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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본 은행 판도변화]투자 규모 KB·신한 다툼, 수익 보면 농협까지 '3파전'⑫유가증권 산은·외국계 중심 보유, 수익성은 지방은행에 밀려

이장준 기자공개 2021-08-30 07:19:37

[편집자주]

국내 은행들의 생존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예대마진이란 공통의 영업방식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저금리 영향으로 대출시장이 커지면서 은행들의 경쟁구도도 한층 더 복잡해졌다. 특히 각종 지표들을 살펴보면 은행간 시장 지배력과 경쟁력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엿보인다. 더벨은 금융사들이 제공한 다양한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은행업권의 판도 변화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5일 13:1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의 자산 가운데 대출채권 다음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유가증권이다. 단순한 현금, 예치금과 달리 투자 성격이 강한 특징이 있다. 유가증권을 운용하는 역량은 전통적으로 대출을 내주는 것과는 또 다른 은행의 경쟁력인 셈이다.

보유한 채권이나 주식 규모가 크다고 수익성도 뛰어난 건 아니다. 물론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처럼 보유한 유가증권 규모와 손익 모두 잡은 케이스도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에 비해 운용 역량이 탁월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많아 이를 기준으로 삼으면 은행 간 순위 변동도 크게 나타난다.

◇'강자'에서 밀려난 하나, 규모 대비 수익성 뛰어난 농협

금융감독원은 국내 은행의 총자산(은행계정)을 크게 △현금 및 예치금 △유가증권 △대출채권 △유형자산 △기타자산 등 다섯 가지 범주로 나눈다. 그중 주요 수익원인 예대마진의 기반이 되는 대출채권을 제외하면 유가증권의 비중이 가장 크다.

국내 19개 은행들의 총자산 대비 보유한 유가증권 비중은 15~17%에 달한다. 변동 폭은 크지만 유가증권 손익은 많게는 은행 전체 영업이익의 20%에 이를 정도로 많다. 그만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유가증권은 국채, 금융채, 지방채, 사채, 주식, 주식 관련 증권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다만 금감원은 유가증권에 대해 이를 다시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 상각후원가측정 등 회계 계정상 분류에 따라 나누고 있다.

더벨은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토대로 회계 계정상 구분 없이 국내 19개 은행들의 전체 유가증권 규모와 손익을 기준으로 시장점유율(M/S)을 산출하고 비교 분석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병으로 지금의 은행 체제가 완성된 직후인 2016년 1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총 21개 분기에 걸쳐 대형·준대형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과 나머지 중소형·특수·인터넷은행의 추이를 나눠 살펴봤다.

우선 대형·준대형은행 가운데 최근 보유한 유가증권 규모가 가장 큰 하우스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으로 나타났다. 사실 2018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하나은행이 보유한 유가증권 규모가 상당해 업계 '톱 티어'를 유지했으나 이후 M/S가 추락해 10%대를 겨우 유지하는 실정이다.

*출처=금융감독원

하나은행의 빈자리는 신한은행이 채워나갔다. 과거 '만년 2등'이었던 신한은행은 2018년 9월부터 유가증권 규모 M/S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2개 분기에 걸쳐 국민은행에 선두를 내주긴 했으나 올 들어 13.01%의 M/S를 기록하며 다시 역전했다.

3~6위권은 뚜렷한 주도권을 쥔 곳 없이 순위가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올 3월 말 기준으로는 IBK기업은행(11.15%), 하나은행(11.04%), 농협은행(10.31%), 우리은행(10.25%) 순으로 보유한 유가증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다른 양상도 나타났다. 유가증권 손익은 각 유가증권의 처분·평가배당수익에서 처분·평가비용을 제한 값이다. 이를 기준으로 삼으면 변동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가령 국민은행은 2016년 4분기에 국내 은행 통틀어 가장 큰 손실(481억원)을 보기도 했지만 대형·준대형은행 가운데 신한은행과 더불어 가장 많은 유가증권 손익을 낸 하우스로 꼽혔다. 두 은행은 6개 분기에서 가장 많은 유가증권 손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까지는 수익성이 투자 규모와 얼추 비례하는 양상이다.

