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낀 삼성]부시부터 시진핑까지…반도체로 쌓은 '이재용 인맥'⑤美오스틴·中시안법인 계기로 인연, 정·관계 네트워크 강화 효과
원충희 기자공개 2021-05-31 07:27:24
[편집자주]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자국주의'가 한층 맹렬해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삼성도 두 고래의 헤게모니 다툼에 자칫 새우등 터질 수 있는 만큼 경영과 투자 모두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특히 미중 슈퍼파워 게임의 격전장이 된 반도체 산업은 더욱 민감한 상황이다. 삼성의 미·중 사업현황을 점검하고 이들을 둘러싼 글로벌 시장 환경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7일 08시3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투자는 경제적 유발효과가 큰 만큼 다분히 정치적 이해가 고려된다. 삼성전자의 해외 반도체 생산거점인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법인(SAS)과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생산법인(SCS) 설립 과정에서도 이런 요인이 반영됐다. 이는 삼성의 미국 정·관계 네트워크와 중국 꽌시(?系)가 더욱 단단해진 계기가 됐다.국내 반도체 사업의 해외진출은 정부가 1995년 10월 조 단위 이상의 대형 해외투자를 허용하는 '해외직접투자 자유화 및 건실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본격화됐다. 수조원의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을 시행하려면 1억달러 이상의 대규모 해외투자에 걸린 제약부터 먼저 풀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13억달러를 들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을 지을 계획을 세웠다. 국내 대비 인건비가 비싼 미국이었지만 대규모 투자를 지속한 것은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에서 인정받지 않으면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기 어려운 탓이다. 통상마찰에 대비하고 북한리스크에 따른 생산거점 분산 효과도 노린 행보다.

생산기지로 낙점된 오스틴은 텍사스주 소속인데 당시 텍사스 주지사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었다. 부시 주지사가 주 경제 진흥을 위해 외국기업의 진출을 타진하자 서둘러 응했던 곳이 삼성이었다. 텍사스의 주도인 오스틴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집안의 정치적 근거지이기도 했다.
당시 이승환 오스틴법인장을 위주로 삼성 총수일가와 부시 전 대통령 부자간의 연결고리가 여기서 형성됐다. 삼성은 미 정계 네트워크와 더불어 세금감면, 도로·수자원·전기 등 인프라도 지원받았다. 이때의 인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시안 낸드플래시 생산법인 또한 오스틴과 비슷한 프로세스를 통해 선정됐다. 삼성전자가 2012년 6월 중국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총 70억달러 투자를 결정한 산시성 시안은 내륙에 위치한 농업 중심의 지역이었다. 전력, 철도, 도로 등 기본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해외 IT기업들이 이미 진출해 있어 반도체 등 부품 판매가 용이하다는 점이 고려됐다.

정치적 요인도 당연히 감안됐다. 당시 차기 지도자로 꼽혔던 시진핑 부주석(현 국가주석)의 아버지 시중쉰의 고향이 산시성 지역이었다. 시 주석에게는 원적지인 셈이다. 삼성과 시 주석과의 인연은 2005년 수원사업장 방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시안법인 설립 후 이 부회장은 그 해 8월 왕치산 부총리(현 부주석)를 만나는 등 중국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는 행보를 보였다. 반도체에 이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등 금융부문 협업에 대해서도 논의를 전개했다.
이 부회장뿐 아니라 그 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에서 최지성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권오현 부회장, 장원기 사장은 중국 정계의 2인자로 불렸던 리커창 부총리를 만나기도 했다. 수출입 1위 국가인 중국 경영활동 강화를 통해 유럽발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삼성의 전략적 행보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투자는 고급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효과, 공급망 구축 등의 효과로 이어져 다분히 정치적인 의미도 갖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될 경우 삼성이 그간 다져온 정·관계 네트워크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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