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게임사 리포트]'스타'로 큰 한빛소프트, 아쉬운 성적의 '남매 체제'2000년대 스타크래프트 유통으로 상장까지…김유라 대표 체제 이후 하락세
성상우 기자공개 2021-03-08 08:13:30
[편집자주]
게임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게임산업은 언택트 수혜주로 각광을 받았는데 지금까지 스포트라이트는 대형사에 집중됐다. 소외돼 왔던 중소게임사들이 실적 반등에 성공하며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언택트 수혜가 단발성 이벤트로 그칠지, 중장기 성장 모델로 자리잡을 지 게임업계 변화를 조망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3일 07: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게임 유저 중 '스타크래프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듯 하다. 국내에 PC방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PC방과 온라인게임을 하나의 산업군으로 정착시킨 게임이다. 'e스포츠'와 '프로게이머'를 처음으로 탄생시킨 게임이기도 하다.스타크래프트를 국내에 공급한 회사가 한빛소프트다. 2000년대 전후 '스타크래프트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이후 '디아블로2'와 '워크래프트3' 판매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1세대 게임사로 자리잡았다. 설립 3년만에 연매출 800억원을 돌파하면서 곧바로 증시에도 입성했다. 2000년대 이후엔 유통 뿐 아니라 자체 개발작까지 라인업에 추가하며 종합 게임사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갔다.
한빛소프트는 '남매 경영' 체제를 정착시킨 게임사이기도 하다. 창업자 김영만 회장(한국e스포츠협회장·한빛소프트 고문)이 김기영 티쓰리(T3)엔터테인먼트 대표에게 회사를 매각한 이후 김 대표와 그 여동생인 김유라 대표가 한빛소프트와 그 모회사를 이끌고 있다. 한빛소프트를 자회사로 인수한 김 대표는 회사를 전문경영인보단 가족에게 맡기는 쪽을 택했다. 현재 게임 상장사 중 남매가 모회사와 자회사를 맡아 경영하는 케이스는 한빛소프트가 유일하다.
한빛소프트 창업은 '게임의 시대'를 내다 본 김 회장의 통찰력에서 시작됐다. 스타크래프트를 처음으로 국내에 유통시킨 곳은 LG그룹(당시 럭키금성) 계열사였던 'LG소프트'다. LG그룹의 미디어·콘텐츠 계열사였던 LG소프트가 IMF 사태를 맞아 LCD 제조 계열사인 'LG필립스'로 편입된 것을 변화의 기점으로 봤다. 당시 LG소프트 영업사원이던 김 회장은 회사를 나와 한빛소프트를 세우고 LG소프트의 게임사업부문을 인수했다. 여기에 스타크래프트 판권도 포함됐다.
LG측은 당시까지 약 1년간 10만여장 팔리는데 그친 스타크래프트 판권에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 회장의 한빛소프트는 이후 10년간 450만장을 국내에 팔아치웠다. 당시까지 스타크래프트 전 세계 판매고 950만장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한빛소프트는 스타크래프트에 이어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후속작인 '디아블로2' '워크래프트3' 판권도 연이어 따냈다. 디아블로2는 320만장의 판매고를 안겨주며 한빛소프트의 성장세에 가속도를 붙였다. 이 시기 PC온라인게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전국에 PC방들이 생겨났다. 2000년대 초반들어 전국 PC방 게임 유저의 절반 이상은 한빛소프트가 공급한 게임을 했다. 1999년 설립 당시 직원 17명으로 시작한 작은 유통사는 2년만에 직원 162명, 연매출 830억원대의 대형 게임사로 자리잡았다.
1세대 PC온라인 게임의 인기가 잦아들면서 한빛소프트의 후속작은 아쉬움을 남겼다. 300억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한 매출은 '팡야' '탄트라' 등 자체 개발작이 추가되면서 2000년대 중반 이후 600억원대로 반등했다. 다만 이렇다할 대형작은 나오지 않으면서 2010년대 들어선 서서히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모회사 티쓰리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오디션'이 캐쉬카우 역할을 하며 매출을 지탱해주고 있다.
공교롭게도 김기영·김유라 남매측으로 경영권이 이전된 후 실적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창업자 김 회장의 경영권 매각은 2008년 이뤄졌다. 김 회장은 '회사의 중장기 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선택'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 지분 중 25%를 김기영 대표의 회사인 티쓰리측에 양도했다. 김 대표는 이때부터 티쓰리와 한빛소프트 대표직을 동시에 맡아 두 회사를 이끌었다.
현 한빛소프트 경영자(CEO)인 김유라 대표는 20대 후반시절부터 경영 수업을 받았다. 대학 졸업 이전인 2001년부터 오빠 회사인 티쓰리엔터테인먼트에서 마케팅팀장,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등을 거치며 실무를 익혔다. 김 대표가 2016년 한빛소프트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친오빠인 김기영 대표는 모회사인 티쓰리엔터테인먼트로 돌아갔다.
한빛소프트 경영을 맡게 된 김 대표는 이후 가상현실(VR), 교육, 블록체인 등 신사업을 의욕적으로 펼쳤지만 아직 큰 성공을 거둔 사업은 없다. 2017년 의욕적으로 시작한 블록체인 사업은 너무 일찍 손을 떼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당시 자회사를 통해 손절한 가상화폐는 현재 100억원 가치다. 그 외 사업은 국책 사업을 수주해 명맥을 이어가는 정도다. 김 대표 취임 이후 한빛소프트는 매년 400억원 안팎의 연매출을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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