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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60년 히스토리]포스코건설, '언더독'의 반격⑥설립 17년 만에 5위권 진입, 최단 기록…'더샵' 힘싣기 총력

고진영 기자공개 2021-09-16 07:48:02

[편집자주]

건설업계에선 해마다 시공능력을 줄세우는 성적표가 매겨진다. 항목별 점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업계의 '파워 시프트(Power Shift)'를 짐작해볼 수 있는 연례 이벤트와 다름없다. 특히 대형사들에게는 상징성 싸움이자 자존심 문제로도 의미가 있다. 도입 60년, 시공능력평가를 통해 시장의 판도 변천사를 되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4일 15: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경쟁사로 안봤는데…” 2000년대 초 포스코건설이 시평 10위권에 안착하자 대형사들 사이에서는 탄식이 심심찮게 나왔다. 역사가 짧다보니 '포스코'라는 후광에도 불구하고 업력을 얕보는 분위기 탓이었다.

1990년대 설립된 포스코건설은 포스코 민영화 이후 부동산시장에 본격 진입하면서 전통의 강자들을 빠르게 따라잡았다. 시평 역사상 최단 기간에 상위 5위권을 뚫는 기록을 세운 다크호스다. 다만 순위에 비해 브랜드 경쟁력이 아직 약하다 보니 최근에는 재건축 시장에서 위상을 높이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그룹 물량 기반 성장…주택시장 데뷔와 10위권 도약

포스코건설은 모기업인 포스코의 고민 때문에 탄생했다. 1970년 포항제철소 건립의 첫 삽을 뜬 포스코는 1992년 광양제철소 4기를 준공해 길었던 ‘확장의 시대’를 일단락지었다. 그러나 일을 마치고 보니 그간 제철 플랜트 공사를 하면서 확보한 기술과 인력의 활용이 숙제로 남아있었다.

신일본제철 등 해외 제철사 사례를 분석한 뒤 포스코가 내린 결론은 건설 자회사의 설립이었다. 1994년 포스코엔지니어링과 포스코그룹 내 건설분야를 통합하고 거양개발을 합병해 포스코건설(당시 포스코개발)을 출범시켰다.

초기 사업은 포스코가 보유한 부동산을 관리해주거나 철강 관련 플랜트를 수주하는 등 모기업에 크게 기대고 있었다. 국내 최초 민자(民資)사업인 인천공항고속도로, 부산 광안대교 건설 등이 이 시기에 했던 대표적인 사업이다.

덕분에 창립 이듬해인 1995년 시평 23위로 첫 신고를 했는데 신생 회사로선 좋은 출발이었다. 그러나 1997년 말 닥친 IMF 외환위기가 시련을 안겼다. 모기업에 의존하는 구조상, 외환위기에 따른 포스코의 투자 축소가 포스코건설 경영난으로 이어졌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으로 직원수를 절반 가까이 줄인 포스코건설은 민자사업, 개발사업 등 포트폴리오 확대에 적극 나섰다. 포스코가 민영화된 2000년에는 경기도 분당에 주상복합아파트 `파크뷰`를 내놓으며 부동산 시장에 손을 뻗었다

파크뷰를 통해 성공적으로 데뷔한 포스코건설은 2002년 아파트 브랜드 `더샵`을 내놓고 그해 시평 7위에 랭크됐다. 전년(13위)보다 6단계 점프한 순위였다. 그 전에는 등락이 심한 편이었으나 2006년까지 5년 내리 같은 순위를 지키며 10대 건설사로 완전히 못을 박았다. 설립 고작 십여년 만의 성과였다.


◇5대 건설사 장벽 깼지만…내우외환 '첩첩산중'

2010년 즈음부터는 해외사업에 바짝 드라이브를 걸었다. 유독 중남미에서 선전했다. 포항·광양제철소를 지은 경험이 있어서 일관제철소의 모든 공정에 대해 설계·시공·조달(EPC)이 가능한 국내 유일한 건설사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외형을 무섭게 불리던 2011년, 건설업계 ‘빅5’ 구도가 7년 만에 깨졌다. 그 해 포스코건설이 대우건설과 대림산업(현 DL이앤씨)을 한꺼번에 제치고 시평 4위로 올라섰다. 2014년에는 3위까지 뛰어 최고 순위를 찍었다.

