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8월 12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이유는 없다"던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을, 부동산 임대차(전월세) 시장이 불타고 있는 현 시점에 소환해 본다. 다시 질타를 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위화감을 조성하려는 것도 아니다. 정부 부동산 정책의 방향성, 그리고 이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간의 공감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공직자로서 처신에 맞지 않는 장 전 실장의 발언에 모두가 발끈했다. 일부에서는 분노로까지 번졌다. '가재와 붕어는 개천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조국 전 장관의 발언이 오버랩되면서 화를 북돋았다. 사회 구성원의 경제적 차이에 대한 인정이 아니라 차별의 정당화로 읽혀지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확대 해석되고 재생산된 측면도 있다. 냉정하게 이야기 하면 '모든 사람이 강남 아파트를 살(buy) 수 없다'는 부인할 수 없는 팩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장 전 실장의 발언은 우리 사회 기저에 깔려 있는 부(富)에 대한 반감과 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한 불만이 겹치면서 서민들의 감정 선(線)을 건드린 것은 아닐까.
아이러니하게 이 부자들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부동산 전월세 시장에서 서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정부 정책이 그리고 이를 반기는 여론이 전월세 상품의 주공급자인 부자들을 타깃으로 삼으면서 임대차 시장이 꼬이고 있다.
전세 시장과 매매 시장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으로 그리고 그 반대로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서로 대체될 수는 없다. 상품을 가지고 있는, 대체로 부자들이 전월세 주택을 공급하고, 여유가 없거나 여건이 안 맞는 사람들이 수요자가 된다. 그 반대는 일어나지 않는 일방적인 시장이다. 공급자가 사라지면 전월세 시장의 수요자들에게는 대안이 없다는 뜻이다.
전세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정부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전세 공급자들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 공급자는 투기꾼 혹은 다주택자, 임대사업자 등 때와 장소에 따라 이름을 달리 하며 비난을 받고 있다. 그 결과 여러 주택을 취득하는 게 어렵게 됐고 보유시 엄청난 세금을 내며 팔 때는 중과세를 물고 있다. 이들은 결국 움츠려 들거나 아예 자취를 감추고 있다.
게다가 가진 자들의 대표적 투자처로 여겨지는 은마아파트와 잠실주공 5단지 등 재건축이 막히면서 전세공급을 더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재건축조합원의 실거주 요건 등 재건축을 통한 부 증식을 순순히 지켜보지 않겠다는 정부 철학이 기반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투기꾼 혹은 다주택자, 임대사업자 때려잡기에 나선 정부에 서민들은 환호했을까 아니면 반감을 가졌을까. 분배에 초점이 맞춰진 이번 정권의 '이념'과 국민들의 '감성'이 결합되면서 부동산정책이 왜곡의 길로 들어선 것은 아닐까.
전세 시장만 놓고 본다면, 부자들을 부동산 시장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이 맞아 보인다. 감성과 이념의 정책이 아닌 실용과 합리의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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