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구조조정]옛 대우중공업 유산, 20년만에 현대중공업 아래 헤쳐 모여그룹 해체시 대우종합기계·대우조선공업으로 분리...정주영· 김우중 회장 인연도 눈길
조은아 기자공개 2020-12-14 09:12:03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1일 14시2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대우조선해양이 우여곡절 끝에 한 지붕 아래 모인다. 2000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흩어진 지 20년 만이다. 두 회사의 전신인 옛 대우중공업과 대우조선공업은 1994년 합병해 7년 동안 한 회사로 지냈다.현대중공업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가 마무리되고 현재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승인 절차도 모두 끝나면 국내기업 역사에서도 유의미한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의 모태는 1973년 설립된 대한조선공사의 옥포조선소다. 대우그룹이 1978년 인수해 대우조선공업주식회사로 이름을 바꿨고 1994년 대우중공업에 합병됐다. 2000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대우중공업은 대우조선공업,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 대우중공업으로 나뉘었고 대우중공업은 청산됐다.
대우조선해양은 한때 한화그룹 품에 안길 수 있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무산되는 등 지난 20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대우조선해양과 비교하면 순탄한 세월을 보냈다. 2005년 두산그룹에 인수돼 그룹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간판'으로 성장했고 ‘대우’라는 이름도 인수 직후 떼버렸다.
두 회사가 돌고 돌아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되면서 두 그룹 창업주들의 얄궂은 인연도 눈길을 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악연은 과거 재계에서는 잘 알려진 일이다.
특히 두 사람의 사이가 결정적으로 틀어진 계기가 현대양행이 대우그룹으로 넘어간 일이었다는 점을 볼 때 수십 년 뒤 대우중공업의 유산이 범(凡) 현대그룹으로 인수된다는 점도 흥미롭다.
현대그룹은 1980년 군부의 압력으로 현대양행을 내놨고 현대양행은 대우그룹으로 넘어가 한국중공업이 됐다. 그 뒤 국유화를 거쳐 2000년 12월에 두산그룹이 인수해 두산중공업이 됐다.
정 명예회장과 김 전 회장의 기업관도 정반대다. 맨주먹으로 시작한 정 명예회장은 M&A로 그룹을 키운 김 전 회장을 처음부터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정 명예회장이 기술 개발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김 전 회장은 기술 역시 기업처럼 다른 데서 들여오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두 그룹은 과거 자동차와 조선, 종합무역상사 등 주력사업이 겹쳐 현장 직원들의 라이벌 의식도 컸다고 한다.
이번 인수로 재계에 얼마 남지 않은 ‘대우맨’들도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조우한다.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은 1979년 대우조선공업으로 입사했다. 박두선 부사장, 최용석 부사장도 모두 1980년대 대우그룹 시절에 입사했다.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대표이사 사장 역시 대우자동차 출신으로 대우그룹 시절을 겪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건설기계와 두산인프라코어를 합치면 국내에서 50% 이상의 시장점유율로 압도적 위치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현대중공업그룹 조선사들과 대우조선해양을 더하면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21% 수준까지 올라간다.
다만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해 3월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지만 2년이 다 돼가도록 합병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다. 해외 기업결합심사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지연되고 있는 탓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Policy Radar]금융당국, SKT 사태 '비상대응본부' 구성
- [은행경영분석]농협금융, 예대업 약화…낮아진 비은행 기여도 '설상가상'
- [여전사경영분석]우리금융캐피탈, 대손비용 부담 확대로 실적 개선 제동
- [금융 人사이드]캠코 사장 단독후보에 정정훈 전 세제실장…'자본확충' 첫 시험대
- [은행경영분석]제주은행, 90% 넘는 지역 의존도…가파른 연체율 상승세
- [은행경영분석]BNK금융, 건전성 지표 저하 '밸류업 복병' 부상
- [금융사 KPI 점검/하나은행]본사 정책 평가 강화, '건전성·손님만족' 항목 힘줬다
- [Policy Radar]보험업법 규제 기준 킥스비율 130%로 낮아진다
- [교보생명 지주사 전환 전략 점검]지주사 전환 단초 된 SBI그룹 동맹 강화
- 밸류업에 진심인 신한금융, 장기 성과급 80% 연동
조은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밸류업에 진심인 신한금융, 장기 성과급 80% 연동
- [은행권 알뜰폰 사업 점검]KB국민은행 리브모바일 5년, 의미있는 발걸음
- [은행권 알뜰폰 사업 점검]돈 못 버는 알뜰폰, 호수될까 악수로 남을까
- KB금융 "건전성 회복, 그룹 차원 최우선 과제로 설정"
- [thebell desk]9개월차 금융 출입 단상
- 은행 살아난 KB금융, 분기 기준 역대 두 번째 순이익
- 우리금융도 실적발표 앞두고 일반주주 질문 직접 받는다
- [신한금융-더존비즈온 맞손]2대주주 더존비즈온 역할은
- [신한금융-더존비즈온 맞손]신한이 매출 4000억대 '중견기업' 선택한 이유는
- [신한금융-더존비즈온 맞손]제주은행 주가 급등한 두 가지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