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5월 28일 07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느닷없이 라이터를 옷소매에 가져다 댔다. 입고 있는 점퍼 원단이 불에 잘 타지 않는 재질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불티가 날려도 끄덕없다 한다. '불멍'에 제격인 아웃도어라는 설명이다. 김호선 감성코퍼레이션 대표와 첫 만남에서 있었던 일이다.김 대표가 의류사업에 꽂혔다. 2019년 감성코퍼레이션 종속회사인 데브그루에서 아웃도어 브랜드 '스노우피크 어패럴'을 런칭했다. 새로운 브랜드를 갈망하는 소비자들의 갈증을 파고들었다.
투자금액은 상당하다. 최대주주 지배력 형성에 182억원을 썼다. 감성코퍼레이션 유상증자에 사재 92억원을 털어 넣었다. 구주 매입에도 90억원을 쏟아부었다.
아웃도어 브랜드 사업은 김 대표의 숙원이었다. 코스닥 상장사 라이브플렉스(현 ES큐브) 대표 시절(2008~2011년)부터 품어온 아이템이다. 텐트 제조자개발생산(ODM)을 하면서 남의 걸 만들어서 성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걸 깨달았다. '디스커버리',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아웃도어 라이징 스타로 떠오르는 걸 보고 마음을 굳혔다.
일본 캠핑용품 브랜드 '스노우피크(SnowPeak)' 라이선스를 가져왔다. 하이엔드(고급) 캠핑장비로 통하는 상표다. 오리지널리티를 버리지 않고 의류에 특화해 스노우피크어패럴로 스핀오프했다. 30~40대를 주 고객층으로 설정했다.
초반 기세는 매섭다. 오프라인 매장을 빠르게 늘렸다. 지난 3월까지 54곳이 문을 열었다. 거점 백화점 위주로 입점했다. 지난해 의류사업으로 신규 매출 55억원을 일으켰다. 올해는 1분기 만에 지난해 매출 절반 이상인 34억원을 거뒀다.
아직 적자기업 꼬리표는 떼지 못했다. 2018년부터 영업손실이 이어졌다. 김 대표는 2019년 감성코퍼레이션 대표이사에 올라 사업 재편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단기 수익성에 연연하지 않는 의연함을 보여줬다.
"지금은 수익성 개선보다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는 게 중요합니다. 이익이 나더라도 광고비로 들어갈 겁니다. 내년, 미래를 위해 내린 경영판단입니다. 인생 피날레를 감성코퍼레이션에서 그리겠다는 각오로 뛰고 있습니다."
올해 마케팅에 가용자원을 총동원한다. 오는 9월부터 TV 광고도 펼친다. 마케팅비를 수익성을 갉아먹는 비용으로 보지 않고 이익 선순환을 구축하는 마중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속도전보다 진지전에 방점을 찍고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김 대표의 새로운 도전은 뜻밖이었다. 상장사, 비상장사 대표를 지내며 손에 익은 사업만 해도 서버 SI(시스템 통합)부터 엔터테인먼트, 게임까지 다양하다.
브랜드 입지를 구축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뚝심을 마주하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성장 단계를 밟아가는 정공법이다. 확고한 오너십이 있어야 가능한 결정이다. 앞으로 아웃도어 시장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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