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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등급 분석]고개 드는 대상㈜ 'ESG경영'…'만년 B등급' 탈출할까임정배 대표 '부문별 그룹과제' 진단, 기관·소비자 시대요구 부응

전효점 기자공개 2021-04-07 08:11:07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6일 07:1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상그룹은 매년 이뤄지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평가에서 3년 연속 'B등급'을 면치 못했다. 그간 그룹의 관심이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같은 무형적인 가치의 추구보다는 양적인 사업 확장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식품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대상그룹으로서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글로벌 신시장 개척이야말로 그룹의 미래가 달린 '생존 과제'였다.

대상그룹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해외 신사업이 속속 안착하면서 이 과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 주요 사업회사인 대상㈜은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대비 5%, 34% 성장했다. 이중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 신시장에서 거둔 매출이 1조원이 넘는다.

대상그룹은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던 질적인 경영 지표 개선에 나섰다. 매년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각 부문을 평가해 성적을 발표하는 ESG 경영 평가 등급이 대표적이다.

최근 3년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 평가에서 대상그룹의 두 계열사는 늘 비슷한 성적표를 받아왔다.

지주사 대상홀딩스의 경우 2018년도 통합등급 B를 받은 이후 2019년도 B+로 한 계단 올라섰지만 지난해 다시 B로 돌아왔다. 대상㈜ 역시 2018년도부터 지난해까지 줄곧 B등급을 유지했다.

이는 풀무원, 롯데푸드 등 주요 식품기업들의 ESG 평가 등급이 해가 바뀔 때마다 한 계단씩 상승하고 있는 업계 분위기와도 결을 달리 한다. 이들 기업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각 부문에서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달성하면서 ESG 등급을 상향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ESG 통합 등급에서 B 이상 등급을 받은 기업은 전체 평가대상 기업의 66%다. 오직 34%만 대상홀딩스와 대상보다 낮은 ESG 평가를 받았다는 의미다. B등급 미만을 받은 기업 비율은 2019년까지만 해도 전체의 40%에 이르렀다. 하지만 1년 만에 많은 기업이 지표 개선에 성공해 지난해 이 비율은 34%까지 하락했다.


대상그룹은 작년까지 ESG 경영 지표의 개선과 관련된 노력을 거의 기울이지 않았다. 그룹 내에는 ESG 이슈를 전담하는 부서나 인력이 배치되지 않았고, 경영진 차원에서도 E등급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와 과제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는 대상그룹이 직면한 여러가지 사업 환경 및 조건들과 맥락이 맞닿아 있었다. 대상그룹이 그간 개척해온 신시장은 선진국보다는 상대적으로 저개발 지역에 집중돼 있었다. 이 시장은 기본적인 생활 요소들의 확립과 성장에 우선순위를 두고있는 만큼 지배구조나 환경, 사회적 가치 등에 민감한 선진국 파트너들과 요구사항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투자 과정에서 대상그룹이 자금 수요를 자체적으로 충당할 수 있었던 것도 ESG 등급 개선이 부차적인 목표로 밀려났던 배경이 됐다. 탄탄한 국내 수요에 기반한 대상의 사업은 영업 현금흐름 유입이 비교적 풍부했다. 특히 코로나19로 내식 수요가 급등했던 작년은 상황이 한층 호전됐다. 작년 말 기준 대상㈜ 현금성 자산은 5100억원으로 1년 전 2300억원 대비 122% 증가했다. 이같은 시장 조건은 대상그룹이 외부 기관의 ESG 평가를 크게 중시하지 않아도 됐던 직간접적인 요인이 됐다.

임 대표는 지난달 26일 주총에서 주주들을 대상으로 ESG 경영에 대한 의지를 처음 대외적으로 표명했다.

그러나 최근 이같은 분위기에도 변화의 전기가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정배 대표는 3월 26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ESG 경영'을 공식석상에서 처음 언급했다. 임 대표는 이날 주총장 단상에서 투자자들에게 예년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통한 사업 확장'을 다짐했다. 하지만 곧이어 '지속가능성 기반의 성장 전략'의 필요성에 대해 설파하면서 새로운 목표를 언급한다.

임 대표는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에서 공급망, 환경, 인권, 안전 등 ESG와 연계된 리스크가 중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면서 "국내외 연기금, 기관투자자들 역시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관련 기업의 경영 변화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2021년을 'ESG 경영의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주총장에서 임 대표가 드러낸 이같은 인식은 ESG 경영 요구가 국내에서도 더는 외면할 수 없는 화두가 되었다는 판단이 전제됐다. 그는 "각 부문별로 그룹의 과제를 진단하고 ESG 경영의 청사진을 수립하겠다"며 "과제 이행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경영 성과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선언이 구체적인 결과로 이어지기까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대상그룹이 ESG를 향한 의지를 공식화한 것만으로도 첫 발을 내딛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처음 기업들은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ESG에 대한 높은 기준을 요구받았지만 점차 국내 투자자와 소비자들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했다"면서 "대상 역시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B2C 식품기업으로서 시대적 흐름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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