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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노키아는 요즘 뭐하나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2-02-15 09:00:01

이 기사는 2022년 02월 15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핀란드하면 자일리톨과 노키아(Nokia)라는 말이 있다. 노키아는 핀란드의 대표 브랜드다. 노키아가 문을 닫은 것으로 아는 경우가 많은데 매우 건재하다. 시가총액이 삼성SDI보다 크니까 우리 코스피에서라면 10위안에 드는 셈이다. 핀란드 4대 기업이다. 한때 전세계를 풍미했던 휴대전화사업을 매각하고 통신장비회사로 변신했다.

노키아는 로마노프왕조의 제정러시아 시절인 1871년에 설립된 오래된 회사다. 1915년에 헬싱키증권거래소가 개장했을 때 1호로 상장된 회사다. 핀란드는 1919년에 러시아로부터 독립했다. 노키아는 제지업으로 출발했는데 1902년에 시작했던 발전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하다가 1960년대에 전자장비 제조에 뛰어든다.

노키아는 1970~1980년대에 전형적인 글로벌 복합기업으로 성장했다. 핀란드는 핀란드어와 스웨덴어를 공용으로 쓰는 나라인데 노키아의 사내 공식 언어는 영어다. 모든 문서 작성과 커뮤니케이션은 영어로 한다. 핀란드에서는 만 9세부터 영어가 의무교육과목이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핀란드인의 거의 40%가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한다. 스웨덴어가 영어와 비슷한 것도 작용한다. 노키아는 1994년에 뉴욕증권거래소에도 상장됐다.

노키아는 1990년대 초의 재정위기를 계기로 다른 사업들을 정리하고 통신사업에 주력하기 시작해서 1998년에 모토롤라를 꺾고 세계 휴대전화시장 1위를 차지했다. 2000년 6월 시가총액 3030억 유로를 기록했는데 단순비교하면 현재의 글로벌 시총 20위 정도다. 2003년에 세계 최초의 카메라폰을 선보였다. 당시 핀란드 GDP의 4%, 수출의 21%, 헬싱키증권거래소 시가총액의 70%를 차지했을 정도다. 그 후 약 10년간 전성기를 누리고 스마트폰 시대인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애플, 삼성전자에 밀리기 시작했다.

2011년 초부터 노키아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전략적 제휴로 위기를 타개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별 효과가 없었고 2012년에 주가가 2달러까지 하락해 도산 위기에 몰렸다. 대규모의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이 뒤따랐다. 결국 2013년 말에 휴대전화사업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한다.

노키아의 몰락은 선두기업들이 종종 저지르는 실책인 미래기술에 대한 판단 오류에 그 가장 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말해진다. 여기에 급성장해 거대기업이 된 회사에서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내부 경쟁 문제가 겹쳤다. 밖에서 경쟁할 일이 없으니 내부적으로 파워와 성과보상을 둘러싼 마찰이 격심해지고 그 여파로 외부의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코넬대 경영대의 한 연구에 따르면 노키아의 경영진은 회사의 위기와 급속한 몰락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경쟁회사와 주주들에 지나치게 신경을 썼고 중간관리자들은 경영진의 압박과 동료들의 행동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회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제대로 진단해 공유하지 못했다.

이런 행동 패턴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회사 내부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의 단절과 왜곡이 발생했다. 나쁜 소식과 정보는 은폐되거나 평가절하되었고 위로 올라갈수록 왜곡된 낙관주의가 높이 평가받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이른바 나쁜 소식은 축소되거나 폐기되고 좋은 소식은 과장되어 급속도로 위로 올라가는 현상이다.

회사의 이사회도 혼란 상황의 수습에 큰 역할을 하지 못했고 적시에 경영진을 교체하는 처방도 내리지 못했다. 전직 이사회 의장은 당시를 회고하면서 “이사회가 경영진이 (실적 부진으로 교체될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출석하는 자리가 되면 이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회고했다.

휴대전화사업에서 철수한 노키아는 독일 지멘스와의 합작으로 2007년에 출범시킨 노키아네트웍스를 통해 통신장비업에 집중해서 오늘에 이른다. 2011년에는 모토롤라의 통신장비사업도 인수했고 2013년 지멘스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2016년에는 알카텔-루슨트와 벨연구소를 인수했다. 해당 업계에서 삼성전자, 에릭슨과 함께 글로벌 3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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