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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근거자료, 피평가 기업이 셀프제출 '신뢰도 의문' [ESG 그린워싱 주의보]⑦블랙록 경고, 설문지로 데이터 오염 여지…한국기업지배구조원, 피드백 방식 기업 참여

양정우 기자공개 2021-06-30 13:15:35

[편집자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국내외 자본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자금 조달의 주체인 기업은 ESG 등급에 사활을 걸고, 투자를 주도하는 운용사는 ESG 요소를 감안해 타깃을 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거대한 물결이 워낙 빠른 속도로 이는 탓에 '위장 ESG'라는 빈틈도 생기고 있다. 더벨이 국내 ESG 시장에서 불거지는 그린워싱(green washing) 우려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8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글로벌 시장의 키워드로 자리잡으면서 기업에 대한 ESG 평가가 어느 때보다 중시되고 있다. 하지만 ESG 정보의 값어치가 확대되는 속도를 데이터의 퀄리티(quality)가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ESG 평가의 기초 자료로 쓰이는 데이터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 평가 대상인 기업이 직접 내놓은 데이터에 의존하다보니 '셀프 인증'에 따른 정보의 편향성(bias) 논란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데이터 소싱의 객관성에 무게 중심을 두지만 국내 ESG 평가 기관은 아직 대응이 더디다는 평가가 나온다.

◇ESG 평가 대상, 직접 자료 제공 '바이어스'…정확도 낮아도 패널티 없어

세계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 Rock)은 ESG 보고서를 통해 기업이 스스로 제공하는 ESG 데이터에 공식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ESG 평가 기관이 등급이나 점수를 책정하고자 대상 기업이 제출한 설문지, 각종 협회에 직접 제시한 수치 등을 활용하는 데 우려를 표했다.

ESG 평가를 받는 기업이 제공하는 기초 자료의 경우 외부 기관의 실사, 감사 등으로 확보된 객관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국내에서 ESG 진단을 받는 업체가 대부분 대기업이어서 적극적 분식의 가능성은 낮지만 유리한 자료만 선택하거나 불리한 수치를 배제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물론 ESG 평가 기관도 대상 업체가 마련한 정보를 쓸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ESG 역량을 측정하기 위한 자료는 공시 의무를 갖는 재무제표에서 벗어나 기업의 내밀한 정보와 관계가 깊다. 환경(E) 파트에서 생산 공정(온실가스 규모 등), 사회(S) 영역에서 인적자원 관리(근로조건 등) 등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정보가 적지 않다.

세계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ESG 보고서 일부.

그럼에도 이런 불가피한 여건이 자체 보고 자료의 객관성을 지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ESG 평가 기관이 대상 기업의 설문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정보의 바이어스는 한층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 오히려 ESG 설문조사에 능수능란하게 대응하는 답변 기술에 ESG 평가의 결과가 좌우될 수 있다.

자산관리(WM)업계 관계자는 "ESG의 경우 공시처럼 강제력이 부가된 정보 확보의 툴(tool)이 없는 게 문제"라며 "정보의 정확성에 따라 부여되는 패널티나 정부 차원의 관리 기구가 없으니 작성자에 유리한 편향성을 띄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객관성 중시, 글로벌 평가 대세 흐름…자체 자료 배제에 접촉 금지까지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대신경제연구소, 서스틴베스트 등은 국내 주요 ESG 평가 기관으로 꼽힌다. 이들 평가업체는 각자 ESG 등급이나 점수를 매기고자 역시 대상 기업의 자체 보고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 ESG 평가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우선 기업 공시와 언론사 뉴스 등을 통해 기초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본 평가(기초 데이터 검증 등)와 심화 평가(이슈 중대성 검증 등)를 거친다. 그 뒤 평가 기업을 상대로 ESG 평가의 피드백을 받고 있다. 데이터 수정을 위해 평가 프로세스에 대상 기업을 직접 참여시키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평가 프로세스.

대신경제연구소는 대상 기업을 선정한 후 직접 수기조사(Hand collecting)하는 것을 원칙으로 기초조사와 정량적 문항평가를 진행한다. 이후 '기초조사→문항평가(정량)→기업평가(정성)→지배구조 등급산정(정성)'의 과정을 밟아 나간다. 서스틴베스트의 경우 ESG 영역별 세부평가 항목으로 구성된 'ESGValue' 평가 모형을 갖고 있다.

글로벌 ESG 평가 기관은 데이터 오염 이슈를 극복하고자 다양한 시도를 벌이고 있다. 평가 체계의 중심이 애널리스트(analyst)에서 인공지능(AI)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도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다. AI 알고리즘으로 ESG를 분석하는 기관의 경우 기업의 자체 보고 자료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AI 기반 ESG 데이터 기업인 미국 트루밸류랩스(Truvalue Labs)는 '핫'한 인기 속에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팩트셋 리서치 시스템즈(Factset Research Systems)에 인수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오랜 기간 화두였던 정보 편향성의 논의가 진전을 이뤄 정보의 퀄리티를 높이는 방안이 잇따르고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ESG 평가 기관 중에서도 설문 방식을 여전히 참고하는 곳이 있다"면서도 "평가 대상 기업의 보고 자료는 물론 사전 접촉 자체를 지양해야 하는다는 기조가 대세인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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