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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한화건설]㈜한화 몫의 '감사' 자리, 견제장치 '부재' 약점②모회사 재무임원이 감사 겸직

고진영 기자공개 2021-03-11 11:04:37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9일 15: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건설은 사외이사가 없다 보니 이사회 내부에 감사위원회를 별도로 두지 않고 있다. 대신 주총을 통해 선임한 감사 1명이 감사업무를 맡는다. 다만 이 감사를 관례적으로 모회사 ㈜한화의 CFO가 담당한다는 점에서 독립성에 의문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한화건설의 감사는 서광명 ㈜한화 전무가 맡고 있다. ㈜한화의 재경본부장으로 2017년부터 4년째 한화건설 감사를 겸직 중이다. ㈜한화 금융팀장과 금융실장을 거쳤으며 작년 3월에는 ㈜한화의 사내이사로도 합류했다. ㈜한화는 한화건설의 지분 100%(보통주)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서 전무의 경우 뿐 아니라 한화건설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사업보고서를 내기 시작한 2002년 이래 항상 ㈜한화의 재무담당 임원이 감사 자리를 차지해왔다. 연도별로 보면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이광훈 당시 ㈜한화 재무실장, 2006년부터 2014년까지 한권태 당시 ㈜한화 재무실장, 2015년부터 2016년까지 김성일 당시 ㈜한화 재경본부장 등이다.


해당 감사의 업무수행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관련 교육은 따로 하지 않고 있다. 질의응답이나 보고를 통해 이를 갈음하고 있고 향후 필요한 교육 시행을 검토하겠다는 설명이다. 감사 지원조직으로는 재무회계팀 8명을 뒀으며 이들이 감사 부의, 보고안건 검토 및 상정 등의 지원업무를 수행 중이다.


이처럼 그룹 계열사 임원이 감사를 맡는 구조가 법에 어긋나지는 않는다. 상법상 감사의 겸직 금지 조항은 ‘감사는 회사 및 자회사의 이사 또는 지배인 기타 사용인의 직무를 겸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겸임을 할 수 없는 곳이 해당 회사와 그 자회사로 한정된다. 모회사의 이사가 자회사 감사를 담당해도 위법의 소지가 없는 셈이다.

다만 독립성에 대한 비판은 피해 가기 힘들다는 평가다. 감사는 대주주 측 경영진을 견제할 책임과 권한이 있는 만큼 대주주와 무관한 인사를 선임하도록 권고되기 때문이다. 감사제도가 존재하는 취지이기도 하다.

감사는 회사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대표이사를 비롯한 이사진의 경영활동에 관해 부조리를 감시하는 견제장치 역할을 한다. 주요 직무는 감사보고서의 작성 및 제출, 주주총회 의안 및 서류에 대한 조사, 이사회 출석 및 의견진술, 이사의 법령·정관 위반행위 보고,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 평가 보고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건설같은 비상장사의 경우 이해관계자들이 적다 보니 관리·감독 차원에서 모회사 임원을 자회사 감사로 보내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며 “하지만 자회사의 경영 부실을 객관적으로 모니터링하기 힘들기 때문에 모회사 주주 등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는 구조는 아니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한화건설의 경우 사외이사가 없기 때문에 감사마저 모회사 임원이 맡을 경우 사실상 견제장치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 한화건설은 과거 분식회계로 과징금 처분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 2005~2006년 특수관계 회사 두 곳에 430억원을 대여하거나 지급보증을 하고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이들 회사로부터 토지를 고가로 매입해 유형자산을 부풀렸다.

당시 한화건설 감사였던 ㈜한화 임원이 회계에 관한 장부와 관계서류를 열람하고 재무제표 및 부속명세서를 검토했으나 “회사의 상황을 정확하게 표시하고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 일로 금융위원회는 2016년 말 총 20억원의 과징금을 물리고 2017년부터 3년간 외부감사인을 지정하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외부감사인은 회계법인이 담당하며 감사(내부감사)와는 다르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지난 3년간 지정감사인으로부터 회계감사를 받으면서 회계 투명성이 높아졌다”며 “상장사 수준의 내부회계관리를 위해 작년부터 내부회계관리TFT(태스크포스팀) 조직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건설은 작년 초 재무실 내에 내부회계TFT 팀을 신설했다. 회계처리를 할 때 회계 부정이나 오류 등을 미리 방지하고 상장사에 준하는 내부통제를 실현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비상장사이긴 하지만 선제적으로 관련 조직을 만들어 운영함으로써 회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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