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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피해구제=감경' 관행 정립 의도했나 손태승 회장, 사전통보보다 낮은 '문책경고'…김도진 전 행장도 비슷한 사례

김민영 기자공개 2021-04-12 07:57:52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9일 11:3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장고 끝에 라임펀드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중징계를 내리기로 의결했다. 다만 사전통보한 징계 수위보다는 한단계 낮아져 눈길을 끈다. 금융회사가 피해 구제에 앞장서면 감경을 해주는 관행을 정립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9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는 전날 오후 2시부터 자정께까지 회의를 진행해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의결하기로 했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중 문책 경고 이상은 3~5년 간 금융사 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앞서 2월 25일 열린 첫 제재심을 앞두고 금감원은 우리은행 측에 손 회장에 대한 징계 사전통보를 한 바 있다. 당시는 문책 경고 보다 한 단계 높은 직무 정지 상당의 징계를 예고했다. 하지만 총 3번의 제재심을 거치며 손 회장에 대한 징계 수위가 결국 한 단계 감경된 것이다.

우리은행에 대한 기관 징계도 처음 통보된 업무 일부 정지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었다. 금융사 제재는 △등록·인가 취소 △업무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 등 5단계로 나뉘는데 기관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한다.

손 회장과 은행 측의 징계 수위가 사전 통보 때보다 낮아진 건 우리은행의 소비자보호 노력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는 이번 제재심에 처음으로 참고인으로 출석해 우리은행의 소비자보호 조치와 피해 구제 노력에 대한 의견을 제재심 위원들에 전달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투자자에게 원금을 100% 돌려주라는 금감원 분쟁조정안을 가장 먼저 수락해 작년 9월 무역금융펀드 투자자들에게 약 650억원을 전액 돌려줬다. 또 지난달 환매 연기 중인 라임펀드 피해자 2명에게 각각 투자손실의 78%, 68%를 배상하라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도 수용했다.

이번 제재심 결정으로 그간 사문화한 것처럼 여겨졌던 '사후 수습 노력을 통한 제재 감면 규정'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제23조에는 ‘사후 수습 노력’을 기관 및 임직원 제재의 감면사유로 정하고 있다. 또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제46조에도 ‘금융거래자의 피해에 대한 충분한 배상 등 피해회복 노력 여부’를 제재 시 참작 사유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은 금융사의 피해 배상 노력에도 불구하고 은행 최고경영자(CEO) 등 징계에 있어서는 강경 일변도 태도를 취해 왔다.

작년 초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에 따른 하나·우리은행 제재심도 무관용 원칙이 적용됐다. 두 은행이 제재심 개최 전 수백억원을 선배상하고, 배상위원회를 꾸려 배상 절차를 진행 중인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2월 IBK기업은행의 옵티머스·라임펀드 제재심부터 기류가 달라졌다. 당초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사전통보 받은 김도진 전 행장에게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를 내리면서 사후 수습 노력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전 행장이 퇴임 전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피해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피해자들에게 투자금의 최대 50%를 선가지급금 형태로 지급한 점이 참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제재심과 분조위가 한 몸처럼 움직임이면서 금융사 이사회가 꾸준히 제기해 온 배임 문제, 투자자 책임 등은 뒷전으로 밀리고 ‘묻지마 배상’이 금융권에 만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신한에 대한 4차 제재심을 두고도 여러 말이 나온다. 금감원은 두 금융사에 대한 제재심 회의를 이달 22일 다시 열기로 했다. 4차 제재심에 앞서 오는 19일 라임 크레디트인슈어드(CI) 펀드에 대한 분조위 회의가 우선 열린다. 신한금융이 가장 많이 판 펀드다.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의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신한 측이 분조위 결정을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내부통제 미비로 행장에게 징계를 내릴 수 있는지, 매트릭스 체제를 갖춘 것으로 지주 회장에게까지 징계를 물을 수 있는지 등 여러 쟁점보다 피해 배상 여부에 제재심 회의의 초점이 맞춰질 수 있는 것이다.

금감원은 진 행장에게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조 회장에게 주의적 경고의 경징계를 사전통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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