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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 임금 '평균의 함정' [thebell note]

유수진 기자공개 2021-08-24 13:16:44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0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Q. HMM 노사가 임금인상안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자칫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엄청난 수출 물류대란이 예상된다. 다음 중 좌불안석이 아닌 사람·기관은?
①HMM 노사 ②정부(산은·해수부 등 포함) ③수출기업 대표 ④다른 해운사 임원 ⑤없음

①, ②, ③엔 손쉽게 엑스(X)자가 그어진다. 문제는 ④다. HMM이 파업을 하면 다른 해운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을까. 국내에는 경쟁사라 할 만한 곳이 딱히 없다. 심지어 지금은 물량이 넘쳐나고 배가 부족해 경쟁을 할 필요도 없는 상황 아닌가. 업계 이미지 추락을 걱정하는 건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두눈은 ④와 ⑤ 사이를 바쁘게 오간다.

이쯤에서 정답 공개. 답은 ⑤다. 최근 HMM의 임단협을 바라보는 국내 해운사 임원들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그나마 비상장사는 사정이 낫다. 현대글로비스와 팬오션, 대한해운, KSS해운 같은 상장사들이 특히 난감해한다.

말 못할 고충은 HMM 직원들의 임금이 2011년부터 8년간 단 한번도 인상되지 않았다는 소식이 보도되며 시작됐다. 이들의 낮은 임금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과정에서 다른 해운사의 평균 임금이 비교군으로 함께 오픈됐다. 급여는 기업들이 공개를 꺼리는 정보로 대외비인 경우가 많다. 분기마다 보고서에 의무적으로 명시해야 하는 상장사들이 주요 타깃이다.

자사는 물론 타사의 평균 연봉이 대내외적으로 공유된 이후 위아래의 눈치를 본다고 한다. "우리회사 평균 임금이 이렇게 높았냐"고 묻는 후배를 보며 자칫 세대간 갈등으로 번질까 긴장하고, 반대로 '숫자'를 좇아 경쟁사로 이직한다고 할까봐 마음을 졸인단다.

'위'는 더 심각하다. 오너나 최고경영진이 '우리회사가 너무 많이 주나'라며 동결 혹은 삭감을 선언할 수 있어서다. 괜한 걱정 같지만 일리가 있다. 국내 최대 해운사이자 잘나가는 HMM의 임금이 업계 하위권이라지 않는가. 비용절감에 관심이 많은 경영진 입장에선 솔깃할 수 밖에.

이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각 기업이 공개한 평균 임금을 단순 비교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평균의 함정' 때문이다. 회사별로 직원들의 근속연수와 직급별 구성비, 임금격차 등이 모두 달라 급여총액을 직원 수로 나눈 값이 대표성을 가진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일례로 직원 수와 직급별 급여가 같다 하더라도 저연차가 많은 회사는 고연차가 대다수인 곳보다 평균 연봉이 낮은 게 당연하다. 소속 회사의 평균 임금이 높다는 게 내 급여가 타사 동일 직급자 대비 많다는 의미가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현실에서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다.

숫자에 지나치게 매몰돼 우울해하는 선후배가 주변에 있다면 '평균의 함정'을 얘기해주는 게 어떨까. 타사보단 차라리 작년 내 월급과의 비교가 더 유의미하다고 말이다. 아, HMM은 8년동안 동결이었지. 이번엔 다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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