*출처=금융감독원

다만 농협은행의 약진이 눈에 띈다. 유가증권 규모 M/S는 많아야 10%를 살짝 웃돌지만 총 4번에 걸쳐 이들 은행 중에서 가장 많은 유가증권 수익을 거뒀다. 그만큼 자산운용 역량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의미다.

이와 반대로 하나은행은 보유한 유가증권 규모에 비해 수익성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 10개 분기에 걸쳐 가장 많은 유가증권을 보유했는데 '손익 1등'은 3회에 그쳤다는 점에서 실속을 제대로 못 챙겼다는 분석이다.

우리은행은 유가증권 손익이 이들 은행 가운데 가장 작은 편에 속했다. 이에 지난해 증권운용부를 부활시켜 채권 등 부문 역량을 강화하면서 비이자 수익원을 확대하고 있다. 올 1분기에는 13.05%의 유가증권 손익 M/S를 차지했다.

◇'공룡' 산은의 위축, 수출입·부산 '약진'

사실 유가증권 규모로만 따지면 국내 은행 통틀어 한국산업은행만큼 많은 곳이 없다. 기업 구조조정을 맡아 주채권은행으로서 보유한 채권 및 주식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미 2016년 초부터 70조원 가량의 유가증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다만 약 5년이 지난 지금 M/S 자체는 크게 쪼그라들었다. 현재 채권 규모는 75조원 수준으로 소폭 늘었지만 같은 기간 국내 다른 은행들도 부지런히 유가증권 투자 규모를 키운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2016년 3월 말 20.6%였던 유가증권 보유 M/S는 올 3월 말 14.52%까지 하락했다.

산업은행을 제외하면 중소형·특수·인터넷은행 중에서는 다른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을 비롯해 외국계인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자리 다툼이 치열하다. 2017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외국계은행들이 우위를 점했으나 2017년 9월부터 수출입은행의 유가증권 규모가 크게 불어났다.

2018년 6월부터는 10조원 안팎의 규모를 유지했고 지난해부터는 15조원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SC제일은행은 때때로 수출입은행을 넘어설 정도로 유가증권을 확보했지만 한국씨티은행은 이들 두 은행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에서 M/S가 형성됐다. 2017년 이래로는 이들 은행 중 '톱'을 차지한 적이 없었을 정도다.

*출처=금융감독원

유가증권 보유 규모로만 따지면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은 미미한 편에 속한다. 그나마 대형 지방은행인 부산은행과 대구은행 정도가 M/S 2%대를 유지했으나 2019년부터는 단 한 번도 이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반전이 나타났다. 산업은행의 경우 대형·준대형은행과 마찬가지로 변동 폭이 상당히 큰 편에 해당한다. 2017년 2분기에 8701억원의 손익을 내며 '대박'을 치는 한편 2018년 4분기에는 '마이너스' 1025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제외하면 수출입은행과 부산은행이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 두 은행은 각각 7개, 6개 분기에 걸쳐 이들 은행 중 가장 많은 유가증권 손익을 냈다. 특히 부산은행의 경우 유가증권 보유 M/S가 1%대임에도 꾸준히 2%를 상회하는 손익 M/S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반면 대출 성장 등 다른 부문에서는 두각을 드러낸 인터넷은행들은 비교적 약한 모습을 보였다. 카카오뱅크가 2019년 2분기 3.37%의 유가증권 손익 M/S를 차지한 걸 제외하면 대부분 0%대에 머물렀다. 케이뱅크의 경우 유가증권 손익 M/S가 0.12%였을 때가 가장 많았을 만큼 아직 충분한 운용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출처=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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