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ETF' 상장도 액티브할 순 없을까 [thebell note]
허인혜 기자공개 2021-11-19 13:23:15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6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각기 다른 자산운용사가 한꺼번에 비슷한 상품을 쏟아낼 때가 있다. 한날 한시에 여섯 곳의 자산운용사가 경주에 나서기도 한다.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나 싶은데 의외로 흔하다. 상장지수펀드(ETF) 이야기다.ETF 시장에서 '동시 상장'은 관례처럼 받아들여진다. 액티브 ETF도 예외는 아니다. 작년 5월 네 곳의 자산운용사가 8개를 동시에 내놨다. 지난달 상장된 메타버스 ETF는 4곳의 자산운용사 상품이 동시 상장됐다. 10월 말에는 기후변화 관련 패시브·액티브 ETF 6종이 한꺼번에 출시됐다. 탄소배출권 선물에 투자하는 ETF도 같은 날 4종이 출격했다.
경쟁력 우려는 중·소형 자산운용사에게는 기우가 아니다. 상장은 한날 한시에 했어도 유입고는 확연히 다르다. 대형사의 ETF에 수천억원의 투자금이 쏠리는 사이 중·소형 자산운용사는 고전을 면치 못한다. 같은 날 비슷한 테마의 액티브 ETF가 가판대에 올랐다면 조금 더 크고 업력이 긴 자산운용사에 투자자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액티브 ETF는 시장의 메기로, 한층 더 나아가 공모펀드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시장이 아직 태동 단계인 데다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서다.
액티브 ETF가 ETF의 패러다임을 규모의 경쟁에서 수익률 싸움으로 바꿔놓으며 중·소형 자산운용사에게도 모처럼 활로가 열렸다. 이 상황에서 동시 상장이라는 관례로 또 다시 대형사 쏠림 현상이 반복되는 것은 자본시장에 찬물 끼얹기나 다를 바 없다.
중·소형 자산운용사와 대형사 ETF가 출시일정이 같은 배경은 상장에 대한 전권이 한국거래소에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업계는 한국거래소가 트랙레코드를 갖춘 자산운용사에 상장일자의 우선권을 주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한국거래소의 일손이 부족하다보니 같은 날 되도록이면 여러 ETF가 한꺼번에 상장돼야 일정을 맞추기 쉽다는 이유다. 심사 주체가 출시일을 한날 한시로 통일한다면 단순한 제안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신규상품 출시는 자산운용사가 반기는 주제다. 그만큼 취재도 수월한 편이다. 반면 ETF 신규상품 계획을 취재하다보면 자산운용사의 난감함이 읽힐 때가 많다. "거래소의 눈치가 보인다"는 솔직한 답변도 나온다. 그만큼 한국거래소의 위치는 절대적이다.
적토마와 당나귀는 각자의 장점이 뚜렷하다. 적토마가 빠르다면 당나귀는 유용하다. 당나귀는 적토마보다 느린 대신 덜 위험하고 체력이 강해 짐꾼이며 교통수단으로 두루 쓰였다. 당나귀가 유용한들 적토마와 당나귀를 같은 경주에 내보내지는 않는다.
중·소형 자산운용사와 대형사의 상품이 각자의 터에서, 각자의 속도대로 상장된다면 액티브 ETF의 진짜 매력도 더 또렷해지지 않을까. 액티브 ETF의 '액티브한 상장'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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