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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 2.0]처분·인수·선공…과감하고 간결했던 '진격의 LG'②연속되는 빅딜·소송 전략…향후 모습의 예고편 평가

박기수 기자공개 2021-11-18 10:57:12

[편집자주]

재계 4위 LG그룹에 3년 전 새로운 총수가 등장했다.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아들 구광모 상무가 주인공이었다. 전임자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40대의 오너 경영인은 그렇게 '회장'이 됐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다. 리더십 교체기를 거쳐 총수 1인의 색채가 빛날 수 있는 전환기를 맞은 셈이다. 구광모 회장의 LG그룹의 이전 3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LG그룹의 모습을 더벨이 그려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5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광모 회장의 LG그룹 첫 3년이 업계에 심어준 이미지는 '공격의 LG'다. 보수적이고 조용했던 경영 기조가 깨지고 재계의 중심이 된 적이 많았던 지난 3년이었다. 구 회장이 취임 이후 가장 중요시하고 있는 '고객 중심'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불사했다.

과감하고 간결했다. 필요없는 사업은 정리하고 '1등'할 수 있는 사업은 투자를 늘렸다. 외부와의 마찰과 갈등도 피하지 않는 '전사'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리더십 교체기에 강한 인상을 남겨주기 위한 인위적인 조치라고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이런 모습이 이제 LG 본연의 모습이 된 셈이다. 업계는 향후 구광모 LG가 첫 3년 보여준 모습보다 훨씬 강하고 공격적일 것으로 내다본다.

◇'빅딜'의 연속, 확고해진 정체성

첫 3년 동안 LG그룹은 매년 '빅딜(Big Deal)'을 성사시켰다. 인수와 매각 두 가지 형태 모두 있었다. 우선 LG전자는 구광모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하기 1년 전인 2017년부터 추진한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기업 ZKW 인수(1조4400억원)를 취임 후 마무리했다. 2020년에는 캐나다 자동차 부품기업 '마그나(MAGNA)'와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LG전자가 투자하는 금액은 5020억원이다.

LG화학은 그룹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낙점한 배터리 사업을 물적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LGES)을 탄생시켰다. 기업공개(IPO) 등으로 투자 재원을 모으고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는 조치였다.

LGES의 빅딜도 재계의 주목을 끌었다. LGES는 2019년과 올해 두 차례에 이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다. 양 사는 두 공장을 통해 2024년까지 70GWh 이상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이어 LGES는 이탈리아와 미국이 합작한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 푸조시트로엥(PSA)이 합병해 탄생한 스텔란티스(Stellantis)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여기에 미국 지역에 LGES 단독 투자가 수조원 이뤄질 전망이다.

LG화학은 일본 도레이(Toray)와 손잡고 유럽에 이차전지용 분리막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LG화학이 투자하는 초기 금액은 6427억원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LG화학은 30개월 이후 도레이 지분 20%를 추가 인수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CJ헬로를 8000억원에 인수했다. 유료방송 3위 사업자였던 LG유플러스가 4위 CJ헬로를 인수하면서 시장 판도가 뒤집혔던 딜로 꼽힌다.


인수만큼 처분도 과감했다. 그중 가장 업계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것은 LG전자의 휴대전화 사업 정리다. 26년 동안 이어져 오던 사업이 올해 7월 31일자로 종료됐다.

작년에는 LG화학이 LCD 편광판 사업을 1조3000억원에 매각했고, LG가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를 1조3700억원에 매각했다. 이외 LG전자의 수처리 사업 매각(2300억원), LG CNS 지분 35% 매각(1조원), 서브원 MRO 사업 지분 60.1% 매각(6020억원), LG유플러스 전자결제 사업 매각(3560억원) 등 각종 빅딜들이 그룹 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각종 빅딜이 이뤄진 후 현재 LG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3년 전보다 훨씬 명확해졌다는 평가다. LG전자는 가전·전장에, LG화학은 화학·소재에서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지위를 더욱 확고히 했다. LGES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글로벌 패권을 쥔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권리 수호 위해 주저없이 '선공'

지난 3년은 LG가 경영 철학인 '인화(人和)'에서 '인'을 뺀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외부와의 갈등이 많았다. 기업 권리를 지키고 생존을 위한 공격적 전략은 사실 구광모 회장 이전의 LG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다만 구광모 회장의 LG그룹은 그 선명도가 훨씬 짙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SK이노베이션과의 치열했던 배터리 분쟁이다.

2019년 4월 LG화학이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했고, 이 분쟁은 약 2년 동안 지속됐다. 결국 LG화학(LGES)이 수조원의 배상금 및 로열티를 지급받는 조건으로 결론이 나면서 사실상 판정승했다.

LG전자는 5개월 뒤인 2019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삼성전자의 QLED TV가 '허위·과장 광고'를 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삼성전자의 QLED TV가 LED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LCD(액정표시장치) TV임에도 자발광 기술이 적용된 QLED인 것처럼 주장했다는 것이었다. 삼성전자는 자사 TV에 비판하는 LG전자의 OLED TV 광고를 '공정경쟁 저하'를 이유로 신고하며 맞대응했다. 이 분쟁은 1년 뒤인 작년 8월 양 사가 서로 신고를 취하하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이외에도 단통법 시행 이후 LG유플러스가 2019년 KT와 SK텔레콤을 방송통신위원회에 불법 보조금 살포 혐의로 신고하고, LG생활건강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쿠팡을 신고하는 등 이전보다 훨씬 도발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의 공감대다.


정면 공격 외 파트너사와의 '밀고 당기기'도 있었다. 현대차와 GM과의 일이다. 양 사 모두 LGES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에서 화재가 나면서 대규모 리콜을 단행했다. 분담금 비율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완성차 업체들과 초기에 마찰이 생기며 우려를 사기도 했지만 성공적으로 봉합하며 사건을 일단락하기도 했다.

재계는 구광모 회장의 첫 3년이 앞으로의 LG그룹 행보를 예고하는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새로운 리더십이 자리 잡으면서 이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공격적인 전략들이 LG그룹을 관통하고 있다"라면서 "이전에는 삼성=1등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앞으로는 LG 역시 본인들의 사업 영역에서만큼은 글로벌 최상위권에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의지가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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