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아H&B, '주당 10원'된 지엠홀딩스 전철 밟나 에이블씨엔씨 지나친 기대감이 낳은 '인수가' 후폭풍…550억 매출 달성 '실패'
김선호 기자공개 2020-12-17 10:16:35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5일 13: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이블씨엔씨의 품에 안긴 화장품 업체 제아H&B가 지엠홀딩스와 같이 기업가치가 뚝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에이블씨엔씨와의 시너지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코로나19 위기로 기대만큼 실적을 올리지 못하면서다.제아H&B는 월마트 출신의 김헌석 대표가 설립한 화장품 수입 유통 전문 기업이다. 스틸라, 뿌빠, 부르조아 브랜드 등 해외 프리미엄 색조 브랜드를 국내 헬스앤뷰티(H&B), 백화점, 면세점 등에 공급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에이블씨엔씨는 이러한 제아H&B를 지난해 초에 인수하고 화장품 브랜드 다각화를 이뤄내 실적 개선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했다. 주력 브랜드 ‘미샤’ 단독 브랜드 매장 등을 멀티숍으로 전환하던 때로 같은 시기에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셀라피를 운영 중인 지엠홀딩스 인수도 함께 추진했다.
당시 에이블씨엔씨는 제아H&B와 지엠홀딩스 모두 지분을 나눠 인수하기로 했다. 먼저 1차거래에서는 금액을 확정하고 인수한 뒤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남은 지분은 향후 거래 시에 실적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재평가해 인수가격을 정하기로 했다. 2·3차 거래의 일정은 특정하지 않았다.
1차거래 시 에이블씨엔씨는 제아H&B 최대주주 김 대표의 총 보유 주식 중 7만2000주에 대해 552억원을 지급했다. 그중 49억원 가량은 에이블씨엔씨의 자기주식 26만2915주를 김 대표에게 양도하는 것으로 진행했다. 제아H&B의 1주당 가격으로 77만원으로 책정했다.
제아H&B의 총 발행 주식은 15만주다. 이를 1차거래 시 책정된 금액으로 계산할 시 제아H&B의 기업가치는 총 1150억원이었다. 그중 김 대표가 보유한 지분 80%(12만주)에 대한 양수금액으로 920억원이 책정됐다. 해당 규모대로면 에이블씨엔씨는 2차 거래에서 김 대표에게 368억원을 지급해야 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2차 거래에서 예상했던 만큼의 지분 가치를 평가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지엠홀딩스가 기대만큼 실적을 올리지 못하면서 1주당 3만대였던 가격이 최근 2차와 3차거래에서 각 342원, 10원으로 책정돼 M&A(인수·합병)이 최종 종결됐기 때문이다.
에이블씨엔씨는 제아H&B를 인수하면서 지난해 매출로 55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제시했지만 실제 매출은 301억원에 그쳤다.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42.3% 감소한 124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6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적자전환했다.
특히 지엠홀딩스가 올해 적자경영에도 불구 매출이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아H&B의 실적 하락은 더욱 거세게 진행됐다. 지엠홀딩스보다 제아H&B의 기업가치가 예상가 대비 더욱 하락할 것으로 분석되는 이유다.
실적 하락의 원인은 에이블씨엔씨의 매출 구조가 여전히 오프라인 유통채널에 의존하고 있는 탓이 컸다. 온라인 유통채널이 점차 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맹점·직영점 등 오프라인이 43.7%로 매출 중 최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비대면) 소비 증가에 따른 수혜 효과를 보지 못한 이유다.
에이블씨엔씨와의 시너지 효과를 보지 못한 가운데 실적 하락에 대한 책임은 각 자회사 수장을 맡은 대표에게 주어졌다. 에이블씨엔씨가 지엠홀딩스를 진두지휘했던 정형록 대표의 잔여 지분에 대해 1주당 10원으로 책정한 이유다.
제아H&B 또한 에이블씨엔씨에 편입된 이후에도 여전히 김 대표가 수장을 맡고 있는 중이다. 만약 지엠홀딩스와 같은 계약 조건이 적용될 시 김 대표가 아직 보유하고 있는 제아H&B 지분 총 인수금액이 예상가 대비 대폭적으로 삭감될 것으로 분석되는 지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는 지난해 인수 계약 당시 기대감이 컸던 탓에 제아H&B와 지엠홀딩스의 몸값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결과"라며 "인수한 자회사가 아픈 손가락 전락함에 따라 M&A(인수·합병)에 따른 현금 유출까지 부담이 더욱 커졌다"고 전했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제아H&B 인수 계약에서도 지엠홀딩스와 같은 조건이 적용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아직 지엠홀딩스와 달리 제아H&B의 잔여 지분 인수 일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아 정확한 총 인수가가 책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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