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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공모가, 밴드 상단 초과 속출…수요예측 절차 무색 증시 호황 속 기관간 물량 확보 경쟁…IB 근간 '기업 밸류' 경쟁력 퇴색

최석철 기자공개 2021-04-26 07:08:01

이 기사는 2021년 04월 22일 16:0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증시에 입성한 IPO기업 중 63%가 공모가 밴드를 초과하는 공모가를 책정했다. 주관사의 역량을 총동원해 책정한 기업 밸류가 무색한 결과다. 지난해 ‘따상 현상’을 주도했던 일반투자자에 이어 최근 기관투자자도 높은 수익률을 쫓아 공모주를 받기 위해 혈안이 되면서다.

다만 IPO기업의 적정 몸값을 책정하는 역할을 맡는 IB로선 이런 상황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공모주 가격을 결정하는 메커니즘인 수요예측 기능이 사실상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서 오히려 IB의 목소리가 공모 과정에 반영되기 어려운 여건이다.

◇올해 IPO기업 27곳 중 17곳 밴드 상단 초과...'밴드 상단' 의미 무색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을 웃도는 공모가가 속출하고 있다. 올해 수요예측을 거쳐 상장을 마무리한 상장사 27곳(스팩, 재상장 제외) 가운데 17곳이 밴드 상단을 초과하는 공모가로 증시에 입성했다. 나머지 10곳도 모두 밴드 최상단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밴드 상단에 '도전'한다는 단어 자체가 무색한 결과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요예측에서 크게 흥행하더라도 밴드 상단을 지키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공모주 투자자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과 동시에 IPO 과정에서 합리적 몸값을 유지했다는 평가를 이끌어내는 수순이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IB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밴드 상단’은 수요예측 흥행의 결과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밴드 상단에서 공모가를 결정하지 못하면 딜에 문제가 있다고 여겨질 정도”이라며 “특히 덩치가 크지 않은 기업의 경우 상단을 초과해야 성공적인 IPO 딜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물론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을 올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증시에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 지속되는 데다 지난해부터 ‘따상’, ‘따따상‘ 등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공모주가 속속 등장하면서 IPO기업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기관투자자 역시 밴드 상단에 주문을 넣어도 원하는 만큼 공모주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빈도 수가 늘어나자 물량을 확실히 받아내기 위해 밴드 상단를 초과하는 가격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코스피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국내 증시 활황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존 상장 기업의 주가는 물론 IPO기업의 공모가 역시 올라가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적정 공모가 결정 프로세스 '삐그덕'...공모주 열풍 이후 대비 필요

문제는 그 상승 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수요예측 흥행 이후 밴드 상단을 넘기더라도 통상 4~10% 수준에서 결정하는 사례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최대 15%까지 초과하는 사례가 잦아졌다.

밴드를 넓게 잡은 일부 IPO 딜의 경우 공모가 밴드 하단과 비교해 공모가가 최대 46%를 웃돌기도 했다. 수요예측 과정에서만 IPO기업이 시장에서 최소한 인정받길 원하는 기업가치보다 무려 절반 가까이 뛴 셈이다.

IPO기업과 주관사가 머리를 맞대고 현재 사업 경쟁력과 미래 성장성 등을 바탕으로 매긴 기업가치와 할인율이 무색한 수준이다. IB 실무진 사이에서조차 수요예측의 의미가 크게 퇴색됐다는 자조 섞인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의 증시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당장 시장의 눈높이에 맞춰 밸류에이션을 무작정 높여 진행할 순 없다. 하지만 반대로 상단에 몰린 기관투자자의 주문 결과를 받아든 IPO기업의 공모가 인상 요구를 완강히 거절할 뾰족한 방법도, 논리도 없다.

IB업계에서도 이런 현상을 자연스럽지 못한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내 IPO 공모시장에서 공모주 가격 결정은 온전히 기관투자자의 몫이다. 지난해 거의 ‘따상’, ‘따따상’ 등 신조어를 만들어낸 투기가 가까운 공모주 열풍 속에서도 공모주 가격 결정 메커니즘에는 큰 흔들림이 없었던 이유다.

가뜩이나 지난해 ‘따상 현상’으로 수요예측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린 가운데 공모가 밴드의 존재까지 희미해지면서 수요예측 자체가 의미 없는 절차로 여겨질 수도 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공모주 열풍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당장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적정 밸류 역량이 핵심인 IB로선 현재 이런 기이한 상황을 마냥 기쁘게 받아들이기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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