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펀드 지정기준 ‘설정액→순자산’ 요구 커졌다 [Policy Radar]매매·평가익 결산유보, 순자산 50억 이상 소규모펀드 다수…중소운용사 신규펀드 출시 ‘발목’
이민호 기자공개 2021-07-23 07:55:37
이 기사는 2021년 07월 21일 16: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소형 운용사를 중심으로 소규모펀드 지정 기준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행정지도로 시행해온 소규모펀드 관련 모범규준을 자본시장법 시행령으로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부터다.운용업계는 소규모펀드라도 매매이익과 평가이익에 대한 결산유보로 순자산이 쌓이면서 실질적으로 정상적인 운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지정 기준을 설정액으로 잡고 있어 지나치게 많은 펀드가 소규모펀드로 분류돼 신규 펀드 출시마저 저해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소규모펀드 발생억제 모범규준 법제화…운용업계 “지정기준 과도”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 1월 내놓은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방안’의 후속조치로 자본시장법 하위규정 개정을 최근 예고했다. 여기에는 그동안 행정지도로 시행해온 ‘소규모펀드 정리 활성화 및 소규모펀드 발생 억제를 위한 모범규준’을 시행령과 금융투자업규정에 법제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소규모펀드 모범규준은 금융위가 2016년 2월 처음 내놓은 이후 지속적으로 연장 시행해오다 올해 2월 한차례 더 연장 시행을 결정하면서 법제화 준비를 병행해왔다. 설정 1년 이후 설정원본액이 50억원 미만인 소규모펀드가 3개 이상으로 전체 공모펀드에서의 비중이 5%를 초과하는 운용사는 신규 공모펀드 등록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이에 운용사는 추가 판매에 나서거나 임의해지, 펀드합병, 모펀드 이전 등 방법으로 소규모펀드 요건 해소에 진땀을 빼왔다.
금융위가 소규모펀드 정리를 촉구하는 이유는 포트폴리오 구성이 어려워 투자목적에 따른 운용과 분산투자가 곤란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펀드규모와 상관없이 발생하는 고정비용 등 펀드규모가 작을수록 비용도 높아지는 경영비효율을 방지하려는 의도도 있다. 여기에 소규모펀드 난립으로 펀드매니저 한 명당 운용해야 하는 펀드가 과도하게 많아져 수익률 관리에 소홀해지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다.
운용업계는 큰 틀에서의 소규모펀드 규제에는 동의하지만 지정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주장한다. 중소형 운용사의 경우 운용 중인 공모펀드수가 대부분 20개 수준이거나 이보다 적은 만큼 소규모펀드가 1개만 돼도 5%에 해당한다. 이를 감안해 2개까지는 허용하는 예외가 있지만 이마저도 부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규 펀드 출시 제한뿐 아니라 소규모펀드 요건을 한 달 이내에 해소하지 못할 경우 판매사에 공문을 발송해야 하는 등 관리에서의 애로사항도 있다.
◇’매매·평가이익 결산유보’ 순자산 운용가능 수준…지정기준 변경 요구
이 때문에 소규모펀드 지정 기준을 현행 설정액이 아닌 순자산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커져왔다. 하지만 이번 법제화 결정에서도 지정 기준 변경은 다뤄지지 않았다. 운용업계가 순자산으로의 기준 변경 필요성을 주장하는 이유는 설정액이 50억원 미만이라도 순자산은 이보다 높은 펀드들이 많아 실질적으로 운용에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소규모펀드로 지정된 펀드 중에서 순자산이 50억원이 넘는 경우는 다수 있다. 이번달 20일 운용펀드 기준 ‘KB1코노미혁신트렌드’의 설정액은 46억원이지만 순자산은 81억원이다. 설정액이 44억원인 ‘BNK이기는1’의 순자산은 62억원이며 설정액이 47억원인 ‘우리G브릭스’의 순자산도 55억원이다.
순자산이 설정액보다 크게 높아진 데는 2016년 소득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펀드에서의 매매이익과 평가이익에 대한 결산을 유보할 수 있게 된 것이 주효했다. 과거에는 펀드에서 발생한 이익에 대한 결산과 분배를 매년 1회 이상 의무적으로 실행하면서 펀드기준가가 1000원으로 환원되는 대신 투자자는 보유좌수가 늘어나고 이익만큼의 세금을 부담했다.
하지만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을 제외한 매매이익과 평가이익이 분배되지 않고 유보되면서 기준가가 예전만큼 떨어지지 않고 순자산이 지속적으로 쌓이는 결과를 낳았다. 이 때문에 기준가가 1500원 이상인 펀드가 다수 생겨났으며 운용업계에서는 내년에 2000원을 넘긴 펀드도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순자산으로 소규모펀드 지정 기준을 변경하면 편입자산의 시가 변동에 따라 지정 여부가 빈번하게 바뀌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식형펀드에서 이런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운용업계는 3개월 또는 6개월로 기간을 정해 평균 순자산을 기준으로 소규모펀드 지정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소규모펀드로 지정된 상품이라도 순자산을 보면 정상적인 영업이 충분히 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순자산이 주가 변동에 따라서 달라지는 문제는 일정 기간 동안의 평균으로 반영하면 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우리금융 "롯데손보 M&A, 과도한 가격 부담 안한다"
- 신한캐피탈, 지속성장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체계 강화
- 하나금융, ELS 악재에도 실적 선방…확고한 수익 기반
- 하나금융, 자본비율 하락에도 주주환원 강화 의지
- 국민연금, '역대 최대 1.5조' 출자사업 닻 올렸다
- [도전 직면한 하이브 멀티레이블]하이브, 강한 자율성 보장 '양날의 검' 됐나
- [퍼포먼스&스톡]꺾여버린 기세에…포스코홀딩스, '자사주 소각' 카드 재소환
- [퍼포먼스&스톡]LG엔솔 예견된 실적·주가 하락, 비용 절감 '집중'
- [퍼포먼스&스톡]포스코인터, 컨센서스 웃돌았지만 주가는 '주춤'
- 신한금융, ‘리딩금융’ 재탈환에 주주환원 강화 자신감
이민호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조달전략 분석]그룹 자금 빨아들인 홍정혁 사장의 청사진
- [조달전략 분석]홍정국號 BGF리테일, 그룹 지탱하는 현금창출력
- [조달전략 분석]BGF 먹여살리는 캐시카우 'BGF리테일'
- [Board Index/두산그룹]이사회 개최빈도 결정한 그룹 구조조정
- [Board Index/두산그룹]탄탄한 지원 조직, 아쉬운 교육 시스템
- [Board Index/두산그룹]사외이사 겸직 비율 40% 선…타사보다 높은 편
- [Board Index/두산그룹]규제 전문가 다수 포진한 사외이사진
- 사외이사는 누가 뽑아야 할까
- [Board Index/두산그룹]내부절차뿐인 CEO 승계정책…위원회 설치 의지는 밝혀
- [Board Index/두산그룹]'보상위원회 미설치' 사내이사 보수는 내규 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