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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본 손보업 판도변화]다가오는 IFRS17, 손보사에는 오히려 유리하다②고금리 상품 적은 손보사 '안도의 한숨'…LAT 잉여금 규모도 '여유'

이은솔 기자공개 2021-12-17 08:25:50

[편집자주]

손해보험업은 국가 경제 성장과 함께 규모가 커졌다. 해상·화재·자동차·보증·특종보험 등이 차례로 도입됐고, 대기업도 뛰어들었다. 문제는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만 과열 경쟁을 벌이면서 어느새 수익성 좋지 못한 사업으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그 사이 대기업·금융지주·사모펀드·외국계 등 손바뀜도 잦았다. 더벨은 다양한 데이터를 토대로 지난 수년 동안의 손보업권 판도 변화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16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보험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1년 앞으로 다가온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다. 수 조원대의 자산와 부채 규모가 좌우되는 제도가 새로 도입되는 만큼 보험사들은 최근 수 년간 새 시스템을 도입하고 인력을 확충하는 등 준비에 한창이다.

다만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들은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생명보험사들이 당장 수천 억원의 자본을 부어야 하는 '발등의 불'이지만, 손해보험사들은 오히려 자본적정성이 좋아질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옥석이 가려지면서 우량 손보사들이 빛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란 기대도 나온다.

◇저축성 적고 부채 짧은 손보사, 생보사보다 제도 영향 '덜해'

IFRS17은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골자다.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 방식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된다. 기존 회계방식에서는 보험부채를 계약 시점의 장부가대로 반영해뒀는데 앞으로는 매분기 시장금리를 반영해 기재해야 한다.

새 제도가 도입되는 2023년 보험사의 부채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 현재보다 기준금리가 높았던 시점에서 판매한 보험상품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과 최저보증이율도 현재보다 높았다. 이를 2023년 일시에 장부에 반영하면 부채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자본 확충의 필요성도 커진다.

다만 손해보험사들은 생명보험사보다 IFRS17의 영향을 덜 받는다. 판매 상품의 구조 때문이다. 생명보험사들이 부채 시가평가에 골머리를 앓는 건 과거 판매한 고금리 장기 저축성상품 때문이다. 납입금액이 큰 저축성 보험은 보험사 덩치경쟁에서 수입보험료를 불리는데 유리했지만 돌려줘야 하는 보험금도 커 저금리가 도래한 현재는 막대한 부담으로 돌아왔다.

손보사들은 저축성상품을 거의 판매하지 않았다. 손보사들도 과거 영업 확장을 위해 최저보증이율 조건이 붙은 상품들을 판매했기 때문에 고금리 확정이율 부채가 남아있긴 하지만 그 규모는 생보사에 비해 훨씬 적다.



◇우량 손보사 옥석 가려질까…하위권 손보사는 자본확충 '발등의 불'

보험업계에서는 IFRS17 도입이 손해보험사에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보유 계약의 수익성과 자본 적정성이 우수한 우량 손해보험사의 경우 IFRS17 도입 이후 진가가 드러날 것이란 논리다. 자본적정성 관리 수준이 업계 톱인 삼성화재나 사업비 경쟁에서 한발 떨어진 코리안리 등이 IFRS17 이후 수혜를 입을 곳으로 꼽힌다.

생손보사 보유계약의 수익성과 자본확충 부담의 차이점은 책임준비금적정성평가(LAT) 잉여금 규모를 통해 엿볼 수 있다. LAT 잉여금은 부채적정성 평가액과 평가대상 준비금의 차이로, LAT 잉여금이 클수록 해당 회사의 자본 버퍼가 충분하다는 의미다.

올해 상반기말 기준 LAT 잉여금을 살펴보면 손보사가 생보사보다 규모가 더 컸다. 삼성화재의 LAT 잉여금은 20억원, DB손보는 15억원, 현대해상은 14억원 가량으로 대부분의 대형 손보사가 10억원 이상의 여유 간격을 확보하고 있었다. 반면 생보사의 경우 LAT 잉여금은 삼성생명은 약 24억원,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6억원 가량이었다. 업계 1위사인 삼성생명을 제외하고는 LAT평가액과 준비금 사이 여유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LAT 잉여금액이 크다는 건 향후 당기순이익을 결정하는 CSM(계약자 서비스 마진) 규모가 크다는 의미기도 하다. LAT 잉여금액을 안정적으로 쌓아둔 우량 손보사들은 2023년 이후 자본적정성이 크게 줄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자본 비율 제고를 위해 불필요한 금융 비용을 쓸 필요가 없고, 이 자본을 운용이나 투자에 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다만 자본적정성이 하위권인 회사들은 안심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다듬고 있지만, 2023년 신제도 도입 후 킥스 비율 100%는 감독 기준으로 충족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RBC비율 200% 이하인 손보사들 중에서는 시나리오 테스트 결과 킥스 비율 100%를 하회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킥스 5.0을 살펴보면 킥스 초기 버전에 비해 제도가 많이 완화된 게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국내 자본적정성 하위권사들은 IFRS17 도입시 수천 억원대의 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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