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1월 27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공모주 시장에선 균등배정 방식이 단연 화두다. 균등배정은 일반청약자 배정물량의 절반 이상을 최소 청약증거금을 납입한 모든 청약자에게 동등하게 나눠주는 방식이다.증거금을 많이 낼수록 물량을 많이 가져가는 기존 차등배정 시스템의 단점을 개선하는 방책으로 고안됐다. 개인투자자의 대대적 환영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러나 공모주 발행을 주관하는 IB와 공모주에 투자하는 운용업계는 한숨부터 쉬고 입을 연다.
신축년 기업공개(IPO) 시장은 역대급 호황을 예고했다. 통상 IPO 비수기로 통하는 1월임에도 10곳 넘는 기업이 IPO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일반청약을 마친 예비 상장사들은 기본 수천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1호 상장사인 엔비티는 경쟁률이 약 4400대 1에 달했다. 작년 증시가 급격히 반등하는 과정에 불어 닥친 공모주 투자 열풍이 시초였다.
SK바이오팜이 포문을 열었다. '따따따상'이라는 신조어를 낳으며 전례 없는 진기록을 쓴 주인공이다. 공모가의 2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사흘 연속 상한가로 직행하는 것을 본 개인투자자들은 앞다퉈 공모주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올해도 폭발적인 유동성을 업고 공모주 인기는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공모주 시장이 전례 없이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마중물 역할을 자처하며 내놓은 게 균등배정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공모주 시장 바이오리듬을 간과한 조치다. IB업계에선 균등배정 도입으로 큰손들의 입지가 줄어든 채 IPO 시장이 하락 사이클로 돌아설 경우 시장 투심이 전보다 빠르게 식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경우 IPO 기업 펀더멘털과 관계 없이 실권주가 늘어날 개연성이 더 커진다.
제반 시스템이 미비한 탓에 당분간 불공정·편법 행위를 막을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증권사는 차명계좌 남용, 복수 청약 등 시장질서에 반하는 행위를 막을 시스템을 아직 구비하지 못했다고 한다. 관련 시스템을 개발 중이긴 하나 언제 완성해 정착시킬 수 있을지는 기약이 없다.
균등배정 도입으로 일반청약 시장을 주도해온 거액 자산가들의 입지가 크게 줄어든다. 그러나 소수 자산가를 제외하면 IPO 시장 활성화의 과실을 다수가 공유한다는 취지는 전국민적 공감을 이끌어내기 충분하다. 다만 균등배정 시행에 앞서 장기적인 비전 파악과 철저한 준비가 선행되지 않았다는 점은 명백하다.
벌써 일각에서 포퓰리즘 논란이 나오고 있다. 올해는 별 탈 없이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내년 혹은 내후년 증시가 하락장으로 돌아선 이후에는 어떨까. 이미 시행된 제도를 당장 물릴 수는 없다. 그렇지만 시장 기세가 꺾일 것을 대비해 지금이라도 일몰제 적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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