특히 2011년 수주한 브라질 CSP 일관제철소 공사가 순위 상승에 큰 역할을 했다. 규모가 무려 43억 달러에 이르렀던 초대형 프로젝트다. 현지 노동시장의 불확실성과 환율 리스크 등 조금만 차질이 생겨도 수백억원이 날아가는 엄청난 위험이 공존했으나 이를 감수할 만큼 탐나는 일감이었다.

페이스가 너무 빨랐을까, 성장통이 찾아왔다. 이듬해인 2015년 내우외환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조사 대상이 된 데다 실적 악화까지 겹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포스코건설의 최대 야심작인 송도 프로젝트가 돌연 중단된 일 역시 사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송도 프로젝트는 포스코건설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큰 기둥이다. 포스코건설은 2002년 미국 부동산 개발회사인 게일사와 손잡고 여의도 면적의 두 배에 달하는 국제업무단지 개발에 나섰다. 2010년에는 투자유치 촉진을 위해 아예 송도 사옥을 짓고 입주까지 했다. 사실상의 본사 이전이었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인 프로젝트였으나 2015년 개발이익과 비용 배분 등을 놓고 게일사와 분쟁을 벌이면서 사업이 기약없이 멈추는 처지에 놓였다.

겹악재가 이어지던 2016년 포스코건설은 영업손실 1800억원 가량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브라질 CSP 일관제철소 사업이 결국 소화불량을 일으켰던 탓이다. 불법파업과 통관 지연의 영향으로 예상보다 준공이 늦어졌고, 이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한 게 배경이었다.

타격은 시평 순위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2017년 대우건설과 순위가 뒤집혀 5위로 떨어졌으며 2018년에는 그보다 두 단계 내린 7위에 그쳐 5위권에서마저 밀려났다.


◇턴어라운드, '더샵'의 반격

충격이 컸던 포스코건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섰다. 송도 사옥 포스코이앤씨(E&C)타워를 부영그룹에 매각하고 애물단지 산토스(SANTOS)CMI 등 종속기업 11개를 팔았다. 사업 전략 역시 해외에서 주택 중심으로 선회했다. 그중에서도 지방 대형시장을 중심으로 주택사업을 펼쳤는데 부산 해운대 엘시티와 광주 북구 풍향구역 재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2019년 마침내 송도사업이 정상화 되면서 하락세를 끊고 6위로 반등, 2020년에는 5대 건설사로 재진입했다. 올해 역시 4위로 복귀하면서 상승세가 이어졌다. 특히 신용등급을 A+로 상향조정 받는 등 재무개선이 두드러진다.

다만 브랜드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은 여전한 고민거리다. 시평순위를 감안하면 포스코건설은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서 인지도가 유난히 낮다. 강남권 리모델링 수주는 있었지만 재건축은 2019년 신반포18차 337동 한 동을 따낸 것이 전부였다.

문 좁기로 악명높은 강남 진입에 최근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강남 정비시장은 대형사 주택 브랜드들의 각축장이라 수주만으로도 브랜드 경쟁력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다만 작년에는 예상을 뒤엎고 신반포21차 수주전에서 처음으로 단지 규모 재건축을 따냈다. 신반포21차는 '자이(Xi)' 단지 한 가운데 자리잡은 만큼 GS건설의 승리가 점쳐졌는데 카운터펀치를 던진 것과 다름없다. 당시 포스코건설은 후분양 방식의 공사비 부담을 전액 보유현금으로 진행하겠다는 초유의 강수를 뒀다. 그만큼 절실했다는 뜻이다.

이달에는 개포럭키아파트 재건축 입찰에도 출사표를 냈다. 하반기 들어 대형 정비사업 입찰이 여럿 진행됐으나 포스코건설은 일찌감치 개포럭키에만 눈길을 뒀다. 규모가 작아 수익성이 낮지만 인근에 소규모 사업지가 줄줄이 있는 만큼 확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수주를 따낸다면 '더샵'의 세를 불릴 기회를 잡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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