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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에 빠진 조현식 부회장, 자회사 합병 '기권' 배경은 "대주주로서 고민" 기권 선택, 조현범 사장 대표 선임안은 찬성

유수진 기자공개 2020-12-04 09:19:14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7일 16:3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대표이사(부회장)가 자회사 한국아트라스비엑스를 흡수합병하는 안건에 기권표를 던져 눈길을 끈다.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동생 조현범 사장의 그룹 내 입지가 커질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26일 오전 11시 이사회를 열고 한국아트라스비엑스 합병 및 대표이사 추가 선임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3명이 모두 출석(통신기기 이용 참석 포함)했다. 현재 사내이사는 경영권 갈등을 겪고 있는 조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이다. 조 부회장은 의장 자격으로 이사회를 주재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조현식 부회장(왼쪽)과 조현범 사장

논의된 안건은 총 다섯 건이다. 구체적으로는 △합병계약서 체결 승인의 건 △자기거래 승인의 건 △주주명부 확정 기준일 설정의 건 △자기주식 처분 승인의 건 △대표이사 선임의 건 이다. 마지막 대표이사 선임건을 제외하고 나머지 네 건이 합병과 관련된 의안들이다.

이날 조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으로서 이사들에게 한국아트라스비엑스와의 합병이 시너지 극대화를 통한 새로운 성장기회 모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 등 합병 이후 예상되는 이점과 영향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합병계약 체결을 승인해달라고 제의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본인은 기권표를 던진 것으로 파악됐다. 조 부회장은 합병과 관련이 있는 안건 네 건 모두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해당 안건들은 나머지 이사 4명 전원의 찬성으로 모두 통과됐다.

<출처:이사회 의사록 발췌>

업계에서는 조 부회장이 의결권 행사 방향을 놓고 깊은 고민을 거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찬성할 수도, 반대표를 던질 수도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합병이 되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순수지주회사에서 사업지주회사로 변모해 신규 사업 발굴 및 투자에 적극 나서게 된다. 신사업과 미래먹거리 발굴은 그동안 동생인 조 사장이 집중해오던 분야다. 경영권 분쟁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동생에게 그룹 주도권을 뺏긴 것 같은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표이사로서 반대표를 행사할 수도 없다.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합병으로 안정적인 투자 재원 확보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증대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회사를 이끌어가는 대표이사 입장과 경영권을 포기할 수 없는 대주주 입장이 충돌해 결국 기권을 택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관계자는 "조 부회장이 합병 이후 시너지를 고려해 대표이사로서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대주주로서는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기권을 선택했다"며 "여러 가지 방면에서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날 유일하게 조 부회장이 찬성표를 던진 안건은 '대표이사 선임의 건'이다. 이사회는 조 사장을 각자 대표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의장'인 조 부회장은 해당 안건에 대해서도 대표이사 추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의안은 만장일치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사회 의사록 서명란에는 조현범 사장도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를 두고도 조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 사장의 대표 선임이 달갑지 않겠지만 찬성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최대주주인 조 사장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직접 경영에 나선다는데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의미다.

현재 조 사장의 지분율은 아버지 조양래 회장의 증여 지분 25.59%를 포함해 42.9%로 나머지 삼남매의 지분율 합인 30.97%를 큰 폭으로 앞선다. 이와 관련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재단 이사장은 7월30일 조 사장의 주식 매입 과정이 석연치 않다며 조 회장의 성년후견을 신청하는 등 차남인 조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 삼남매의 대립 구도로 경영권 분쟁이 여전한 상황이다.

이날 이사회 결의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조현식 대표 체제에서 조현식·조현범 각자 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앞으로 조 사장은 회사 경영과 관련해 조 부회장과 무관하게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이번 이사회를 기점으로 조 사장이 그룹 내 입지를 강화해 '승계 구도 굳히기'에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며 실형을 면한 만큼 추후 경영활동에도 걸림돌은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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