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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공기관 재편 논란]해외보증 사각 여전…수은-무보 합병이 답?업무영역 침범 갈등 속 해외수주 무산 지속…'통합 ECA' 재부각

김규희 기자공개 2022-02-14 07:3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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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를 치를 때마다 금융공공기관은 곤혹스런 상황을 맞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정부조직 개편이 이뤄지고 산하 기관에도 변화가 따른다. 기능에 따른 분리, 통합 등 조직의 명운이 결정되기도 한다. 더벨은 과거 금융공공기관 재편 사례를 살펴보고 이번 대선 과정에서 논의될 사안을 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2월 11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수출입은행(수은)과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가 대외채무보증을 두고 갈등을 벌이는 동안 국내 수출기업들은 여전히 금융지원에 애로를 겪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수은과 무보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해 해외사업 수주에 실패하고 있다.

과거 두 기관 통합을 진지하게 논의한 적 있는 만큼 갈등이 격화될 경우 다시 한번 ‘통합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단순 합병의 경우 수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문제 등이 우려되는 만큼 다른 방식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그레이 에어리어’ 존재…개도국 정부사업 수주 어려워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국내 기업이 수출금융 제약으로 해외수주에 실패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수은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제한을 완화하기로 했다.

대외채무보증은 외국에서 국내 물품을 수입하기 위해 국내외 금융기관에서 구매대금을 대출받을 때 지급 보증해주는 제도다. 거래 상대방의 파산 등 이유로 수출대금을 못받거나 수출입금융을 제공한 금융기관이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한 경우 이를 보상해준다. 무보의 ‘중장기 수출보험’과 제도 운영 취지와 기능 및 구조가 같다.

그동안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규모는 무보 실적과 연동해 제한되어 왔다. 무보의 당해 연도 보험인수 금액의 35%만 지급할 수 있었는데 이를 50%로 늘리고 앞으로는 대출 없이도 보증을 제공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무보 노조는 “업무 영역 침범”이라며 무보가 보험보증 업무를 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수출기업의 금융지원 ‘그레이 에어리어’(Grey area, 애매한 영역)는 실존하는 게 현실이다.

규정상으로는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만 현지 통화 여건 등 문제로 지원을 받을 수 없었던 기업이 존재했다. 개도국의 경우 정부 발주사업은 달러화, 유로화와 같은 국제통화가 아닌 개도국 현지통화로 발주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베트남 등 이종통화를 주로 취급하는 국가에 진출한 기업들은 베트남 정부가 발주한 사업을 수주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현지화 100% 대출 거래에 대해 무보가 보증을 설 수 있지만 현지화금융 지원에 따른 환리스크 부담 등으로 현실적으로 개도국 인프라 사업을 지원하기가 어려웠다.

수은은 이 거래에 대해 100% 보증하려고 해도 시행령 제약으로 지원이 불가능하다. 무보와 수은이 각각 50%를 보증선다고 하더라도 수은의 경우 ‘대출금액이 총 지원액의 50%를 초과할 경우에만 보증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지원이 불가하다.

수은이 대출 50%, 보증 50%를 통해 금융지원을 하고자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지화 통화스왑은 외환시장이 불안정한 개도국 특성상 리스크가 커 상대적으로 비용이 증가한다. 이에 국내 수출기업은 사업경쟁력이 떨어져 해외수주가 어렵다.

실제로 해외수주가 무산된 사례가 있다. 국내 한 건설사가 콜롬비아 메트로 사업 입찰에 참여하고 현지은행에서 현지화 조달 시 수은에 전액 보증지원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법령상 제약에 부딪친 수은은 대출 50% 이상 및 현지화 통화스왑 등 대안을 제시했지만 국내기업은 금융비용 증가 등 이유로 입찰참여를 포기했다.


◇ 10여차례 회의 합의에도 ‘반발’…통합론 논란으로 비화될까

기재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은 시행령 개정안은 사실 관계기관이 장기간 협상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다. 수은과 무보는 주무부처인 기재부와 산업부와 함께 지난해 7월부터 10여차례 협의를 진행했다.

관계 기관들은 6개월에 걸친 회의 끝에 우리나라 해외수주 규모가 하락하고 수주환경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기존 규정으로는 현지통화 거래 보증 등 금융패키지 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

지난해 12월 13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수은의 총액제한 비율을 기존 35%에서 50%로 상향하고 사업별로 보증과 대출의 탄력적 조합이 가능하도록 건별제한 적용이 배제되는 거래를 신설하는 등 수은법 시행령 개정 추진에 합의했다.

일각에서는 수은과 무보가 업무 중복으로 인한 논란이 지속될 경우 향후 양 기관 통합 논의가 재점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규제 완화로 업무 중복 가능성이 과거보다 증가하면서 2013년 일었던 ‘통합론’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다.

8년 전 금융위원회는 수은, 무보, 정책금융공사 등 업무가 중복돼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감사원 지적에 따라 ‘정책금융기관 역할 재정립 태스크포스(TF)’를 열고 정책금융기관 개편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무보가 수은의 일부 업무를 가지고 분리·독립한 만큼 해외보증 업무 중복을 피하기 위해 수은으로 통합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양 기관을 통합할 경우 수은이 BIS 자기자본비율을 관리하기 위해 대형 플랜트 프로젝트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지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도 줄어들 것이란 데에 의견이 모였다. 이에 TF는 대외정책금융을 현행 체제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론 내렸다.

오는 3월 치러지는 제20대 대선 이후에도 비슷한 논의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19년 12월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금융의 혁신과 금융산업 발전‘ 보고서를 통해 정책금융기관 간 재편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남 교수는 “과다한 정책금융기관 난립은 정책금융의 초과공급으로 인한 재정부담 및 국민세금 부담 증가, 민간금융시장의 구축과 발전 저해, 정책금융기관과 수혜기업의 도덕적 해이 증가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고 나아가 정책금융의 실패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정책금융기관 간 재편(통합 ECA)을 순차적으로 진행하여 비효율성을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과거보다 BIS비율 규제가 더욱 깐깐해진 만큼 수은과 무보의 단순 합병 대신 지주회사형태의 통합 등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수출입은행(왼쪽), 한국무역보험공사 건물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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