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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오너' 세일즈 통했다...수요예측 '대박' 첫 날 경쟁률만 1000대 1 상회…정기선 부사장 직접 IR, 머스크 수주도 영향

이경주 기자공개 2021-09-03 13:11:56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3일 13: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이 기업공개(IPO) 기관수요예측에서 첫 날에만 10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종 경쟁률은 유가증권시장 IPO 사상 최대치가 될 가능성이 있다.

공모구조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합리적 밸류(기업가치)와 △역대급으로 낮은 유통물량 △최근 머스크 대형수주 호재까지 겹쳤다. 여기에 오너 3세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핵심기관을 대상으로 직접 기업설명회(IR)를 하는 진정성을 보인 것이 투심에 쐐기를 박았다. 대형기관들이 뭉칫돈을 대거 베팅했다.

◇코스피 최대 경쟁률 예상...의무보유확약 물량도 과반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이달 2일 진행한 국내외 기관수요예측을 취합한 결과 경쟁률이 1000대 1이 넘었다. 국내 기관수요예측은 이달 2~3일, 해외기관수요예측은 올 8월 26일부터 이달 3일까지 진행 중이다. 2일이 국내와 해외 기관이 모두 참여한 본게임 첫 날이 된다.

베팅의 질도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외 기관 대다수가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 이상 구간에 베팅했고, 특히 신청물량 절반 이상에 의무보유확약을 걸었다.

조단위 공모가 수요예측 첫날에 1000대 1이 넘은 것은 흔치 않다. 덕분에 마지막날(3일) 현황까지 합산할 경우 현대중공업이 코스피 IPO 사상 최대 경쟁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직전 최대기록은 올 4월 수요예측을 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로 최종 경쟁률이 1882.88대 1이었다.

업계는 차세대 총수인 정기선 부사장(사진)의 ‘오너 세일즈’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정 부사장은 지난달 말부턴 톱티어급 해외대형기관 IR에 직접 참여해 질의응답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이달 2일에는 국내 대형자산운용들을 대상으로 하는 간담회도 직접 수행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정 부사장이 직접 IR을 한다는 소식에 2일 간담회에 대형자산운용사 주식부문대표들이 대거 참여해 관심을 보였다”며 “특히 정 부사장이 미래비전을 자신감 있게 전한 덕에 대규모 베팅을 결정한 기관들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5.26%를 보유한 3대주주다. 오너일가 중에서 최대주주인 정몽준 이사장(26.6%) 다음으로 지분이 가장 많다.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 경영참여 전 언론와 IB업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 소통에 능하다.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2004~2006년)와 크레디트스위스그룹(2010년), 보스턴컨설팅그룹(2011~ 2013) 등을 거쳤다. 현재는 현대중공업 부사장(선박/해양 부문)과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부사장)과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부사장)직을 겸직하고 있다.

특히 그룹 미래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성장성을 어필해야 하는 IPO의 최고 IR 적임자이기도 했다. 그룹은 지난해 미래위원회라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렸는데 정 부사장이 위원장이다. 미래위원회는 수소사업을 포함해 인공지능(AI)과 로봇, 헬스케어 등 신사업을 발굴하고 발전시킨다.

◇머스크 1.6조 수주…선가 기존보다 30% 높아

IPO 직전 사업적으로 대형호재가 발생한 것도 기관 투심을 자극한 핵심 요인으로 전해진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대 선사 머스크와 메탄올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8척을 1조6500억원에 짓는 계약을 맺었다.

규모(1조6500억원)도 컸지만 '수주의 질'이 전과 다르다는 점에 기관들이 주목했다. 척당 선가가 약 2060억원인데 기존 대형선박 선가 대비 30% 가량 높았다. 특히 머스크는 선수금도 파격적으로 지불하기로 했다. 기존 선박은 선가의 10%를 선수금으로 지불하는데 머스크는 30%를 제시했다. 수주에 대한 매출이 과거보다 빨리 잡힐 수 있어 단기실적에 긍정적이다.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된 덕분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진입에 따른 경기회복으로 해상 물동량은 급격히 늘고 있는 반면 선박공급은 조선사들이 불황기에 구조조정을 거친 탓에 과거보다 제한적이다. 선가협상에서 조선사가 유리해졌다.

이에 조선사들이 매출 회복 뿐 아니라 과거 보다 높은 수익성까지 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는데 머스크 사례로 입증이 됐다. 매력적인 공모구조에 호재까지 겹친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밸류를 호황을 선반영하지 않고 보수적으로 산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모가 희망밴드 기준 밸류가 4조6162억~5조3263억원인데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8~0.9배에 그친다. 반면 IB업계는 업종PBR이 내년 초 1.5~1.7배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중공업 주가가 내년 초 공모가 대비 두 배 수준으로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더불어 현대중공업은 상장 직후 주가를 결정짓는 요인 중 하나인 유통주식비중도 올해 빅딜 가운데 가장 낮은 현대중공업은 전체 상장예정주식수(8877만3116주)의 16.2%인 1440만주만 상장 직후 유통된다.


유통주식(1440만주)은 모두 공모주주들이 보유하게 될 물량이다. 수요예측에서 기관들이 의무보유확약을 대거 걸고 있기 때문에 유통비중은 10% 내외로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앞선 관계자는 “공모구조도 매력적으로 봤는데 머스크 수주사례로 미래 기대감까지 현실화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국내외 기관들이 수개월 이상 확약기간을 감수하고 베팅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일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청약은 오는 7~8일 양일간 진행한다. 같은 달 7일 진행하는 우리사주조합 청약은 이미 완판 됐다. 수요 조사를 위해 지난달 말 진행한 사전청약에서 신청액이 배정액의 두 배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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