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욕망을 허(許)하라 [thebell desk]

이승우 자산관리부 부장공개 2021-04-15 07:45:05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4일 08:0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치권력은 시계추처럼 좌와 우를 오간다. 지난 총선의 너무 컸던 진폭이 여당 참패라는 반발작용을 이번 보궐선거에서 만든 것 같다. 표심이 인물보다 정권 심판 쪽으로 기울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권 심판의 중심에는 부동산이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물론이고 대출 규제와 과도한 세금 정책으로, 가지지 못한 자들과 이미 가진 자들 모두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호응하는 이가 없다.

어디서부터 꼬였을까. 공급대책을 미리 마련하지 못한 게 패착이라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뒤늦게 내놓은 공공주도 공급정책은 LH 사태로 신뢰와 동력을 잃는 분위기다.

기본적으로 정부의 잘못된 경제 철학을 꼬집는 쪽도 있다. 부동산과 부에 대한 욕망을 차단하려는 데 너무 집중하면서 상황을 오판하고 처방전을 한참 잘못 썼다는 것이다.

땅이나 토지, 결국 부동산 소유욕은 인간의 기본 욕구다. 식물과 동물 모든 존재는 그 자체로서 공간을 필요로 한다. 사람으로 한정해 보더라도 과거에는 수렵을 위한 자기만의 영역이 필요하고 농작을 위한 전답, 현대에 와서는 공장을 지을 대지, 아이디어를 생산해내는 사무실 등 부동산이 필요하다.

부동산은 부(富), 즉 재산과도 직결된다. 토지에서 나오는 동물이나 농작물 혹은 생산제품, 아이디어 등은 부를 창출하기 위한 수단이 되고 또 그 자체가 부가 된다. 부동산은 인류 존재를 위한 필수재인 동시에 욕망의 대상이란 뜻이다.

다시 선거로 돌아가 보면 여당이 이 부에 대한 욕망을 부정하고 차단하려 했던 건 아닐까. 또 욕망을 꿈꾸는 자들을 죄악시하지는 않았나 생각해 볼 일이다.

특히 공직자들에게 '실거주 목적의 1주택자가 되라'고 압박한 것은 결정적 장면중 하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공직자들에게 다주택을 포기하라고 압박하면서 공직자 천거의 기준을 1주택자로 공표했다. 공직자에게 들이댄 기준은 사회 전체의 통념으로 자리잡기 마련이다. 그러면서 공직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실거주 외 부동산을 소유하면 '몹쓸 사람'으로 치부됐다. 부동산을 통한 부의 축적에 대한 욕망이 죄악시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사적인 욕망의 영역이 공적인 평가 대상으로 탈바꿈했다. 청주와 반포 아파트 소동이 났던 노영민 청와대 전 비서실장, 엄청난 레버리지로 흑석동 건물을 사들인 김의겸 청와대 전 대변인은 사적 욕망이 적나라하게 도마 위에 오른 케이스다. 또 갭투자로 집을 사들인 것으로 해석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임대차법 개정 이전 발빠른 집주인으로 소문이 나버린 김상조 청와대 전 정책실장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스스로 발등을 찍었다.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1주택을 법으로 명시하겠다는 여당 모 의원의 법안 발의는 결정타였다. 다주택자들에게 세금을 많이 물리는 방식이 아니라 아예 주택을 2채 이상 소유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하려 했다.

이는 추가 과세나 허가제 등을 통해 부동산 투자자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패널티 정도가 아닌 부의 소유에 대한 제한으로 인식됐다. 부동산이 자산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 개인의 재산을 건드리려고 한 건 치명적이다. 부동산 뿐 아니라 다른 재산들도 제한되거나 침범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과 섬뜩함으로 받아들인 건 과한 해석일까.

저금리와 넘쳐나는 유동성 등 현 상황을 감안하면 부동산 시장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건 맞다고 본다. 세금과 금융 정책을 다 동원해서라도 자산시장의 거품을 막아야 한다. 부동산을 통한 계급화 혹은 과도한 빈부 격차를 막아 사회적 안정을 도모해야 하는 측면에서그렇다. 또 경제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자산의 거품은 역사적으로 불행한 결말로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죄악시하는 방향과 방식은 곤란하다. 욕망을 인정하되 이를 어떻게 다스릴지 고민하는 게 국가와 정치의 목적이자 존재 이유다. 정의라며 나아가야 할 방향을 외치면서 반대편에 있는 쪽을 불의나 적폐로 몰아 세우는 건 독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정의의 반댓말은 꼭 불의가 아닐 수도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특별시 중구 무교로 6 (을지로 1가) 금세기빌딩 5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