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시스템 점검]한진그룹, 독립성 높인 사추위...'투명성' 개선 과제③후보 추천 프로세스 '비공개', 지배구조자문기관 '인맥·학연' 의존 지적
김서영 기자공개 2021-07-06 15:12:39
[편집자주]
기업경영 감독, 이사회 독립성 제고를 위한 사외이사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러나 사외이사 후보군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고 추천·선임되는지는 기업마다 사실상 베일에 싸여 있는 상황이다. 후보군 관리, 추천 경로 공개 등을 요구하는 금융사지배구조법과 달리 비금융 기업은 사외이사후보 추천 시스템이 자율에 맡겨져 있다. 주요 기업의 사외이사후보추천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절차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30일 15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의 사외이사 선임 제도는 3자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을 거치면서 조금씩 개선됐다. 이사회 의장,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위원장을 겸직했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직을 내려놓은 게 대표적인 변화다.한진칼의 사외이사는 모두 사추위를 통해 선임한다. 한진칼은 사업보고서와 분기보고서를 통해 모든 사외이사에 대해 △사외이사의 활동 분야 △회사와의 거래 여부 △최대주주 또는 주요 주주와의 관계 △선임 배경을 밝혔다.
한진칼 사추위는 현재 사외이사 5인으로 꾸려졌다. 신성환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명 법무법인 정세 고문변호사, 최방길 한국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이 포함돼 있다. 전체 11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45%에 해당한다. 사추위 위원장은 신 교수가 맡고 있다.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지주회사 한진칼은 2019년 3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설치했다. 조 회장 체제에 들어서면서 생긴 변화다. 그전까지는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를 선임하며 자신들을 견제할 외부 인사를 제 손으로 뽑아왔다.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이미 사추위를 설치해 운영해왔다.

한진칼은 사외이사 후보 선정 과정에 대해 "사외이사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자격, 경력 등을 검증하고, 전문 영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적으로 추천된 사외이사 후보를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한다"는 원론적인 내용만 밝히고 있다.
한진칼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살펴봐도 후보 추천 프로세스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이는 대한항공도 마찬가지다.

금융지주와 비교해보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금융지주사들은 사외이사 추천, 주주 추천, 서치펌 추천 등 추천 경로별로 후보군을 외부에 공개한다. 아울러 전문 분야별 및 성별, 국적별 후보군 규모를 투명하게 밝히고 있다.
비금융 대기업인 포스코 역시 사외이사 후보군 규모(283명)를 공개한다. 또 사추위에 후보군을 올리기 전에 사외이사후보추천자문단이라는 독립적인 조직을 통해 한차례 더 후보군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한진칼 사추위가 사외이사 후보 풀 관리와 추천 과정이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사외이사·주주·서치펌 추천 등 시스템에 의해 사외이사 후보자를 선정하는 것이 아닌 인맥이나 네트워크에 의존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2019년 3월 한진칼 사외이사에 대해 독립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는 한진칼의 사외이사 선임안(주인기·신성환·주순식)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독립성이 결여된 사추위에서 추천한 사외이사가 선임될 경우 실질적인 내부통제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당시 사추위 구성원은 조현덕·이석우·김종준 이사였다. 조 이사는 한진칼의 지주사 전환 시 자문을 맡았던 김앤장 변호사고, 이 이사와 김 이사는 고 조양호 회장의 고교 동문이라고 서스틴베스트는 밝혔다.
서스틴베스트의 반대 권고에도 사외이사 선임안은 주주총회 의결을 통과했다. 선임 후에도 독립성 논란이 계속됐다. 주인기 이사가 고문으로 있는 법무법인 율촌은 고 조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를 변호한 곳이다. 신성환 이사는 석태수 한진칼 사장의 서울대 경제학과 및 MIT 후배라는 점에서 학연 문제가 불거졌다. 이들 사외이사 3인은 사추위 조직 개편 이후에도 여전히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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