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클라우드·IDC 분할…밸류 영향 없을까 '쪼개기 상장' 거부감 확산, 주가 단기악재…강행여부도 미지수
원충희 기자공개 2022-02-15 14:35:21
이 기사는 2022년 02월 11일 07시2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가 클라우드·데이터센터(IDC) 사업부문을 분할해 별도회사로 두는 방안을 강구하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물적분할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면서 분사를 시도하는 업체들의 주가흐름이 나빠지고 있다.리스트럭처링 등 다양한 밸류업 방안을 통해 주가부양에 적극적인 KT로선 클라우드·IDC 분할 시도가 주가흐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더구나 '주인 없는 대기업' 특성상 정치권·여론의 부정적 시각을 무릅쓰고 강행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카카오의 성공방식, 이제는 안통한다?
특정 사업부문 분사 후 IPO하는 방식, 일명 '쪼개기 상장'으로 그룹 전체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대표적인 사례가 카카오다. 사내 간편결제 사업을 분할해 2017년 4월 카카오페이를 출범시켰고 한 달 뒤인 5월에는 카카오모빌리티를 분사해 자회사로 뒀다.
그럼에도 카카오의 주가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8만원대였던 주가는 3개월 만에 10만원을 돌파했다. 이때만 해도 유망사업을 내부에서 인큐베이팅한 뒤 독립시키는 카카오의 성장전략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긍정적이었다.

독립된 사업부는 시장에서 밸류를 인정받고 투자를 유치하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카카오페이는 중국 알리페이로부터, 카카오모빌리티는 사모펀드 TPG를 비롯한 재무적 투자자(FI)들로부터 거액의 실탄을 끌어왔다. 테크핀이나 플랫폼 사업은 승자독식 경향이 강한 터라 자본력을 동원해 빠르게 시장에 침투, 점유율을 확대하고 사용자 수를 늘리는 게 경쟁의 핵심이다.
이들 사업은 장래성이 좋지만 자본력이 부족해 FI 등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이 군침을 흘리고 달려들었다. 급성장하는 사업규모와 한껏 고조되는 시장의 기대감은 모그룹의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배터리 업체들의 전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NHN이 클라우드 사업을, CJ ENM이 콘텐츠부문을, KT가 클라우드·IDC 사업을 분사시키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분할시 주가하락 가능성, 밸류업 노력 물거품
문제는 자회사 가치상승이 모회사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는 '모회사 디스카운트' 현상이 나타나면서 피해주주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SK케미칼, LG화학 등은 사업부문 쪼개기 상장 후 되레 주가가 하락했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대선시국과 맞물려 정치권의 민감한 반응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과도한 언더슈팅도 보인다. LS일렉트릭이 분할 공시한 EV릴레이 생산부문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585억원으로 전체 매출액(2조6682억원)의 2%에 불과하지만 주가가 하루 만에 10%가량 폭락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시장의 알레르기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KT 역시 같은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구현모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KT는 저평가된 몸값을 올리기 위해 내부 사업부문 및 콘텐츠 자회사 재편 등 리스트럭처링을 단행하며 밸류업 작업이 한창이다. KT는 연결·별도기준 영업이익이 모두 1조원을 넘는 대기업임에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2배에 그친다. 시가총액이 장부가치의 절반일 정도로 심각한 저평가에 시달리고 있다.
이 상황에서 클라우드·IDC 분사는 주가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요소다. 더구나 정치권·관계당국이 물적분할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인 없는 대기업인 KT가 분할을 강행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비슷한 성향의 포스코처럼 사전에 주주환원정책과 자회사 상장금지를 정관에 넣는 등의 대책이 아니면 소액주주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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