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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cy Radar]'빅브라더 vs 소비자보호' 한은-금융위 전금법 갈등 심화개인정보 침해 우려 두고 격론, 핵심은 예결원 주도권 다툼

김규희 기자공개 2021-02-18 07:34:06

이 기사는 2021년 02월 17일 14:4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빅테크 기업에 대한 지급결제 관리·감독 권한을 둘러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한은은 금융위 주도의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에 대해 '빅브라더 법'이란 언급까지 하며 공세 수위를 높혔다. '소비자보호'를 앞세워 항변 중인 금융위와 한은의 입장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기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다.

한은은 “전금법 개정안은 명백한 빅브라더법이며 중앙은행 지급결제망이 ‘빅브라더’ 수단으로 이용되어선 안된다”는 공식 입장을 17일 내놨다. 국내 법무법인 2곳을 통해 법률 검토를 거친 끝에 이같은 입장을 정리했다.

이번 논란의 원인은 빅테크·핀테크 등 기업들의 거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모든 거래를 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에서 처리하도록 하고 금융위가 청산 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갖도록 하는 법안 개정안에 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정무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전근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고 이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 법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금융위가 발표한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 후속 작업의 일환이다. 빅테크 기업의 결제 과정에서 자금 거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별도 기관'을 통한 청산 작업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시작됐다.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토스머니 등 선불충전금의 소유권은 이용자에서 빅테크로 넘어가는데 향후 분식회계 등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산 작업을 위한 별도 기관의 감독권을 '금융위'가 갖겠다는 게 기본 생각이다. 그런데 거래청산 기관으로 한은이 관리 감독권을 갖고 있는 금융결제원(금결원)을 지정하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한은은 전금법 개정안이 한은의 지급결제제도 관리 권한 자체를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한은과 금융위가 금결원을 두고 소위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한은은 청산 업무와 결제 업무는 따로 이뤄질 수 없고, 청산 업무만 금융위가 따로 관리·감독하지 않더라도 전자지급거래 집중기관으로 지정하는 등 방식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도 금융위가 금결원에 대한 일부 관리·감독권을 가지려는 것은 사실상 '통솔권'을 모두 가져가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아울러 한은은 금융당국이 금결원을 통해 빅테크 업체들의 모든 거래정보를 제한 없이 수집할 수 있게 되어 개인정보 침해 우려도 있다는 입장이다. 중앙은행 지급결제망이 ‘빅브라더’ 수단으로 이용되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위가 금결원에 대한 허가권과 감시·감독·규제 권한을 가질 수 있고 자료 제출을 명령하거나 직접 검사도 가능하다. 이 경우 개인 거래정보를 과도하게 취득할 수 있다는 게 한은 주장이다.

한은은 개정안이 개인정보보호법 제3조에 따른 ‘필요 최소한의 수집 원칙’에 위반되며 헌법 제 17조 및 제10조에서 보장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도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위는 빅테크업체 거래정보 수집의 이유로 이용자 보호와 거래 투명화를 들고 있지만 이는 가정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가정에 CCTV를 설치해 놓고 지켜보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디지털금융 혁신과 안정 목적에서 벗어나 개인정보 수집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빅브라더 관련 조항은 삭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금융위는 금융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빅테크 기업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빅테크 업체가 고객 돈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등 부작용 방지를 위해 금융당국의 체계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금결원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가짐으로써 사실상 통솔권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는 한은 시각에 대해서도 입장을 달리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예탁결제원이나 한국거래소 등 주요 금융시장 인프라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 등에 따라 체계적으로 감독되고 있는데 금결원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다. 민법상 사단법인으로서 감독 하던 것을 전근법에 규정하고 체계적으로 진행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한은이 제기한 개인정보 침해 우려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청산기구에 모이는 빅테크 거래정보는 당국이 들여다 볼 수 없고, 또 오로지 소비자 보호에만 사용되도록 개정안에 규정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전금법 개정안은 빅테크 기업이 고객이 입금한 선불충전금을 은행 등 외부 기관에 예치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빅테크 기업 등이 도산하는 경우 고객에게 빅테크 기업 뿐 아니라 외부 기관에도 반환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청산 과정에서 당국이 객관적인 정보를 확인한다.

다른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 등은 예치금을 빅테크 고객 개개인 명의로 관리하지 않고 하나의 회사 명의로 관리한다. 기업이 분식회계 등으로 파산한 경우 명확한 자금 출처를 확인할 수 없게 되는데 이 때 당국이 청산기구에 모인 거래 정보를 확인하고 은행에 확인해주는 절차를 거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한은이 제기하는 개인정보 침해 우려에 대해 오히려 한은이 지금까지 해왔던 지급결제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은이 지금까지 해왔던 지급결제시스템과 소비자보호 관행에서 앞으로도 계속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면 청산제도가 의미가 없지 않냐는 것이다.

앞선 관계자는 “만약 한은이 소비자보호 의지가 있다면 ‘빅브라더’ 이슈로 ‘아무 것도 하지 말자’고 할 게 아니라 다른 안전장치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이 책임있는 기관의 모습”이라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보안장치를 강화하는 등 생산적이고 심화된 논의가 오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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