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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씨티은행 철수]막강한 해외펀드 판매채널 유지될까…PB '이탈조짐'슈로더·피델리티 등 외사 펀드 조단위 판매…WM 핵심 경쟁력은 'PB'

이효범 기자공개 2021-04-26 07:37:19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2일 13: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씨티은행이 소매금융 철수를 선언한 가운데 자산관리(WM) 사업을 분리 매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막강한 해외펀드 판매 채널로서 WM사업의 경쟁력도 높이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매금융 철수 선언에 따라 WM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PB(프라이빗뱅커)들이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WM 부문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 받을지 불투명해진다.

◇2007~2008년 펀드잔고 7.4조...200여개 지점 통폐합 거쳐 WM사업 전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국씨티은행을 국내에서 강력한 해외펀드 판매채널로 평가한다. 지난 1999년 국내 은행에서 펀드 판매가 허용된 이후 가장 먼저 펀드 판매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본토에서 펀드 판매 경험이 있었고 비이자수익을 창출에 적극적이었다.

국내에서 펀드 판매를 시작한 이후로 연말 기준 판매잔고가 가장 많았던 시기는 7조4000억원을 웃돌았던 2007~2008년이다. 지점 수는 220개를 안팎으로 가장 많았던 때다. 2007년말 기준 해외펀드 판매잔고는 전체 잔고의 70%에 육박할 정도다.

당시 한국씨티은행에 펀드를 공급한 자산운용사는 11곳이다. 이 가운데 슈로더, ABL, 이스트스프링, JP모간, 프랭클린템플턴, 피델리티 등 7곳이 해외펀드를 주로 운용하는 외국계 자산운용사로 구성됐다. 특히 슈로더투자신탁운용, 피델리티자산운용의 펀드 판매 잔고가 2조8000억원, 1조3000억원 가량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정 운용사의 펀드 설정액을 조 단위로 끌어모을 정도로 판매력은 막강했다. 대신 꼼꼼한 펀드 선별 과정을 거쳐 엄격하게 운용사를 관리했다는 후문이다. 판매 운용사 라인업은 가장 최근 공개된 자료인 올해 2월말 기준으로도 20개에 불과하다. SC은행의 운용사 라인업인 26개에 비해서도 훨씬 적은 규모다.

한국씨티은행은 상품담당자, 포트폴리오 매니저와 리서치팀 등이 참여하는 독립적인 상품 선정프로세스를 거쳐 상품판매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운용사의 운용철학, 운용프로세스, 매니저 경력, 펀드성과, 변동성 등을 다각도로 검토한다.

이같은 과정 덕분일까. 금융투자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일련의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에서도 다소 자유롭다.

펀드 판매 채널로서 한국씨티은행에 대한 시장의 인식을 엿볼 수 있었던 사례 중 하나는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이 매물로 나왔을 때다. 당시 운용업계에서도 여러 하우스가 인수를 검토했는데, 씨티은행 판매망을 갖고 있다는 점도 매력을 느꼈던 요인 중 하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만큼 한국씨티은행이 시장에서 펀드 판매 역량을 인정받았던 셈이다.

하지만 한국씨티은행은 십여년 전부터 WM사업의 힘을 점진적으로 뺐다. 작년말 기준 펀드 판매 잔고도 1조888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중 해외펀드 잔고는 1조6519억원으로 비중은 87%를 차지한다. 2004년말 이후 잔고가 2조원을 하회한 건 처음이다. 200개를 웃돌았던 지점수도 십수 년간 큰폭으로 줄였다.

한국씨티은행이 국내 시중은행들의 압도적인 점유율에 대응, WM 사업을 효율화하는 수순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은 지난 2017년 100여개 지점을 대거 통폐합하고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WM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0년말 기준 전체 지점 38개 가운데 WM센터는 청담, 서울, 도곡, 분당, 반포 등 수도권과 대구, 부산 등 8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다만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았다. 지점을 줄이자 펀드 판매 수익 역시 현저하게 감소했다. 2007년말 기준 판매보수율은 1.117%로 당시 판매잔고를 곱한 단순계산으로 산출한 판매보수는 829억원에 달한다. 판매 잔고가 거의 최저점에 다다른 작년말 기준 판매보수율은 0.753%다. 이를 대입한 판매보수는 142억원으로 2007년과 비교하면 6배 가까운 차이다.

자산운용사 마케팅본부장은 "예전부터 해외펀드 자금을 모집하기 위해서는 씨티은행이나 SC은행으로 가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외국계 자산운용사들 입장에서는 최고의 판매채널"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까지 점포수가 많이 줄어들면서 과거의 명성을 그대로 보기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고객 자산배분에 숙련된 PB들, 소매금융 철수로 이탈 가능성 우려

막강한 해외펀드 판매채널로서 한국씨티은행의 입지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WM사업은 시장에서 높이 평가 받고 있다. 소매금융 철수를 선언한 가운데 분리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WM사업의 경쟁력 덕분이다. WM사업 조직은 소비자금융그룹 내 WM상품본부와 WM센터영업본부 등으로 나뉜다. 큰틀에서 상품조직과 영업조직으로 분리돼 있는 셈이다.

소비자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는 건 발렌틴 발데라바노 부행장이다. 그는 2019년 4월 선임됐다. 특히 차별화된 고객 가치 제안을 통해 WM사업의 양과 질에서 모두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씨티은행(Citibank) 그리스 소비자금융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역임해오다 2014년 한국씨티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개인금융상품/세그먼트본부장, 개인금융사업본부장을 거쳐 그룹장 자리에 올랐다.

한국씨티은행이 이처럼 WM 사업자로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핵심요인은 PB들의 역량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펀드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2000년대 중반에도 개별 펀드 판매에만 집중했다기 보다는 고객의 자산배분에 초점을 두고 영업을 했다. 이같은 역량은 한국씨티은행이 2017년 지점을 축소하고 WM사업을 연착륙 시킬 수 있었던 밑바탕이 되기도 했다.
*한국씨티은행 자산관리서비스 영업점 ‘서울센터’
또 글로벌 은행의 경제분석을 바탕으로 하는 시장 전망 역시 WM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특히 한국씨티은행은 이같은 전망을 바탕으로 고객의 자산배분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씨티모델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고객 성향에 따라 4가지 유형으로 분류되는 투자 포트폴리오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내 금융사들 역시 WM 고객들에게 이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차별적인 경쟁력은 글로벌 은행의 분석 역량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마저도 한국씨티은행이 WM사업을 분리매각 할 경우 사라지는 경쟁력으로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내부 인력 단속이 더욱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소매금융에서 철수를 선언하면서 당장 내부 인력 유출이 불가피해 졌기 때문이다. 특히 PB의 이동과 함께 WM 관리자산의 이동이 동시에 일어날 조짐도 있다. 소매금융 철수를 빌미로 PB들의 이탈이 잇따를 경우 WM사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소매금융 철수를 선언한 이후 철수 방식에 대해 확정된 사항은 없지만 물밑작업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내부에서 실력 있다고 평가받는 PB들은 스스로 갈곳을 찾거나 스카우트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고객과 끈끈한 관계 속에서 판매한 상품 잔고가 크다면 타사에서도 눈독을 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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