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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중견 화장품 이사회 점검]'대표이사 돌발사임' 잇츠한불 불안한 지배구조이주형 사장 9개월 단명, 오너경영 '사드' 등 외생변수 취약

전효점 기자공개 2021-04-06 08:02:13

[편집자주]

한류 열풍을 탄 K-뷰티 바람은 중소·중견 화장품 업체에게 한 때 황금기를 선사했다. 그러나 이후 중국 경제보복과 국내 로드숍 한파, 코로나19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 놓였다. 급격한 영업환경 변화 속에 주요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선택과 판단이 갖는 무게감은 더욱 크기를 더해 가고 있다. 외풍에 시달리며 생존의 기로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소·중견 화장품 업체들의 이사회 활동과 성과를 들춰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5일 10: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잇츠한불 이사회에 최근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자회사 네오팜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리더십을 평가받았던 이주형 대표가 9개월만에 대표이사 및 등기임원 자리에서 갑작스럽게 물러나면서다. 잇츠한불 신임 수장직은 자회사 네오팜을 이끌던 김양수 대표에게 돌아갔다.

전임자 홍동석 전 대표가 임기 약 9개월을 남기고 사임한 데 이어 이 전 대표까지 연이어 수뇌부 인사가 경질되면서 잇츠한불의 불안정한 지배구조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6년간 거쳐간 대표만 5명…이사회에 무슨 일이

잇츠한불 대표 인사는 화장품업계에서도 유독 눈에 띄었다. 2015년 이후 지난 6년여 동안 5명의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역대 대표 가운데 주어진 임기 3년을 다 채운 이는 단 1명도 없다.

대표이사를 2년 이상 재직한 인물은 홍동석 전 대표가 유일하다. 2018년 4월 잇츠한불 이사회에서 대표로 선임된 홍 전 대표는 직전까지 LG생활건강에서 더페이스샵 대표를 역임한 인물이다. 화장품업계에서 경영 능력을 입증한 인물이지만, 잇츠한불로 자리를 옮긴 후 2년 3개월 만에 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1년도 안돼 교체된 수장은 김홍창 전 대표, 이주형 전 대표 등 2명이다. 전문경영인으로서 대표이사 개개인의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다수의 인사가 자주 교체된 셈이다.

대표 선임 및 교체 등의 의사 결정 권한을 가진 기구는 이사회다. 그렇다면 잇츠한불 이사회가 임기가 만료되기도 전에 수장 교체를 반복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역대 대표이사 선임 당시 이사회 의결 기록을 먼저 살펴보자. 직전 대표이사였던 이주형 대표는 2020년 7월 10일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선임 안건이 의결됐다.

이 전 대표의 선임 안건은 7명의 이사진 가운데 5명의 찬성표로 가결됐다. 찬성표를 던진 이사진은 임병철 회장, 임진성 이사와 이상백 사외이사, 이주형 대표 본인, 장재옥 전 사내이사다. 나머지 김경원, 이성규 사외이사는 출석하지 않았다.

이사회는 대표 후보의 추천과 의결에 공정성을 기해야 한다. 이때문에 통상 이사회는 정관상 이사진 과반 이상의 참석과 과반 이상의 의결로 안건의 가부결을 가리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선임안은 일견 절차에 따라 의결된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적 요소가 곳곳에 있다. 찬성 의견을 표시한 5명 중 1명은 신임 대표 본인이다. 이사회에서 찬반 의견을 내려면 먼저 이사 자격을 얻어야 한다. 본인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대해 이사 자격도 없는 본인이 표를 행사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또다른 1명은 장재옥 전 사내이사로 이튿날 이사직을 사임한다. 사퇴 하루 전 대표이사 선임안에 표를 보태주고 물러난 셈이다.

결국 이 두 표를 제외하면 찬성표는 임병철, 임진성, 이상백 3명에 불과한 셈이다. 당시 전체 이사진이 7명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다. 게다가 찬성표를 던진 이중 사외이사는 이상백 사외이사밖에 없었다.


앞서 2018년 홍 전 대표의 선임을 결정하는 이사회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이사 자격을 갖추지 못한 본인이 스스로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

2018년 이전 이사회 기록은 더욱 부실하다. 2015년 기업공개에 성공한 상장사답지 않게 잇츠한불은 사내이사의 이사회 참석 여부, 참석률, 행사한 의결권에 대해 전혀 기록을 남기지 않고 있다. 단지 어떤 의안이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가결됐는지, 부결됐는지만을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김홍창 전 대표와 유근직 전 대표의 선임 과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인할 길이 없다. 재직 기간도 모두 짧다. 김 전 대표는 10개월, 유 전 대표는 1년 9개월 만에 사임 의사를 밝힌다.

◇'참석률 저조' 사외이사…임병철 회장 등 오너일가 실질적 영향력

잇츠한불 이사회는 보통 3명의 사내이사와 3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된다. 3명은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역할을 맡고 있는 외부 인사다.

별도 기준 자산총계가 2조원을 넘지 않아 상법상 의무가 없음에도 잇츠한불 이사회는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있다. 내부거래위원회도 두고 있다. 사외이사 3명은 감사위원을 겸하고 있으며 내부거래위원으로서도 전원 활동하고 있다. 제도적으로만 보면 사외이사 비중이 50%가 넘고, 감사위원회 활동 내역까지 활발하다.

그러나 실제로 사외이사는 경영진에 대한 견제구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했다. 내부거래위원회 활동과 감사위원회 활동 내역을 보면 내부감사및 관계사 내부거래와 같은 정례적인 안건에 대해 찬반 의견을 표한 것 외에는 주도적인 의결 및 활동 내역이 없다. 감사위원회나 사외이사 교육도 실시하지 않고 있다.

결정적으로 잇츠한불 사외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은 다른 여느 기업 대비 저조하다. 지난해 이사회 기준 김경원 사외이사와 이성규 사외이사의 출석률은 각각 62%, 46%에 불과하다. 이상백 사외이사는 100% 출석률로 100% 찬성표를 행사하는 등 사실상 거수기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사외이사가 견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표이사 경질과 신규 선임을 주도할 실질적 권한은 남은 두 사내이사에 집중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 임병철·임진성 오너가 부자다.


잇츠한불의 불안정한 이사회 지배구조는 2016년도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실적을 데칼코마니처럼 반영하고 있다. 위기시에 더욱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리더십이 자주 교체되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부터다.

잇츠한불은 2015~2016년도 한때 매출 3000억원대, 영업이익률 30% 이상을 넘나들면서 K뷰티 대표 브랜드로 황금기를 누렸다. 그러나 이후 로드숍 업황과 중국 시장 수요가 동반 악화하면서 급격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잇츠한불 관계자는 "사드 사태 이후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대표이사를 자주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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