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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한국·미래, 조단위 IPO공모 '토종 IB' 전력 보였다 [Deal Story]SK바이오사이언스 해외IB 도움 안 받아…사상 최대 경쟁률로 장식

이경주 기자공개 2021-03-10 13:35:07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9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기업공개(IPO) 기관 수요예측에서 대흥행을 거둔 것은 국내 투자은행(IB) 업계에도 의미가 크다. 해외IB 없이 국내 IB만의 힘으로 처음으로 조 단위 공모에 성공했다. 사상최대 신청액과 경쟁률로 장식했다.

11년 전 사상 최대어였던 삼성생명이 외국계IB를 중용한 것을 기점으로 ‘조단위 공모=외국계IB 필참' 이라는 공식이 성립됐다. 올해도 SK바이오사이언스를 제외한 모든 조단위 공모 IPO가 외국계IB를 기용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IB와 자본시장 체력이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향후 나올 수 있는 빅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생명, 골드만삭스에 마케팅 전권부여

IB업계는 삼성생명 IPO를 외국계 IB를 중용한 시초격 조단위 공모로 기억하고 있다. 2010년 5월 코스피에 상장한 삼성생명은 공모액이 4조8881억원에 달했던 사상 최대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와 함께 증시가 회복국면에 있던 때다. 하지만 국내 기관수요만으론 공모가 어려울 것으로 봤다.

삼성생명은 외국계 IB를 대거 기용해 해외기관 수요를 노렸다. 외국계 대표주관사는 골드만삭스 공동주관사는 메릴린치와 모간스탠리였다. 국내IB는 한국투자증권(대표)과 신한금융투자(공동)였다.

대표주관사가 두 곳이었지만 컨트롤타워 역할은 골드만삭스에 맡겼다. 핵심 업무인 기관마케팅을 골드만삭스가 주도하고 국내주관사들은 거래소 심사 대응에 주력했다. 물량 배정규모도 외국계IB가 더 컸다. 전체 공모주식 중 기관에 배정된 물량은 60%였는데 이중 40%가 외국계 주관사들에게 배정됐고, 국내사들은 20%만 받았다.

결과로 봤을 때 옳은 선택이었다. 삼성생명은 기관 수요예측에서 9대1의 경쟁률로 공모에 성공했는데 해외기관 덕분이었다. 전체 신청물량 60%가 해외였다.


IB업계 관계자는 “외국계IB를 대표주관사로 선정한 것은 삼성생명이 처음이었다”며 “해외기관 유치가 공모 성사를 가를 딜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보험학 박사 학위를 가진 정형진 전무(현 골드만삭스 한국대표)가 기관 마케팅을 주도했고, 국내사들은 거래소 대응에 주력했다”고 덧붙였다.

최대어가 외국계IB 덕을 톡톡히 보자 이후 11년간 조단위 공모엔 외국계IB 참여가 필수공식이 됐다. 역대 공모액 2위인 넷마블은 JP모간이 대표,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씨티)이 공동주관사다. 3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씨티 대표, JP모간과 크레디트스위스(CS)가 공동이다.


이외 △한화생명(JP모간, 도이치, CS) △삼성물산(씨티, JP모간) △삼성SDS(골드만, JP모간) △오렌지라이프(모간스탠리, JP모간) △셀트리온헬스케어(UBS)가 조단위 공모였다. 작년 9000억원대 공모딜까지도 모두 외국계IB를 기용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9626억원)는 JP모간이 공동대표, SK바이오팜은 씨티가 대표, 모간스탠리가 공동이었다.

올해 조단위 공모도 SK바이오사이언스를 제외하고 모두 외국계IB가 참여한다. △SKIET(JP모간)과 △카카오페이(골드만, 모간스탠리) △카카오뱅크(CS) △크래프톤(씨티, CS, JP모간) △LG에너지솔루션(모간스탠리, 씨티, 골드만, 메릴린치) 등이다.

◇해외기관만 200조 베팅…외국계IB·OC 없어도 이상 '무'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흥행이 의미를 갖는 이유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달 4~5일 기관수요예측에서 경쟁률 1275대 1을 기록했다. 금액으로는 공모가 기준 1046조원에 달하는 물량이다. 역대 조단위 공모 가운데 가장 높은 경쟁률과 신청액이다.

11년만의 조단위 공모 자립을 사상 최대 기록으로 이뤄냈다. NH투자증권이 대표,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가 공동주관사다. 국내 IPO 빅3다. 인수단도 삼성증권과 SK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국내사로만 구성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영문 투자설명서(OC·Offering Circular)를 쓰지 않은 최초 조단위 공모기도 하다. OC는 국내기관들이 참조하는 공시인 투자설명서와 같은 문서다. 법적 효력이 있는 문서기 때문에 정보의 정확성과 투명성이 높다. 번역에 대해서도 오해가 없도록 신중을 기한다. 외국계 IB를 기용했던 이유다.

외국계IB와 OC가 없어도 해외기관 유치엔 문제가 없었다. 국내외 기관 신청물량은 총 160억9956만3214주였는데 이중 19.1%(약 30억주)가 해외물량이었다. 금액으로 치면 200조원에 이른다.


국내 기관수요가 해외보다 더욱 풍성했던 것도 성공비결이다. 국내 기관비중은 80.8%, 금액은 846조원에 이른다. 자산운용사 비중이 35.2%로 가장 높았고 이어 기타(24.4%), 연기금·은행·보험(19%), 투자매매·중개업자(2.2%) 순이다.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돌파할 정도로 국내 증시와 발행시장 체급이 커진 덕분이라는 평가다. 정부 부동산규제로 발행시장에 유동성이 몰린 영향도 있다. 이 같은 장세와 맞물려 다수의 빅딜을 성사시켜온 국내IB의 경쟁력제고도 비결이다.

NH투자증권은 작년에도 국내 기관 마케팅 능력을 입증했다. 공모주 열풍 주역인 SK바이오팜 대표주관사로 기관수요예측에서 국내 수요만 468조원을 확보했다. 전체 수요의 97.5%에 달하는 물량이었다.

미래에셋대우는 해외법인을 통해 글로벌 큰손들과 인프라를 탄탄히 쌓아왔다. 작년 중견기업 명신산업에 공모에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 참여를 성사시키며 실력을 과시했다. GIC의 중견기업 투자는 이례적이었다. 평판제고로 명신산업은 주가가 공모가 대비 4~6배 오른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과거 국내IB의 모집주선 역량은 공모액 기준 5000억~6000억원에 그친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SK바이오사이언스는 1조4000억원대로 훨씬 컸음에도 사상 최대 경쟁률로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증시 체력과 함께 국내IB 경쟁력이 제고된 결과”라며 “국내IB만 참여한 딜 중에선 첫 조단위 공모기 때문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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