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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산업 극복과제…어깨 무거워진 '그라운드X·카카오엔터' [빅테크 금소법 쇼크]③김범수 카카오 의장 '미래 먹거리' 낙점, 글로벌 투자·IPO 선봉

최필우 기자공개 2021-09-15 07:15:25

[편집자주]

국내 대표 테크핀(Techfin) 기업인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등은 고객 중심의 사용자환경(UI)·사용자경험(UX), 편리함 등을 무기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기존 금융회사들과 견줄 정도로 커지면서 금융당국의 규제 칼날도 날카로워졌다. 더벨은 본격적인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적용에 앞서 관련 기업들의 현 준비상황과 금소법 시행에 따른 영향 등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3일 10: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에 내수 기업 꼬리표 떼기란 과제가 떨어졌다. 플랫폼 금융업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됐고 공정거래위원회도 독과점 이슈로 빅테크 견제에 나섰다. 금융을 비롯해 모빌리티 가 대표적인 규제 대상이다.

글로벌 메신저 플랫폼 시장을 장악한 미국 페이스북, 중국 텐센트와 달리 카카오는 이용자 대부분이 한국인이다. 금융업, 운송업 등에 발을 걸쳐 생활 플랫폼 진화를 도모했으나 내수기업 이미지는 더욱 짙어졌다.

플랫폼 금융업 규제 강화가 예고되면서 지속가능 경영 측면에서도 걸림돌이 생겼다. 고속 성장을 주도한 금융, 간편결제업이 당국의 제재를 받으면 현 체제를 고집하긴 어렵다. 정치권, 공정거래위원회도 빅테크 견제에 나선 만큼 내수산업 위주 확장은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가상자산, 엔터 산업은 이같은 꼬리표 떼기의 시작점이다. 카카오가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활발한 해외 투자, 미국 기업공개(IPO)로 글로벌을 성장 중심축으로 만드는 데 일조해야 한다. 내수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해외로 확장하고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일찌감치 해외 노선 나선 그라운드X…가상자산 규제의 전화위복

카카오는 인터넷은행, 간편결제, 모빌리티 뿐만 아니라 가상자산업계에서도 국내 선두다. 2018년 3월 블록체인 기술 개발사 그라운드X를 설립했다. 카카오 자본을 등에 업고 경쟁사 대비 발빠르게 개발자를 투입하며 안착했다.

특이한 건 여타 계열사와 달리 해외를 경유하는 지배구조를 갖췄다는 점이다. 일본 법인 카카오G는 카카오 공동체 내에서 가상자산 관련 법인을 총괄하는 지주다. 카카오G가 싱가포르 소재 판제아(Panzea Pte. Ltd.)를 지배하고, 판제아는 크러스트(Krust)를 자회사로 둔다. 카카오가 이 3개 회사를 거쳐 국내 법인 그라운드X를 지배하는 구조다.


3개 국가를 넘나든 건 가상자산 규제 때문이다. 국내에선 가상자산공개(ICO)를 비롯한 관련 경영 활동을 사실상 불법으로 간주한다.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 대부분 규제에서 자유로운 싱가포르에 법인을 뒀고 그라운드X도 같은 수순을 밟았다. 그라운드X는 국내 거래소에 가상자산 '클레이(Klay)'를 상장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하는 등 당국의 심기를 각별히 살피고 있다.

가상자산 규제는 사업 초창기 번거로움을 초래했으나 카카오 공동체 국내 확장에 제동이 걸린 지금은 전화위복이 됐다. 금융 당국은 플랫폼 금융업에 대해 완화적 규제 기조를 유지하다가 갑작스레 원칙을 강요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와 달리 규제 일변도로 일관된 가상자산업은 이미 해외에 자리잡아 확장에 무리가 없다.

김 의장이 최근 명목상 존재하는 법인이었던 크러스트에 특명을 내린 것도 가상자산업 글로벌 확장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크러스트는 블록체인 기술을 갖춘 국내외 기업 투자를 전담한다. 김 의장 최측근인 송지호 카카오 공동체성장센터장이 크러스트 대표로 취임했다. 강준열 전 카카오 최고서비스책임자(CSO)도 합류한다.

글로벌 블록체인 서비스 시장은 NFT(대체불가능토큰)를 필두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해외 플랫폼 이용자들이 카카오톡을 쓰지 않아도 카카오 공동체 블록체인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하는 게 가능하다. 글로벌 블록체인 키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면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를 안착시키며 국내 은행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던 것 이상의 반향을 기대할 수 있다.

◇시장 '개척'하는 웹툰, 미국 IPO 성공시 글로벌 확장 '날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M&A로 몸집을 불려 올 상반기 말 기준 31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대부분이 역량 있는 배우, 가수, 프로듀서, 작가 등을 보유한 영세 기업으로 오너가 카카오엔터에 지분을 팔면서 공동체에 합류했다. 이달엔 음원 플랫폼 서비스 멜론을 운영하는 멜론컴퍼니와 합병하면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인수 기업 숫자와 사업 영역을 보면 문어발식 성장이라는 지적을 받을 법도 하지만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등에 비해 카카오엔터는 비판에서 자유롭다. 엔터산업 특성상 독과점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유와 창의가 중시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당국 차원의 규제가 새로 생길 가능성도 크지 않다.

특히 네이버와 양대 산맥을 이루는 웹툰 비즈니스의 경우 대중의 호감도가 높다. 기존 산업을 잠식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와 달리 카카오엔터는 존재하지 않았던 웹툰 시장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와 아시아 지역에서 공격적으로 이용자 수를 늘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수 독점기업 이미지도 극복할 수 있다.

카카오엔터는 미국증시 상장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미 웹콘텐츠 플랫폼 타파스와 래디쉬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미국증시 상장에 성공하면 글로벌 플랫폼 이용자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내수 독점 기업 이미지를 벗는 데도 보탬이 된다.

IC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등 국내 IPO를 앞두고 있는 카카오 계열사 대부분 내수 산업에 주력하면서 과도한 확장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며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진출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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