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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지배구조 새틀짜기]준감위 '총수의지' 한계…대안은 이사회와의 결합①법적근거·책임 없는 자문기구, 2기 주요 과제는 '독립·실효성' 확보

원충희 기자공개 2022-02-03 13:41:35

[편집자주]

2020년 2월 5일 출범한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김지형 위원장의 사임으로 1기를 종료한다. 2월부터 시작될 2기 준감위 앞에는 지배구조 새틀짜기와 컴플라이언스 한계 보완 등 수많은 과제가 남았다. 신거버넌스를 고민 중인 삼성그룹을 향한 다양한 제언과 각종 방안의 실효성 등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6일 14: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결국 총수 의지에 달려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서울대 경쟁법센터장)는 지난 18일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개최한 '대기업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개선 토론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삼성 준감위는 7개 주요 계열사(삼성전자·물산·SDI·전기·SDS·생명·화재)와의 협약에 근거해 활동하고 있다.

결국 준감위의 존립 기반은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다. 준감위가 출범할 때부터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부분이기도 하다. 총수의 의지에 따라 협약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준감위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준감위가 법적근거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주요 계열사 사외이사 등으로 선임되는 등 이사회와 연계, 결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금 같은 자문기구로는 힘이 없고 반대로 힘을 가지면 이사회 위 '옥상옥'으로 군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적근거·수단 없는 현 체제로는 총수 견제 어려워

준감위는 국내 재계에선 전무후무한 조직이다. 상법 등에 근거한 이사회와 달리 법적근거가 없고 위원들도 삼성 계열사 소속이 아닌 만큼 사내이사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사회, 주주총회를 거쳐 선임되는 사외이사 및 기타비상무이사도 아니다. 준법감시 협약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외부 자문위원에 가깝다.

이런 탓에 실권을 줄 수 없다. 준감위가 '권고' 형태로만 의견을 내밀었던 이유다. 초반부터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준감위는 여론 형성을 통한 압박 등을 수단으로 내세웠으나 이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효과를 가늠하기 힘들다.

다행히 삼성 계열사들은 준감위와 협조가 잘 됐다. 삼성이 변해야 한다는 정치·사회적 분위기도 있지만 이 부회장의 의지가 컸다. 김지형 준감위원장(사진)은 18일 토론회 현장에서 "최근 열린 준감위 송별회에서 이 부회장을 만났다"며 "제가 느끼기에 이 부회장은 그룹 차원의 준법감시체계를 구축하는 것에 있어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준감위의 독립성과 자율성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컴플라이언스의 가장 핵심인 오너 일가에 대한 견제가 어렵다는 의미다. 전직 삼성 관계자는 "삼성은 계열사마다 이미 상당한 수준의 내부고발시스템을 갖춰놓고 있다"며 "그러나 총수 일가와 그룹 고위직이 연계된 사건에는 이 같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삼성이 수사 받거나 재판 중인 사건은 대부분 총수 일가, 사장급 이상 고위직이 연루된 건들이다. 그 근원에는 승계이슈가 있다. 각 사별 준법감시조직 수장이 CEO, CCO 등 사내임원인 탓에 오너 일가와 자기 자신에게는 준법경영의 잣대를 들이대지 못했다.

*1월 1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기업 컴플라이언스의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

계열사 이사회와의 관계도 어색하다. 법규상 기업의 주요 의결기구는 이사회로 준법경영 조직은 모두 이사회 관할이다. 그룹 차원의 컴플라이언스를 담당하는 준감위와 업무중복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더구나 준감위원은 사외이사처럼 법규상 엄격한 자격여부를 따지지 않고 선임과정 역시 주주의 손을 거치지 않는다.

이 교수는 "대표이사 밑에 있는 컴플라이언스 조직이 CEO나 총수의 위법성을 감시하기 어렵다"며 "준감위의 역할에는 총수나 대표이사에 대한 감시가 들어가 있어 옥상옥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으니 삼성의 계열사의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업무와 중복되지 않도록 지배구조와 같은 그룹 전체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으로 역할을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준감위원들, 각사별 이사회와 연계시켜 집행기능 가져야

내달부터 출범하는 준감위 2기의 첫 번째 과제는 결국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근거와 수단을 갖는 것이다. 가장 확실한 방안은 법제도화다. 국내 컴플라이언스 제도는 개별기업 단위에만 있을 뿐 기업집단 차원에서는 미비한 상태다.

18일 토론자로 참석했던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장기적으로 지배구조 단순화와 이사 지위 강화를 바탕으로 한 이사회 중심의 경영이 필요하다"며 "동시에 기업집단 차원의 컴플라이언스를 구축하는 법적근거를 공정거래법에 마련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법 개정은 행정기관과 정치권, 재계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할 문제다. 중장기적인 계획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현실적으로 여겨지는 방안은 준감위원들에게 계열사 사외이사·감사위원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애초부터 준감위에 주요 계열사 사외이사들을 들이거나 반대로 현 준감위원을 주요 계열사 사외이사 등으로 선임하는 방식이다.

이한상 고려대 교수는 "준감위원들이 법적인 근거를 지니려면 삼성 개별회사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이 되고 나서 각 계열사 이사회 하부조직으로 준법위를 만들어 위원장을 겸임하는 정도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단순 자문기구는 힘이 없고 집행기능까지 맡아 책임을 져야 실효성이 강화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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