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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KCC건설]급격한 이사회 축소, 배경은?②4인 체제, 정관으로 사외이사 추가 선임 차단…경영권 견고화 차원

고진영 기자공개 2021-03-22 16:44:24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7일 13: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CC건설 이사회는 그간 규모 변화가 꽤 급격했던 편이다. 과거와 비교할 때 이사회 멤버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데다 2019년에는 이사 수의 상한을 낮추는 정관 개정을 통해 추가적인 사외이사 진입을 막았다.

ESG 경영 강화, 사외이사 역할 확대를 강조하는 지금의 시장 추세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셈이다. 오너 2세인 정몽열 회장이 회사 최대주주가 아니라는 점에서 경영권을 한층 견고히 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KCC건설이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한 시기는 코스닥에 상장한 해인 2001년이다. 당시 이사진은 고(故)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 삼남 정몽열 회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6명과 사외이사 2명 등 모두 8명이었다.

그러다 2004년에는 정상영 명예회장이 등기임원직을 내려놓으면서 사내이사가 5명으로 줄었다. 이후로도 사내이사는 대체적으로 비슷한 수를 유지한 반면 사외이사는 2011년 3명으로 늘었다. 2013년의 경우 사내이사가 4명, 사외이사 3명으로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이 43%에 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외이사 비중이 오르는 듯했던 흐름은 오래가지 않았다. 기존 사외이사들의 임기가 모두 만료된 2014년 3월 KCC건설은 사외이사를 단 한 명만 새로 선임했다. 또한 이사 총수의 4분의 1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우도록 하는 상법 규정을 감안해 사내이사도 함께 줄였다. 이로써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1명의 구도가 만들어졌고 사외이사 비중 역시 25%로 감소했다.


이사회 규모가 대폭 쪼그라든 셈인데 이는 최근의 ESG 경영 트렌드와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는 "전문성과 독립성이 확보된 이사회 내 위원회 활동을 장려하는 기업지배구조 최선관행에 비춰볼 때 사외이사의 충분한 확보가 중요하다"며 "사외이사 비율은 외형적으로 나타나는 지배구조 개선의 대표적 척도"라고 설명한다.

특히 KCC건설의 경우 당시 사외이사가 퇴직임원 출신인 최창렬 전 상무였기 때문에 사실상 외부 견제장치가 없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같은 해 감사로 선임된 정교순 세무회계사무소 대표 역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이미 KCC건설 사외이사를 지냈던 인물이라 완전한 새 얼굴은 아니었다.

그러나 KCC건설은 이런 멤버 구성을 계속 가져가면서 2019년 3월에는 이사회에 관한 정관 개정도 단행했다. 애초 정관은 이사 수를 3인 이상 12인 이내로 정하고 있었지만 이를 3인 이상 4인 이내로 축소하도록 하는 안건을 주총에 올려 통과시켰다.

이는 오너의 경영권 방어와 무관치 않아보이는 움직임이다. KCC그룹은 정상영 명예회장의 장남 정몽진 회장이 KCC, 차남 정몽익 회장이 KCC글라스, 삼남 정몽열 회장이 KCC건설을 각각 나눠 이끌고 있다. 다만 정몽열 회장은 삼형제 중 물려받은 회사의 최대주주에 오르지 않은 유일한 케이스다.

2016년 5월에는 정몽열 회장이 정상영 명예회장으로부터 KCC건설 보유지분(5.18%)를 모두 물려받았지만 아직 2대주주에 불과하다. 현재 KCC가 36.03%, 정몽열 회장이 29.99%를 보유하고 있다. 정몽열 회장이 가진 KCC 지분이 5.28%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지배력을 완전히 확보했다고는 보기 어려운 셈이다.


이런 형국에서 정관 개정은 사외이사 선임을 통한 적대적 세력의 경영권 장악 시도를 막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이사 선임은 주총 보통결의사항인 반면 정관 개정은 특별결의사항인 만큼 더 통과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보통결의사항은 의결권 기준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찬성, 특별결의사항은 출석주주 3분의2, 발행주식총수 3분의1의 찬성이 있어야 통과될 수 있다.

실제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에서는 2019년 KCC건설의 정관 개정 안건을 두고 “일반적으로 이사 수 상한을 정하면 소액주주가 추천, 선출 가능한 이사의 수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이사 수를 제한하면서 시차임기제를 도입하는 등 경영권을 과도하게 방어하는 정관 변경안에 반대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현재 KCC건설의 이사진은 여전히 4인체제를 유지 중이다. 정몽열 회장(대표)과 윤희영 사장(대표), 기술본부장인 심광주 부사장 등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1명으로 이뤄져 있다. 사외이사의 경우 작년 3월 임기가 끝난 최창렬 전 이사가 상법 시행령상 6년 임기제한에 걸리면서 신호영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후임으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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