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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 '예비입찰 흥행'의 허실

전효점 기자공개 2021-03-29 08:02:48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6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나간 한 주를 뜨겁게 달군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이 막을 내렸다. 다수 유통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향후 인수전에서의 흥행을 예고했다.

언론은 호들갑을 떨었지만 시장에서는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진짜 인수 의지를 가진 기업이 누구냐를 두고서다. 인수 기업은 자사 플랫폼과 이베이코리아의 유기적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그러나 마땅한 통합의 시나리오가 공유되지 않으면서 시장의 의구심이 부풀어 올랐다. 쉽게 말하면 5조원이나 지불하고 인수해서 도대체 어떻게 활용할 수 있다는 건지 감이 안 잡힌다는 얘기다.

이같은 의구심은 오픈마켓에 기반한 이베이코리아 비즈니스 모델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오픈마켓은 초기에는 중개 수수료에서 이윤을 얻는 것으로 출발했다. 지금은 마켓플레이스에 모여든 소비자와 판매자 양쪽에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성장을 도모하는 모델로 나아가고 있다.

부가 서비스는 콘텐츠, IT 서비스, 광고 등 다양하지만 가장 성장성이 높은 것은 물류 및 배송 대행 서비스다. 즉 '풀필먼트다'. 판매자에게 물품 보관에서부터 재고관리, 포장, 배송까지 위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가를 수취한다. 쿠팡이 짜둔 경쟁의 틀 안에선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만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기존 유통 사업자 관점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포부는 어떤 의미일까. 단순히 옥션이나 지마켓 등의 브랜드로 운영되던 마켓플레이스를 쓱닷컴·롯데온과 같은 웹페이지 내에 구현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기계적 통합은 마켓플레이스에 몰린 트래픽이 옆 가게에 들러 상품을 구매하는 요행을 바라는 것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이는 물류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의미다. 장기적으로는 직매입 상품과 동일한 물류센터에서 위탁 상품이 출고되고 한 패키지에 배송이 이뤄지는 '통합 배송'의 이상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다.

문제는 이를 위해선 누가 가져가든 인수 이후에도 상당한 규모의 물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설상가상 이베이코리아의 기존 자산 대부분은 물류센터나 물류시스템 같은 유형 자산이 아니라 무형성의 성질을 갖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베이코리아의 짤막하고 부실한 IM(투자설명서)이 역설적으로 예비입찰 흥행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돈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의도가 아니냐는 얘기다. 어떤 기업이 진지하게 인수전에 발을 담갔는지는 적격후보 심사와 실사, 본입찰 등 이후 절차에서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절차가 진행될수록 이베이코리아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기업들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 있다. 결국 관건은 인수 주체의 역량이다. 이 역량은 유통업에 대한 깊은 이해, 노하우, 이커머스 사업에 대한 의지, 통합의 시나리오에 대한 창의력에서 나온다. 바위에 단단히 박혀 있는 저 검(劍)의 주인이 될 자격을 가진 자는 누구인가. 시장의 궁금증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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