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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 뺏긴 CJ대한통운? 네이버 의존도 낮추기 '숙제' [플랫폼 손잡는 택배사]③고객사 중 자체 쇼핑몰 두곳 뿐…네이버, 풀필먼트 플랫폼 운영

유수진 기자공개 2021-07-30 10:43:11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변화 중 하나는 '택배시장의 급성장'이다. 비대면 소비의 확산으로 시장이 기존보다 빠른 속도로 팽창하며 택배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이들은 신규 일감 확보 및 영향력 확대 방안으로 플랫폼사와의 결합을 선택했다. 플랫폼 이용자를 잠재적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각사별 전략을 알아보고 미래를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28일 14: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지분교환 전부터 시작된 CJ대한통운과 네이버의 풀필먼트사업 협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함께 센터를 추가로 오픈하고 친환경 물류 프로세스를 구현하는 등 사업 확장에 속도를 붙이면서 양사의 동맹이 더욱 굳건해졌다.

일각에서는 CJ대한통운의 네이버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다수의 파트너들과 풀필먼트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산업전반을 좌우하는 네이버와 달리 CJ대한통운은 사실상 네이버만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을 개시한지 1년3개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네이버가 중개해 준 업체들이 고객리스트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8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이 작년 4월 풀필먼트사업 개시 후 현재까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체는 약 12개사다. 군포와 용인 등에 잇달아 센터를 오픈하며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 대비 고객사 유치 속도는 더딘 편이다.

물론 다수의 셀러들과 계약 체결을 위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0개 브랜드가 입점을 확정 짓고 일정 협의 중이다.

눈에 띄는 건 풀필먼트 사업이 네이버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를 빼놓고는 언급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 모습이다. 현재 2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전부가 네이버 브랜드/스마트스토어 입점 업체다. 사실상 네이버의 중간다리 역할로 계약이 성사됐다.

CJ대한통운과 플필먼트 서비스 계약을 체결한 펫프렌즈와 지그재그. <출처:CJ대한통운>

그나마 올해 들어 네이버와 무관한 자체 플랫폼사 두곳을 고객으로 유치했다. 풀필먼트가 새로운 물류혁신으로 알려지며 관심을 갖는 이커머스 쇼핑몰 등이 늘어난 덕이다. 반려동물 쇼핑몰 펫프렌즈와 여성패션 마켓플레이스 지그재그가 주인공이다.

국내 펫커머스 1위 기업인 펫프렌즈는 기존에 자체 당일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안정적인 물류서비스 제공을 위해 전국 인프라를 갖춘 CJ대한통운과 손을 잡았다. 지그재그는 4000여개의 온라인 여성 패션몰들을 한 곳에 모아 보여주는 플랫폼이다. 입점사들의 자체 제작한 상품에 대해 풀필먼스 서비스를 이용한다.

CJ대한통운 측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펫프렌즈와 지그재그 등 자체 플랫폼사와의 계약 체결 사실을 별도로 알리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업체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후 수개월째 비네이버 고객사를 새로 맞았다는 소식이 없다.

오히려 최근 네이버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이는 모습이다. 회사 측이 배포하는 홍보자료에 네이버가 빠짐없이 등장하는 등 언급이 부쩍 늘었다. 일각에서는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가 '네이버의, 네이버에 의한, 네이버를 위한' 서비스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최근 발표한 사업 확장 계획이 이러한 시각을 뒷받침한다. 네이버와 함께 풀필먼트 센터 규모를 20만평 키우겠다고 했다. 현존하는 센터(용인 포함)의 네 배 이상의 규모다. 해당센터엔 네이버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각종 운영시스시스템과 AI로봇, 무인운송로봇 등 최첨단 물류기술이 적용된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중심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벌써부터 못을 박았다.

지난달 개시한 군포센터와 다음달 오픈 예정인 용인센터는 아예 양사가 함께 마련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네이버는 두 센터에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물류 수요예측 시스템 '클로바 포캐스트'를 적용했다. 클로바 포캐스트는 네이버가 자체 쇼핑데이터와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개발한 물류 수요예측 모델로 이미 곤지암센터에도 도입돼 있다.


특히 네이버는 이달 13일 입점 셀러들과 풀필먼트 제공업체들을 연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 NFA(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를 오픈했다. NFA는 셀러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집중한 서비스다. 네이버 입점 셀러들은 일일이 물류사를 접촉하지 않고도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 내용과 이용료를 확인하고 마음에 드는 파트너를 고를 수 있다.

CJ대한통운은 NFA에 참여하는 7개 풀필먼트사 중 하나다. 아워박스와 위킵, 파스토, 품고, 딜리버드, 셀피 등이 함께한다. 이는 CJ대한통운은 네이버에 올인했지만 네이버는 아니란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풀필먼트 사업 파트너 중 하나일 수 있다. 네이버는 차별화된 물류 역량을 보유한 파트너 다수와 협력을 확대해 다양한 상품군을 포괄하는 배송 체계를 완성하는 게 목표다.

각사들은 스스로의 강점을 내걸고 셀러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7개사가 잠재적 고객인 46만 스마트스토어 입점사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특히 취급 상품에 따라 빠른배송이나 지정일배송 등이 중요하게 고려될 수 있어 규모가 큰 CJ대한통운이 무조건 유리한 것도 아니다. 되레 라스트마일 다변화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별도의 중계수수료를 받진 않지만 국내 풀필먼트 산업에 큰 파장을 미치는 기업으로 자리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사실상 관리를 한다고도 볼 수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사업에서 네이버 의존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며 "안정적으로 사업을 끌어가기 위해선 네이버 외 고객 유치에도 신경을 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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