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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뱅 IPO 후폭풍]오버슈팅 논란 딛고 뱅킹 '재정의' 노린다②금융플랫폼 성장성 선반영, 지속적인 이익창출력 '숙제'

이장준 기자공개 2021-08-13 07:02:54

[편집자주]

주가는 주주의 심리를 보여준다. 카카오뱅크의 최근 상장(IPO) 성공을 눈여겨 봐야 하는 이유다. 기존 은행권과 확연히 다른 몸값을 인정받으면서 누군가는 오버슈팅을, 다른 이는 금융업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말한다. 이를 지켜보는 전통 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속내는 복잡하다. 카카오뱅크 IPO 성공 배경은 무엇인지, 또 어떤 파장이 예상되는지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1일 09: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고공 상승할 수 있던 배경에는 카카오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었다. 압도적인 사용자 수를 확보한 플랫폼 사업자로서 보수적인 금융권에 혁신을 가져오리란 기대감이 선(先)반영됐다는 평가다. 가파른 이익 성장세도 여기 한몫했다.

당분간 각종 지수에 편입되며 주가가 하방경직성을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플랫폼이 보여줄 경쟁력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대출 시장 전체 파이가 커지는 데 한계가 있어 다른 은행의 시장점유율(M/S)을 얼마나 가져오는지도 중요하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은행 관점에서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오버슈팅'이라는 지적도 있다. 차별화된 플랫폼과 지속적인 이익 창출력을 보여줄 때 비로소 시장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는 평가다. 카카오뱅크가 규제산업인 은행업을 재정의할지 주목된다.

◇탄탄한 MAU, 가파른 흑자전환 등 잠재력 인정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10일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종가 7만1400원에 마감했다. 전일 대비 9.04% 떨어진 수준이다. 시가총액은 33조9222억원으로 코스피 12위를 기록했다. KB금융(21조7468억원, 22위), 신한지주(20조957억원, 23위)의 시장 가치를 여전히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금융권과 IB 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의 현재 밸류에이션으로는 도저히 이 시장 가치를 설명할 수 없다고 본다. 자본금이 5조원을 살짝 웃도는 수준을 감안하면 오버슈팅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만큼 미래 가치를 선반영하면서 높은 몸값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카카오뱅크가 펼칠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기대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1위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한 카카오의 덕을 봤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국내 경제활동 인구의 57%에 해당하는 1615만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MAU(Monthly Active Users)는 1335만명으로 국내 금융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중에서 가장 많다. 탄탄한 고객층이 플랫폼 비즈니스를 구축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점에서 성장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출처=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여기에 빠른 흑자 전환을 통해 수익 모델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 영업 개시 이후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분기 흑자를 달성했다. 올 1분기에도 5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1년 새 3배 가량 불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2.5배 증가한 467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규모만 놓고 보면 전통 은행들에 한참 비하지 못하지만 성장률 측면에서 프리미엄을 확보한 것이다.

실제 카카오뱅크의 총자산은 올 3월 말 기준 28조6164억원을 기록하며 광주·전북·제주은행을 넘어섰다. 영업자산도 가파르게 늘어났다. 올 3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원화대출금은 21조6053억원으로 국내 은행 시장 전체를 통틀어 1.1%의 시장점유율(M/S)을 확보했다. 앞선 은행들은 물론 한국씨티은행까지 제치는 데 성공했다.

인터넷전문은행 특성상 지점이 없어 비용 구조의 효율성이 압도적인 덕택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이 적게는 1만4000명에서 많게는 1만7000명 수준의 임직원을 두고 있는 반면 카카오뱅크는 이제야 1000명을 돌파한 수준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카카오의 이미지가 있으니 시장에서 카카오뱅크를 은행이 아닌 플랫폼사업자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고 판단했다"며 "매년 은행의 이자이익은 5~10% 수준으로 증가한다고 보지만 카카오뱅크는 몇 배로 성장하며 압도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할 것이란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금융권 디지털그룹 관계자는 "과거에는 지점이 많은 은행이 리테일 측면에서 좋은 은행이었다"며 "앱(플랫폼)이 만들어지면서 고객과 접점이 무한하게 바뀌었다는 점에서 카카오뱅크가 강점은 있다"고 전했다.

*출처=금융감독원

◇팍팍한 규제, 대출성장 제한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하지만 이를 두고 지나친 '장밋빛 전망'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플랫폼 비즈니스와 전통의 예대 마진 측면에서 모두 도전적인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우선 금융플랫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IB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편익이 증가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따라야 하는데 은행은 고객이 늘어나도 그에 비례한 편익 증대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네트워크 효과가 없는데도 플랫폼 프리미엄을 부여해 밸류에이션을 책정하기엔 무리라고 본다"고 밝혔다.

은행이 규제 산업이라는 점도 분명한 한계로 꼽힌다. 카카오뱅크가 기반을 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전문은행법)은 해당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은행법에서 정하는 바를 따르게 돼 있다.

시중은행들도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나 예대율 등 명시적인 규제는 물론 금융당국의 권고사안까지 준수하면서 영업을 하고 있다. 은행업이 아닌 겸영업무를 하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 관련 법령에서 정하는 일부 업무로 국한하는 등 신사업 구상에도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산업은 기본적으로 규제업, 허가업이자 관리감독업으로 자본비율, 예대율 등 제한된 범위 내에서 예대 마진을 남겨야 한다"며 "당장은 카카오뱅크가 편의성을 기반으로 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차주가 고신용자 중심으로 구성돼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미래에도 경쟁력을 유지할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증권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지닌 잠재력은 시장에서 이미 충분히 보여줬다고 본다"며 "다만 금융업 특성상 정부 규제 등 외생 변수가 완화될지가 추후 주목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대출 시장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짚어볼 만한 대목이다. 올해만 해도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 상한 목표치를 5~6% 선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당장은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지만 추후에는 기존 은행들과 모기지론 등 시장점유율을 앗아오는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카카오뱅크는 오는 20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입이 예정돼 수급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이 유입되면서 당분간 주가가 하방경직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차별화된 플랫폼 비즈니스 역량과 지속적인 이익 창출력을 보여주는 숙제가 남았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MSCI나 코스피200 등 지수 편입에 따른 수급 이슈로 카카오뱅크 주가가 당분간 급락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추후 수수료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매 분기 이익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줄지 여부가 추후 주가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출처=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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