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쿠팡, 엇갈린 '총수 없는 대기업' 이해진·김범수, '국적 탓' 동일인 적용기준 달라져
원충희 기자공개 2021-04-07 12:55:48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7일 07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2017년 8월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던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직접 공정거래위원회를 찾아가 당시 김상조 공정위원장에게 '총수 없는 대기업' 지정을 호소했다. 공정위가 이 GIO를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려는데 따른 대응이었다. 하지만 이 GIO가 지분을 3.7%까지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공정위의 방침은 바뀌지 않았다.쿠팡이 총수가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될 공산이 커지자 과거 네이버의 사례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의 의결권이 76%를 넘는데 반해 이 GIO의 의결권은 4% 남짓한 수준임에도 둘 사이의 희비는 엇갈렸다. 결정적인 이유는 창업자의 '국적'이다.
공정위는 매년 공정자산 5조원 이상의 그룹을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으로 지정하고 이 가운데 10조원 이상 기업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으로 규정, 각종 의무를 부과한다. 이때 기업집단을 대표하는 자연인 또는 법인은 '동일인'으로 지정돼 각종 규제를 받는다.
동일인이 자연인일 경우 총수라 부르고 법인이면 총수 없는 대기업이 된다. 2020년 기준 공정위가 지정한 총수 없는 대기업은 모두 9개다. KT, 포스코, KT&G 등 공기업에서 민영화됐거나 농협,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등 공공기관이 대주주인 경우다. 그 외에는 S-오일이나 한국GM처럼 외국인이 대주주일 때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된다.

쿠팡 역시 S-오일, 한국GM와 유사한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창업자 김범석 의장이 보유한 지분은 10.2%지만 차등의결권을 감안하면 76.7%로 확실히 지배력을 행사하는 대주주다. 그러나 미국 국적자를 동일인으로 지정할 경우 경제주권 이슈가 생기는 탓에 공정위는 외국인 개인을 총수로 지정한 사례가 없다.
이와 반대로 네이버는 2017년부터 총수 없는 대기업을 주장하며 공정위와 대립각을 세웠다. 동일인 규제는 친족 간 선단식 경영방식으로 총수일가에 경제력을 집중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간 재벌들의 고질병인 순환출자, 일감 몰아주기, 개인회사를 통한 지배력 강화, 족벌경영 이슈를 억제하는 게 주요목적이다.
네이버는 창업자의 의결권이 4%대로 미약한데다 복잡한 소유구조가 없고 이사회 중심 경영이 정착된 회사란 점에서 기존 재벌과 다른 구조를 가졌다. 국민연금, 블랙록 등 연기금 및 해외펀드 등으로 구성된 소유구조를 보면 오히려 주인 없는 KT, 포스코, 금융지주회사와 비슷하다. 재벌처럼 이 GIO를 총수로 지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네이버가 동일인 지정을 극도로 기피하는 이유는 공정법 문제가 생길 경우 법인이 아닌 총수 개인에게 화살이 겨눠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공정위가 기업집단 신고 과정에서 계열사를 누락한 혐의로 네이버를 검찰 고발할 때 타깃은 이 GIO 개인이었다. 만약 네이버가 총수 없는 대기업이었다면 법인이 고발 대상이 됐을 것이다.

공시의무 부담도 만만찮다. 배우자 및 6촌 이내 혈족, 4촌 이내 인척간의 거래내용이 공시된다. 네이버의 경우 이 GIO의 사촌 이해영씨의 회사인 화음과 6촌의 배우자인 조태숙씨의 영풍항공여행사 등 3개사가 공시 및 사익편취 규제대상이 됐다. 네이버와의 상품·용역·금전거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친인척 기업이란 이유로 감시대상에 올랐다. 이후 독립경영을 인정받아 현재는 공시대상에서 모두 빠진 상태다.
ICT업계 관계자는 "변대규 이사회 의장의 회사인 휴맥스그룹도 공시대상에 포함됐다가 빠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거래관계도 없는 친인척 회사들이 공시대상에 오르는 상황이 벌어지자 이 GIO가 친인척들에게 괜한 폐를 끼친 꼴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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