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M&A]EU 기업결합 불승인 우려...이해관계자 손익계산서는지원금 물건너가는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성과
조은아 기자공개 2021-12-16 10:51:34
이 기사는 2021년 12월 15일 11: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불승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EU가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으면 사실상 합병이 무산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이 KDB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맺은 건 2019년 3월이다. 3년 가까이 끌어온 인수가 무산될 경우 이해관계자 모두가 후폭풍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우선 이번 거래의 틀을 짜고 거래 과정 전반을 진두지휘한 산업은행은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 다시 원점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부담도 더해진다. 새 주인을 찾는 사이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높고, 채권단의 지원 부담은 가중된다는 점에서 다음 주인을 찾는 작업은 한층 난이도가 높아질 전망이다.
EU만 쳐다보던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조선업계 안팎에서는 공정위가 더욱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현실적으로 다른 나라의 기업결합심사에 관여하는 게 쉽지 않다는 반론도 많지만 마냥 손놓고 EU의 결정만 기다리면서 결국 '실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선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건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속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일단 인수전 완주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지만 속내는 대우조선해양과 조금 다를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다시 산업은행 품에서 새 주인을 기다려야 할 처지가 된다. 특히 1조5000억원 지원이 무산된 점이 뼈아플 것으로 보인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대우조선해양은 한국조선해양으로부터 1조5000억원을 지원받아 운영자금 및 차입금 상환에 쓸 예정이었다.
이번 거래의 구조를 살펴보면 우선 산업은행이 한국조선해양에 대우조선해양 보유 주식 전량을 현물출자하고, 그 대가로 한국조선해양이 발행하는 전환 상환우선주 1조2500억원어치와 보통주(약 600만주)를 넘겨받는다. 이어서 한국조선해양이 대우조선해양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조5000억원가량의 유동성을 투입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현대중공업지주가 한국조선해양의 최대주주가 되고 산업은행은 2대주주에 오르게 되는 구조다.
대우조선해양은 올들어 일찌감치 연간 수주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순항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업 특성상 실적에는 2~3년 뒤에 반영된다. 오히려 올해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2~3년 동안 부진했던 수주가 올해 매출로 나타나고 있고, 후판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이 상승하고 있는 탓이다. 당장 내년 운영자금이 급한 상황인 만큼 1조5000억원 지원이 무산되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다시 '주인없는 회사'로 불확실성도 안게 된다. 앞으로 영업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슈퍼 사이클에 따른 수혜를 고스란히 경쟁사에 뺏길 수 있고 이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현대중공업그룹은 크게 아쉬울 게 없어 보인다. 인수가 무산된다고 해도 빈손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경쟁자를 흡수해 경쟁 강도를 낮추려던 원래의 계획에는 차질이 생기지만 요즘 업황이 좋고 워낙 부동의 업계 1위였던 만큼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으로의 1조5000억원 증자 계획이 철회돼 여유 자금을 고스란히 확보하게 된다.
무엇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옛 현대중공업을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나워 조선부문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설립했다.
한국조선해양을 통해 그룹 내 조선 3사(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지배력도 강화했다. 예를 들어 정기선 대표이사 사장은 한국조선해양 대표에 오르면서 한번에 조선3사에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사업회사로 남은 현대중공업을 상장하면서 대규모 투자금도 손에 쥐었다. 현대중공업은 조달한 자금 1조800억원을 친환경 선박을 비롯한 미래 경쟁력 확보에 고스란히 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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