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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의 'ESG 편식' [thebell note]

이명관 기자공개 2021-06-16 08:06:46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5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모태펀드 3차 정시출자 사업 서류심사 결과가 나왔다. 눈에 띄는 대목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섹터다. ESG는 최근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향하고 있는 영역이다. 그런데 결과는 이 같은 분위기와 달랐다.

3차 정시출자 사업에서 ESG로 분류되는 출자 분야는 '사회적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이란 영리기업과 비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다.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면서 재화·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조직)을 일컫는다. 그런데 이 분야에 단 한곳도 제안한 곳이 없었다.

앞선 2차 정시출자 사업과는 상반된 결과다. 2차 정시출자 사업에서 ESG로 분류되는 출자 분야는 미래환경산업이었다. 이 부문에서 '삼배수'가 몰리면서 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그렇다면 이렇게 2차와 3차 정시출자 사업에서 ESG 섹터에 대한 온도차이가 나타난 이유는 뭘까.

이는 '펀드'라는 비히클의 구조적 한계로 설명할 수 있다. 펀드는 기관투자자(LP)로부터 출자를 받아 결성된다. 여기서 우선 수익자는 LP다. 이 과정에서 VC는 LP와 여러가지 약정 사항을 합의한다. 그중 핵심은 성과보수다. 통상 LP가 내건 기준 수익률을 충족해야 성과보수를 받을 수 있다. 기준 수익률은 5% 안팎에서 결정되는 편이다.

문제는 이 기준 수익률이다. 정책자금의 경우 최근 기준 수익률을 낮추고 있다. 초기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민간 LP의 경우 아직까지도 기준 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보통 정부기관으로부터 받는 출자금에 민간 LP의 자금을 추자로 조달받아 펀드를 결성한다. 아무리 정책자금의 기준 수익률이 낮아지더라도 민간 LP의 숫자가 낮아지지 않는다면 그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2차와 3차 정시출자 사업에서 ESG 섹터에 대한 결과가 극명하게 갈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차인 미래환경 산업의 경우 잠재력이 풍부한 투자기업을 발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VC의 투자 역량에 따라 성과보수를 챙길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반면 사회적기업은 상황이 다르다. 이윤을 추구하기 보다 일자리 창출에 무게 중심을 두는 기업이다. 투자를 통해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VC업계에서도 'E'를 제외한 나머지는 사실상 투자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ESG 각 영역에 대한 투자를 고르게 활성화하기 위해선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현재 상태가 이어진다면 VC의 이 같은 편식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민간 LP의 기준 수익률 완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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