들어 닭고기 가공전문업체 올품, 가축사료업체 천하제일사료(현 제일사료), 가축약품업체 한국썸벧(현 한국인베스트먼트), 홈쇼핑업체 NS홈쇼핑 등으로 손을 뻗어나가며 재계 서열 27위, 자산 규모 12조대 회사로 올라섰다.

㈜하림의 이사회도 그룹의 사세 확장과 함께 진화해나갔다.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이사회 구성은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사외이사 수 확대, 소위원회 도입 등으로 이사회를 보강하며 기업 규모에 맞춰 기반을 닦아 나갔다.

◇대기업집단 편입 앞두고 이사회 대대적 손질

㈜하림 이사회는 2015년을 기점으로 형태의 변화가 찾아온다. 이전까지만 해도 ㈜하림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에 사외이사는 1~2명을 유지하는 선에서 구성됐다. 사내이사 수가 절반을 넘는 사측 우위의 전형적인 이사회였다.

당시 사내이사는 김 회장을 비롯해 이강수 하림그룹 부회장, 이문용 ㈜하림 대표이사 사장이 축을 이뤘다. ㈜하림에서만 수십 년을 근무하며 하림그룹을 대표하는 인물들이었다. 사외이사 한두 명으로는 견제나 감시 역할이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했다.

사외이사가 소수에 불과한 탓에 소위원회 운영도 어려웠다. ㈜하림은 이사회 내 내부거래위원회를 운영해왔다. 공정거래 자율준수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회사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목적에서였다. 사업 특성상 농가에서 닭을 사육하고 도계, 가공 등을 거치기 때문에 소속된 계열회사만 60여곳에 달했다. 내부거래위원회를 가장 최우선으로 뒀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2015년 들어 ㈜하림은 대대적인 이사회 손질에 나섰다. 사외이사를 3명으로 보강하고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추가로 설치했다. 회사 정관을 변경하고 이사회 정관 항목에 위원회 항목을 신설하고 기존에는 없던 위원회 설치 운영 건을 집어넣었다.

㈜하림은 2014년 말 자산총액 5389억원으로 감사위원회 의무 설치 대상은 아니다. 현행 상법에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 기업의 경우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사회 과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둬야 한다는 요건도 있다.

◇'사외이사 수=사내이사 수'…견제기능 물음표

이는 하림그룹이 대기업집단 편입을 앞두고 자발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하림그룹은 이듬해인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 집단에 편입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벌크선사인 팬오션 인수를 사실상 확정한 상태로 팬오션은 자산만 5조원에 달했다. 대기업 집단은 자산총액 5조원이 기준이다.

앞서 하림그룹은 이미 2011년부터 자체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기 시작했다. 연이은 M&A로 사업 효율화가 필요했고 복잡한 지배구조를 단순화해야 했다. 이때 하림그룹은 지주사를 만드는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고 4개(제일홀딩스, 선진지주, 하림홀딩스, 농수산홀딩스) 지주사를 약 8년에 걸쳐 하림지주라는 단일 지주사로의 전환을 이끌어냈다.

㈜하림의 이사회 손질 역시 지배구조 개편 중 하나로 김 회장이 그룹을 대기업 집단 반열에 올려놓고자 하는 큰 그림에서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하림이 그룹을 이끄는 핵심 계열사로서 이사회 운영에 대한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셈이다.


다만 ㈜하림 이사회가 이전보다 개선되기는 했지만 다른 대기업과 비교했을 때 모범적인 케이스는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사회 의장이 여전히 오너 김 회장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사외이사 비율도 절반을 넘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사외이사를 통한 견제의 기능이 강화되기는 했지만 유의미한 기능을 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사외이사가 견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지도 미지수다. 사외이사 수가 절반을 넘는 업체의 경우도 사외이사가 거수기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한데 ㈜하림의 경우 동일한 수를 유지하고 있어 내부 경영진의 의견이 가로막힐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다.

지배구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감시와 견제라는 사외이사의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비단 한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권한과 책임이 확실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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