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모니터/㈜두산]정석만 지킨 이사회, ESG 열풍엔 무풍지대⑤여성 사외이사 전무...계열사 차원 ESG 활동만
조은아 기자공개 2021-03-29 10:59:09
[편집자주]
생존(survival)은 인간과 같은 생물에게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기업도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아서 변화하고 혁신하고 적응하지 않으면 한순간 도태돼 사라질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을 계기로 친환경(E)·사회적책임(S)·지배구조(G)를 합친 단어인 'ESG'가 2021년 국내 재계의 최대 화두가 됐다. ESG 경영을 천명하고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소비자와 투자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외면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생존의 시대', 기업들의 ESG 철학과 경영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6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 이사회는 전반적으로 매우 모범적이다. 이사회에 오너일가인 그룹 회장이 참가하고 재무 전반을 들여다보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자체사업을 이끄는 최고사업책임자(CBO) 등 전문경영인 2명이 보좌하는 구성도 조화롭다.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의 구성도 회사 규모로 볼 때 의사결정 과정에서 효율적이다. 사외이사 역시 과거 구시대적 관습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높이는 쪽으로 진일보했다. 한때 법관과 고위관료 출신의 전관(前官)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나 지금은 전문성을 갖춘 교수진이 이를 대신했다.
그러나 시대에 다소 뒤떨어진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두산 이사회 전반에서 최근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민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아울러 성별 다양성 측면에서도 크게 뒤진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ESG가 대세로 떠오른지 오래다. ESG를 빼면 경영을 얘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ESG 열풍이 뜨겁다. ㈜두산은 ESG 열풍의 무풍지대에 있다.
우선 이사회에 안에 환경 관련 전문가를 찾기 어렵다. 3기 두산그룹의 키워드는 친환경이다. 두산중공업은 기존의 고전적 발전사업 중심에서 친환경발전사업 중심으로 사업 체질을 전환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두산퓨얼셀 역시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두산뿐만 아니라 두산중공업, 두산퓨얼셀에서도 친환경과 직간접적으로 닿아있는 인물이 없다.
환경 민감도가 높은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새로 선임하기로 한 사외이사 8명 가운데 무려 절반이 ESG와 관련된 인사다.
㈜두산에는 여성 사외이사도 전무하다. 올해 대기업 사외이사는 한마디로 ‘여풍(女風)’으로 정리될 수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상법 개정과 ESG 열풍이 더해진 결과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상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내년 7월까지 여성 이사를 최소 1명 이상 선임해야 한다.
올해 포스코, 현대차를 비롯해 기업문화가 보수적인 기업들도 여성 사외이사들을 하나둘 선임하고 있는 추세다. 지금의 분위기로는 앞으로 여성 사외이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될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두산은 물론 두산그룹 전체를 통틀어서도 여성이 사외이사에 오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두산그룹 계열사가 이른바 중후장대 산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업문화가 남성 중심적일 수밖에 없는 데다 관련 전문성을 갖춘 여성 사외이사 후보를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두산 이사회 안에 ESG와 관련한 위원회가 없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올들어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와 LG그룹 주요 계열사, 기아, 포스코 등이 주주총회에서 ESG 관련 위원회를 신설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현대차는 기존 이사회에 있던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바꿔 ESG 관련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두산그룹이 이사회 차원의 ESG 경영에 다소 무뎠던 이유는 최근까지도 생존에 주력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두산건설에서 시작된 위기가 두산중공업을 타고 그룹 전반으로 확산되고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1년 동안 말그대로 숨가쁘게 구조조정에 나서야 했던 탓이다.
다만 두산그룹은 이미 수 년 전부터 ㈜두산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안에 대표이사가 주관하는 관련 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사회 안에 있지는 않지만 대표이사를 비롯해 고위 경영진이 참여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원래 이름은 CSR위원회였으나 최근 ESG위원회로 이름이 바뀌었다.
실제 ㈜두산의 ESG 평가등급도 높은 편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평가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두산의 ESG 등급은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 3개 부문 모두에서 A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통합등급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통합등급도 A+였다.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와는 별개로 크고 작은 관련 사고가 벌어지지 않았고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합리적으로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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