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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60년 히스토리]삼성물산, '부동의 챔피언' 오르기까지③2004년 1위에도 '반쪽 승리' 논란…9년 만에 재탈환해 일축

고진영 기자공개 2021-09-13 07:40:24

[편집자주]

건설업계에선 해마다 시공능력을 줄세우는 성적표가 매겨진다. 항목별 점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업계의 '파워 시프트(Power Shift)'를 짐작해볼 수 있는 연례 이벤트와 다름없다. 특히 대형사들에게는 상징성 싸움이자 자존심 문제로도 의미가 있다. 도입 60년, 시공능력평가를 통해 시장의 판도 변천사를 되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8일 08:3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물산은 ‘삼성종합건설’이라는 이름으로 1977년 설립됐다. 중동 특수를 겪은 삼성그룹이 건설사업에 진출하면서 통일건설을 인수해 사명을 바꿨다. 2년 뒤에는 신진그룹 모기업인 신원개발을 흡수하는 등 빠른 성장을 거듭해갔다.

처음으로 시공능력평가 5위 안쪽에 진입한 것은 고작 설립 십여년 만인 1989년이다. 이후 견고하게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1993년 암초를 만났다. 수십명이 사망하는 구포 열차 사고가 터지면서 이미지가 크게 손상된 데다 반년 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사고를 만회하기 위해 같은 해 7월 삼성건설로 사명을 변경했고 1996년에는 삼성물산에 흡수합병돼 지금의 형태가 됐다.

◇2004년, 42년 만에 거머쥔 왕좌

부침이 있긴 했으나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이뤄내면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IMF 외환위기 이후 오히려 사세를 넓혀 갔다. 김대중 정부가 IMF 조기졸업을 위해 건설규제를 대폭 완화했을뿐 아니라 삼성물산이 2000년 ‘래미안’ 브랜드를 내놔 아파트 시장을 독식했던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세에도 불구하고 40년 넘게 왕좌를 지킨 현대건설의 아성을 넘보지는 못했다. 그러다 기회가 찾아왔다. 2002년 회계기준이 변경되면서 삼성물산 매출에서 상사부문 비중이 줄고 건설부문 비중은 늘었기 때문이다.

시평액을 산정할 때 다른 업종을 겸업하는 건설회사의 실질자본금은 자본금총계에 건설부문 매출비율을 곱한 수치로 정하게끔 돼있다. 삼성물산이 경영평가에서 무척 유리해진 셈이었다.

더군다나 당시 현대건설은 2001년 1차부도를 맞고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오는 등 사정이 좋지 않았다. 시장에선 2004년 삼성물산의 시평 1위는 떼어놓은 당상이라는 말이 나왔다.

수십 년 만에 왕좌를 잃을 위기에 놓인 현대건설은 반격에 나섰다. 시평에서 공사실적과 기술부문의 가중치는 높이고 경영평가 가중치는 낮춰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재무만 중요시될 경우 자칫 기술력이 없는 건설회사들의 공사수주로 부실시공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건설교통부 역시 시평개선 TF팀을 만들어 업계 의견 수렴에 나섰다. 그 결과 2004년 6월 1차 개정안으로 항목 가중치 비율을 공사 80%, 경영 80%, 기술 30% 등으로 제시했으나 이번에는 삼성물산이 가만있지 않았다. 해당 안이 확정되면 현대건설이 1위를 유지하는 결과가 나오게되기 때문이었다.

첫 1위를 눈앞에 둔 삼성물산은 기존 방식을 그대로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무상태가 나쁜 업체가 건전기업으로 오인될 경우 국가 대외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설사 조정이 있더라도 손질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맞섰다.


최종적으로 건교부에서는 ‘공사 75%, 경영 90%, 기술 25%’의 가중치안을 결정했다. 현대건설의 요구엔 못미치는 조정안이었다. 현대건설 측은 조정 비중이 너무 미미하다며 재개정을 원한 반면 삼성건설은 ‘잦은 제도변경은 바람직 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2004년 현대건설은 삼성물산에 1위를 빼앗겼다. 현대건설이 시공실적과 기술능력 점수는 더 나았으나 경영평가가 최고점이었던 삼성물산이 종합순위에선 앞섰다. 깔끔하지는 못한 승부였다.

이렇다 보니 ‘반쪽짜리 승리’라는 말도 심심찮게 나왔다. 수주 규모 등이 압도적인 현대건설을 상대로 삼성물산이 승리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던 탓이다. 당시 삼성물산은 1위를 기념한 비전 선포식 등을 준비했으나 이를 돌연 취소하기도 했다.

논란과 별개로 삼성물산의 승기는 이듬해까지 이어졌다. 당시 `광공업용 건물` 기성액이 가장 많았는데 삼성그룹 공장 건설 등의 덕을 봤다. 그러나 2006년 대우건설이 치고 올라오면서 삼성물산의 집권은 짧게 끝났다. 2009년에는 절치부심한 현대건설이 1위를 탈환, 이후 삼성물산은 10년 가까이 1위에 랭크되지 못했다.

◇시평액 13조 달성, 화려한 1위 탈환

다시 2인자 자리를 벗어난 것은 2014년이다. 9년 만에 삼성물산이 1위를 되찾았다. 저력은 해외사업에서 나왔다. 2013년 해외에서만 14조원 이상을 수주했는데 특히 호주 로이힐 광산개발 프로젝트의 몫이 컸다. 이밖에 삼성전자 국내외 공장 건설 등을 수주하면서 2013년 매출이 현대건설의 배를 넘었기 때문에 업계에선 이미 예상했던 결과였다.

이겼어도 입맛이 씁쓸했던 2004년과 달리 2014년에는 경영평가뿐 아니라 공사실적과 신인도평가 모두 삼성물산이 1위를 차지했다. 업계 최초로 시평액 13조원을 달성한 점 역시 왕좌 탈환의 임팩트를 더했다.


그 뒤로 삼성물산은 올해까지 8년째 부동의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시평액은 22조55641억원, 현대건설(11조3770억원)과 2배 수준으로 격차를 벌렸다. 기술능력평가의 경우 현대건설이 여전히 앞섰지만 나머지는 삼성물산이 줄곧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경영평가액에서 차이가 현격하다. 올해의 경우 삼성물산 경영평가액이 13조9858억원으로 현대건설(3조6249억원)보다 3배가 넘게 많았다. 이처럼 압도적인 격차의 배경은 자본총계 때문이다.

별도 기준으로 2020년 삼성물산의 자본총계(별도 기준)는 27조9945억원이다. 현대건설(5조5451억원)보다 5배 이상 많다. 경영평가액은 경영평점에 실질자본금을 곱해서 구하는데 사실상 자기자본 규모가 좌우하는 경향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평가에서 삼성물산이 워낙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우세한 점수를 받고 있다"며 "공사실적 등도 현대건설을 앞서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삼성물산의 집권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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